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과 맥주 마시던 친중파 캐머런 전 英총리의 몰락

류지윤
2021년 4월 15일
업데이트: 2021년 4월 15일

지난 12일 영국 정부가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의 부적절한 로비 의혹에 대해 조사한다고 발표했다.

캐머런 전 총리가 고문으로 있던 곳은 ‘대출 제국’으로 불린 금융기업 ‘그린실 캐피털'(Greensill Capital)이다. 이 회사의 업무는 ZTE와 화웨이의 융자와 관련이 있다.

영국 정부, 캐머런에 대해 조사 벌여

다우닝가는 이번 사건의 수사는 영국 내각의 변호사인 나이절 보드먼이 조율할 것이라고 전했다. 캐머런 전 총리는 어떤 로비 규칙도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지난 11일 낸 입장문에서는 자신이 ‘공식 경로’를 통해서만 정부와 소통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한때 수십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대출제국으로 이름을 날렸던 그린실은 2011년 오스트레일리아인 그린실이 설립했으며 금융위기 이후 ‘공급사슬 융자 업무’로 급성장해 주요 은행들과 경쟁하다 지난 3월 파산했다.

존슨 총리의 대변인은 “이번 조사는 그린실이 잘하는 금융 기술인 ‘공급사슬 융자 업무’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독립적인 조사는 (신청자가) 어떻게 계약을 따냈는지, 그 업무의 대표가 어떻게 정부와 접촉했는지 조사할 것이며 이번 사건이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만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총리가 심사를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사적인 문자 메시지’와 ‘사적인 술자리’

영국 언론들은 몇 주 전부터 캐머런 전 총리의 로비 의혹을 보도해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그린실이 파산을 선언하기 수개월 전, 캐머런은 영국 정부가 전염병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방출한 기업 대출을 그린실이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영국 중앙은행이 그린실을 구제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캐머런 전 총리는 또 영국의 리시 수낙 재무부 장관과 기타 재무부 고위 관계자들에게도 그린실을 정부의 ‘코로나19 기업대출 기관 계획’에 끼워달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영국 언론은 전했다.

캐머런 전 총리는 2019년 매트 행콕 영국 보건부 장관을 만난 것도 ‘사적인 술자리’를 가졌던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그 자리를 빌려 영국의 의료보험 NHS의 직원 급여 지급과 관련한 그린실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사업을 논의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캐머런 전 총리는 퇴임 후 2년 만인 2018년 8월부터 그린실의 고문을 맡고 있었다. 영국 법률에 따라 고위 공직자는 퇴임 후 2년간 관련 로비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캐머런 전 총리는 자신은 어떤 규칙도 어기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는 전직 총리가 상업적 목적으로 정부를 상대로 로비를 해서는 “절대 안 된다”며 BBC 4TV에 “이는 그야말로 공공서비스를 모욕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물거품으로 돌아간 캐머런이 세운 ‘황금시대’

캐머런 전 총리는 재임 시절 뚜렷한 친중 노선으로 영국과 공산 중국과의 밀접한 관계를 다진 인물이다. 이후 총리가 바뀌면서 친중 노선은 약화됐으나 캐머런의 정책은 그의 퇴임 이후에도 상당 기간 영향력을 발휘했다.

캐머런은 2010년 총리 취임 당시 영국과 중국의 무역 협력 강화를 주창하면서 있는 힘을 다해 이른바 ‘황금시대’를 일궜다. 그는 2015년 영국을 국빈방문한 시진핑을 맞아 자신의 집 근처 펍에 데려가 술과 피시 앤 칩스를 대접하기도 했다.

캐머런 전 총리는 퇴임 1년 후 1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중국 공산당(중공)의 ‘일대일로’에 투자하는 영국 정부의 투자계획을 이끌었다.

‘황금 10년’이 시작되자 영국과 중국의 기업들은 대규모 투자협약을 맺었지만 이후 용두사미로 밝혀진 프로젝트도 많다.

영국 셰필드시와 쓰촨궈둥건설이 2016년 체결한 10억 파운드짜리 계약은 수십만 파운드만 낭비한 뒤 ‘프로젝트 사망’을 선언했다.

리버풀 인근의 위럴시와 중국의 삼와홀딩스(Sam Wa Resources Holdings·森華國際投資集團)가 2010년 체결한 국제무역센터 건설 계약은 중도에 포기했다. 일부 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당초 중공이 그렸던 큰 그림에 비해 실제 투자는 훨씬 적다.

최근 영국은 점차 중공과 거리두기를 시작했다. 홍콩 자치 문제, 신장 인권문제, 화웨이 5G 문제 등이 불거지자, 영국 존슨 총리 내각은 중공의 국제 TV 채널 CGTN의 면허를 취소하고 중공 관리를 제재했다.

캐머런이 구상했던 중공-영국의 황금시대는 고철이 되고 있다.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