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철군에 미국내 우려 고조 “쿠르드족, 주권 위한 싸움할 것”

Venus Upadhayaya, Epoch Times
2019년 10월 9일 업데이트: 2019년 10월 10일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의사를 밝힌 가운데, 중동의 지정학적 판도에 대한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6일(이하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나눴다. 이후 백악관은 “터키가 오래 준비한 시리아 북부 군사작전을 추진할 것이다. 미군은 그 작전을 지원도 개입도 안 할 것이며, 인근 지역에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터키가 쿠르드족을 공격하도록 허용 혹은 묵인했다는 지적이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에서조차 터져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IS)의 무장단체에 맞서 미국과 함께 싸웠던 쿠르드족을 버리지 않았으며 군사적,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다”고 8일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쿠르드족은 터키를 믿을 수 없기 때문에 미군 철수를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인, 싱크탱크, 전문가들이 현시점에서 미국이 철수할 경우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해 다각적인 분석을 하는 등 언론 전반에 걸쳐 엄청난 논평이 쏟아졌다.

터키군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 반군들이 알레포 북쪽 시리아-터키 국경 인근 지역으로 향한다. 쿠르드족이 이끄는 시리아민주군은 성명을 통해 “미군이 터키 북동부 국경 지역에서 철수했다”고 밝혔다. 2019. 10. 8. | Nazeer Al-Khatib/AFP via Getty Images

“쿠르드족이 버림받았다”는 전문가들의 우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카네기 중동센터 측은 “현재로서는 미군의 전초기지 2곳인 텔아비야드와 라스 알-아인이 분리됐다. 터키는 조용히 일부 국경 지역에 진입하기 시작했다”며 8일 전했다.

센터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시리아에서 군대를 철수시킨다는 비슷한 입장을 밝혔으나, 이번에는 더 심각하다”며 “트럼프의 국내 문제와 레젭 타입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요구가 상호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터키는 쿠르드족 민병대인 인민수호부대(YPG)를 테러조직으로 간주해왔고, 자국 내 쿠르드족을 철저히 차별했다. YPG를 터키 내 쿠르드 독립을 목표로 하는 불법 조직 쿠르드노동자당(PKK)과 같은 조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쿠르드 세력을 제압하기 위해 터키는 시리아 북부 군사작전을 준비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에 대한 군사 개입이 여러 해 지속됐다며 “이 말도 안 되는 끝없는 전쟁에서 벗어나길 바란다”고 미군 철수 배경을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 이슬람 연구 전문기관 ‘킹 파이잘 센터’의 조셉 케치히안 박사는 미군철수를 “좋지 않은 생각”이라며 “쿠르드족은 워싱턴을 믿었지만, 결국 버림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케치히안 박사는 “나는 짐작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쿠르드족은 주권을 위해 싸움을 계속해야 한다. 서방의 (헛된) 약속과 동양의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결국 승리할 것”이라고 에포크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말했다.

쿠르드족 여성보호대(YPJ)와 인민수호부대(YPG) 소속 전사 및 참전용사들이 터키의 쿠르드족 지역 위협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며, 쿠르드 지역 시리아 북부 도시 카미슐리 유엔본부 앞에서 행진하고 있다. 2019. 10. 8. | Delil Souleiman/AFP via Getty Images=Yonhapnews(연합뉴스)

에포크타임스 취재진은 시리아 다마스쿠스의 독립 싱크탱크 시리아정책연구센터에 연락을 취했으나 즉각적인 반응을 얻지 못했다.

