시진핑이 노리는 3연임 구도는 푸틴-메드베제프 모델?

2021년 8월 24일
업데이트: 2021년 8월 25일

중국 공산당 고위층 내부 회의인 베이다이허 회의가 끝나고 난 뒤 시진핑의 3연임 문제와 리커창 총리의 후임자 얘기가 거론된 것 아니냐는 관측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베이다이허 회의는 비공개라 확인할 수는 없지만 최근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그런 추측이 나오기에 충분합니다.

리커창의 움직임을 보면 시진핑과 아슬아슬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베이다이허 회의가 끝난 뒤 리커창 총리가 달려간 곳은 허난성 정저우입니다. 그리고 8월 20일 국무원 조사팀이 정저우에 도착했습니다.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국무원이 지난 8월 2일 정저우 홍수인 일명 7·20사태 조사팀을 구성해 “허난성 정저우 당국이 7·20 대재난에 제대로 대처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전문가들을 동원해 공무원의 독직 행위가 있었는지, 재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책임을 묻기 위해 체계적인 조사를 벌이면서 동시에 제보 전화와 메일도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리커창이 허난성으로 달려간 것은 실제로는 18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관영매체들은 리커창 총리의 동향을 일절 보도하지 않았고 19일 밤이 돼서야 신화통신이 처음 보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총리의 동향을 의도적으로 감춘 것으로 여겨집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리커창 총리는 정저우를 시찰할 당시 문책은 거론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허난성 당서기 러우양성과 정저우시 당서기 쉬리이는 모두 ‘지강신군(之江新軍·시진핑 파벌)’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이라 감히 건드리지 못한 겁니다.

그런데 리커창이 시찰을 마치고 난 뒤 국무원 조사팀이 정저우에 진입했습니다. 그 때문에 리커창 휘하의 국무원 조사팀이 진짜로 조사에 착수해 시진핑 사람인 러우양성과 쉬리이에 대해 책임을 물을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조사에 착수하는 제스처를 보였는데 과연 어디까지 조사할지가 관건입니다.

베이다이허 회의와 관련해 해외 논평가인 스투졘은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시진핑이 3연임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데 내년 제20차 당대회(20대)와 관련해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관건은 리커창 총리의 후계자를 누구로 하느냐는 문제였다.”

리커창의 후계 문제와 관련해서는 나름 두드러진 신호가 나오고 있습니다. 시진핑이 ‘가진 자의 부에 대해 통제를 강화해 분배 정의를 세우자’고 주장했던 중앙재경위원회 회의에서 왕양의 서열이 상당히 부각됐다는 점입니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서열은 관영매체 기사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기사문에서 호명 순서가 권력 서열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중앙재경위 회의에서 왕양은 시진핑과 리커창 다음 호명됐고 같은 정치국 상무위원인 왕후닝이나 한정보다 앞섰습니다.

공산당의 정치에서 누가 어디를 시찰하느냐에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습니다. 의미가 그대로 담겨 있지는 않고 숨은그림찾기나 퍼즐조각 맞추기처럼 일종의 암호로 숨겨져 있습니다.

지난 7월 시진핑은 티베트를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시진핑에 이어 티베트를 방문한 이가 바로 왕양입니다. 그는 중앙대표단을 이끌고 ‘티베트 해방 70주년’ 행사에 참가했습니다. 같은 행사의 50주년, 60주년 기념식을 돌아보면, 각각 후진타오와 시진핑이 참석했습니다. 당시 두 사람의 신분은 모두 최고지도자 내정자였습니다.

또 익명의 소식통은 왕양이 시진핑을 대신해 당 최고위직인 총서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재미 화교평론가 천포쿵은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시진핑이 불의의 공격을 당해 총서기직을 양보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시진핑 입장에서 왕양은 여러 차례 시진핑과 각을 세우는 모양새를 보였던 리커창과 달리 상대적으로 받아들이기 쉬운 존재이기도 합니다. 다만, 왕양이 총서기직을 맡게 되더라도 그의 입지는 살얼음판이 될 수 있습니다. 시진핑이 수렴청정을 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입니다.

내년 10월로 예정된 20대까지 다른 변수도 많기 때문에, 시진핑의 유임은 확실해 보입니다. 당직인 총서기는 양보하더라도 이미 헌법을 수정해 정무직인 국가주석을 종신제로 만들어 놨기 때문입니다.

왕양이 총서기직을 받게 될 경우 시진핑은 군권을 다시 강화하고 자기 측근을 여기저기 심어 왕양을 허수아비로 만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쉽게 말해 시진핑은 장기 집권을 위해 푸틴-메드베제프 모델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지난 21일 저장성에서는 여러 최고위 관리가 갑자기 낙마해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이들은 시진핑 계파인 ‘지강신군’에 속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즈강(之江·지강)은 항저우를 일컫는 말로 넓게는 저장과 같은 의미로 통용됩니다.

공산당의 공직자 윤리위원회 격인 중앙기율위원회는 항저우시 당서기 저우장용이 “기율을 엄중하게 위반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저우장용은 아무 통보도 받지 못한 채 갑자기 체포됐습니다. 회의를 주재하던 중 붙들려 갔습니다. 그가 낙마하기 사흘 전 항저우시 인민대표대회 상임위 당조직 부서기 마샤오후이는 자발적으로 자기 죄를 고백하고 체포됐습니다.

한 달 전에는 은퇴한 지 이미 7년이 된 저장성 성정부 접대반 주임도 자수했습니다. 항저우시 당서기 저우장용의 낙마는 알리바바의 마윈 전 회장과 연관돼 있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저우장용 중국 항저우시 당서기(가운데). 왼쪽은 마윈 전 알리바바 회장이다. | 연합뉴스

저우장용와 그 가족들은 1년 전 기업공개(IPO)가 무산된 알리바바 산하 핀테크 기업 앤트그룹의 주식 5억 위안어치를 샀다가 돌려받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물론 알리바바측은 근거 없는 유언비어라고 주장하고는 있습니다.

그러나 앤트그룹 IPO가 무산됐을 당시 누가 이를 허가해줬는지를 베이징 당국이 조사중이라는 월스트리트 보도도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저우장용이 마윈과의 친분을 감안해 IPO를 허가해줬을 가능성이 큽니다.

또 주목할 만한 점은 이미 은퇴한 지 7년이 된 저장성 성정부 부비서장겸 접대반 주임 장수이탕도 자수해 자기 죄를 털어놨다는 사실입니다.

저우장용은 항저우 시서기가 된 지 2년째 되자 마윈을 위한 공식행사를 열고 그를 ‘명예 항저우인’으로 지정하면서 최고의 감사를 전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마윈은 이 자리에서 “항저우가 없었으면 마윈도, 알리바바도 없었을 것”이라고 화답했습니다. 항저우는 알리바바의 본사가 있는 곳으로 마윈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박상후의 시사논평 프로그램 ‘문명개화’ 지면 중계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