매사추세츠주 살렘 주립대학 ‘윌리엄 베이츠 센터’의 가니쉬칸 사타시밤 이사는 “쿠르드족이 자신의 안전을 걱정하는 것은 정당하다. 터키군이 시리아 (북쪽) 만비즈의 쿠르드족을 급습한 것을 포함해 무차별적인 학살을 반복적으로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쿠르드족이 우리(미국)한테 매우 분노하는 것도 당연하다. 우리는 그들의 친구가 되어야 하는데, 완전히 배척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시리아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복잡한 파워게임

터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자  수니파 무장조직 격퇴를 위해 미군이 주도하는 국제동맹군의 일원이다. 동시에 터키는 ISIS 가입을 위해 시리아와 이라크로 밀입국하는 극단주의자들을 묵인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터키는 이란이 지원하는 시리아 정부에 맞서면서도, 자국 내 쿠르드족을 테러세력으로 보고 탄압하는 부분에선 이란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중동 전문가들은 시아파의 주도국 이란과 수니파가 80% 정도인 터키의 관계를 두고 ‘의뭉스럽다’고 평가한다. 자국의 이익과 역내 영향력 추구를 원칙으로 이합집산하는 양국의 이해관계 때문이다.

2011년 시리아 내전의 혼란을 계기로 사실상 자치권을 확보한 시리아 쿠르드족은 2017~2018년 ISIS 격퇴전에 합류해 국제연합군에 힘을 보탰다. 시리아와 이라크 내 쿠르드족은 지역 정세가 혼란한 틈을 이용해 독립국 세우기를 열망했고, 두 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터키는 이런 움직임을 극도로 경계해 왔다.

트럼프 “미국은 쿠르드족을 버리지 않았다”

8일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는 시리아 미군 철수가 ‘진행 중’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쿠르드족을 ‘훌륭한 전사’로 터키를 ‘무역 파트너’로 표현하며, 미국이 군사·재정적으로 쿠르드족을 계속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리아 철군이 진행되고 있지만, 우리는 특별한 민족이며 훌륭한 투사 쿠르드족을 어떤 식으로든 버리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NATO 동맹국이자, 교역 상대국인 터키와의 관계도 매우 좋았다.”

“터키는 쿠르드족(약 20%) 인구가 많다. 시리아에  군인이 50명만 남아있으며, 터키가 자발적으로 불필요한 전투를 일으키면 터키의 경제와 통화 약세에 큰 타격을 입히게 됨을 터키는 완전히 이해하고 있다. 우리는 쿠르드족을 재정적 군사적으로 돕고 있다!”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도 7일 트위터를 통해 터키가 시리아를 침공할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영국 외무장관 도미니크랍과 즐거운 대화를 나눴다. 우리는 ▲ 장래의 야심 찬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의도 ▲ 이란의 중동에서의 악영향에 대한 대응 방안 ▲ 터키의 시리아 침공 계획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침략 가능성에 관한 실제 논의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 백악관 캐비닛룸에서 군 원로들의 브리핑을 받은 뒤 연설하고 있다. 2019. 10. 7. | Mark Wilson/Getty Images

트럼프 대통령은 8일 또 다른 트윗을 통해 “너무 많은 사람이 터키가 미국의 큰 교역 상대라는 사실을 쉽게 잊어버린다. 사실 그들은 우리 F-35 전투기의 철골을 제작한다. 터키는 또한 이들리브에서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잘해왔다”며 터키가 미국의 뜻을 거스르지 않을 것을 강조했다.

이들리브는 시리아의 무장반군이 차지하고 있는 시리아 북서부의 마지막 지방이며 현재 시리아 정부군의 공습을 받고 있다.

국방부는 7일 성명을 통해 시리아 북부 지역에서 터키군의 작전을 지지하지 않으며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우리는 다른 NATO 동맹국 및 연합국 파트너들과 협력하여 터키, 그 지역과 그 밖의 지역에 대한 잠재적 행동의 불안정한 결과를 터키에 재차 강조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카네기 연구원들은 “우리는 우선 미국의 결정이 심각한 것인지, 터키의 침략 정도는 어떨지를 봐야 한다. 시리아, 이란은 물론 러시아 정권의 반응도 필수적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우리는 소모전을 예상해야 한다. 특히 PYD-YPG가 터키를 궁지에 몰아넣는 것이 목표인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과 협력할 경우 그렇다. 터키와 쿠르드족의 싸움으로 IS는 최소한 작은 단위 형태로 일부 지역을 되찾게 될 수도 있다”며 깊은 우려를 표했다.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