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의도? 中 드론 제조업체 DJI, 美 22주 경찰서에 드론 기증 논란

캐시 허
2020년 05월 1일 오후 3:20 업데이트: 2020년 05월 1일 오후 3:31

중국 드론 제조업체가 미국 22개 주 경찰서 등에 드론 100개를 기증해 국가안보 침해 우려가 재점화됐다.

세계 최대 드론 제조업체인 중국 다장(大疆·DJI)은 지난달 미국 22개 주 경찰서와 소방서 등에 드론 100대를 기증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하는 미국에서 중공 바이러스(우한 폐렴) 방역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미국에서 팬데믹 사태를 맞아 개인과 민간기업의 기부가 이어지고 있지만, DJI의 드론 기증을 순수한 선의로만 보기 어렵다는 게 미국 정치권과 안보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동안 미국 정부와 의회에서는 중국산 상업용 드론이 중국 공산정권의 스파이 활동에 이용될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드론에 장착된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들이 백도어(비밀 접근통로)를 통해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내무부는 지난 1월 중국산 부품이 든 카메라 장착 드론 810기의 사용을 중단했다. 중국의 스파이 활동에 이용될 가능성 때문이다. 미 육군은 2017년 안보상의 이유를 들어 DJI가 생산한 드론 사용을 중단했다.

미국 의회에서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DJI를 포함한 중국산 드론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 20여 개를 발의하며 미국 업체 육성에 힘쓰고 있다. 국토안보부는 중국산 드론에 외부 서버에 정보를 보내는 부품들이 들어 있다며 비행 데이터 유출 위험성을 제기했다.

현재 DJI로부터 드론을 기증받은 미국 경찰서들은 해당 드론을 물품 배송이나 군중 통제에 이용하고 있다. 플로리다주(州) 데이토나 해변의 경찰서에서는 DJI 드론 2대로 시민들의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유도했고, 뉴저지주 엘리자베스 경찰서는 관내 순찰에 DJI 드론을 이용한다고 에포크타임스에 밝혔다.

이번에 기증된 100대는 미국 지방 당국에서 사용하는 전체 드론 숫자에 비하면 2~3%에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 뉴욕 바드대 조사에 따르면, 지난 3월까지 미국 지방당국에서 사용하는 드론의 90% 이상이 DJI 제품이며, 1100곳에서 최소 하나의 DJI 드론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DJI 드론은 비행하는 동안 수집한 정보를 제조사 서버에 전송한다. 사용자가 이런 기능을 차단할 수 있지만, 옵션설정에 들어가 기능을 꺼야 한다.

미 육군은 2017년 DJI 드론 사용 금지령이 내려지기 전까지 광범위하게 DJI 드론을 사용했으며, 미국의 여러 정부 기관에서도 중요한 정보를 수집할 때 DJI 등 중국산 드론을 이용했다. LA 국토안보부 수사국은 이에 대해 “이런 정보는 중국 정부가 미국과 미국 정부를 물리적 혹은 사이버상에서 공격할 때 이용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DJI 창업자 프랭크 왕은 자신의 기숙사에서 드론 제작을 시작해 세계 시장을 석권할 만큼 키웠다. 현재 DJI의 전 세계 무인기 시장 점유율은 70%로 추정된다.

중국의 모든 대기업은 중국 공산당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존 밀스 전 미국 국방부 사이버안보 정책·전략 국제담당 책임자는 “중국의 모든 대기업이 정보기관에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데, DJI만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현명하지 못하다”고 에포크타임스에 말했다.

이러한 의혹과 관련해 DJI는 에포크타임스의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DJI는 중국 당국과 ‘일상적’으로 자료를 공유한다는 지적에 대해 “거짓”이라고 반박했지만, ‘비정기적’으로 공유하는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언급을 피했다.

블룸버그통신은 DJI가 중국에서 자사 드론탐지 시스템인 에어로스코프(AeroScope)와 유사한 시스템을 중국 정권에 구축해줬다고 보도했다.

이 시스템을 운영하는 업체는 현재 문을 닫았지만, 2017년 한 언론을 통해 신장 공안국과 협력하고 있음이 공개됐다. 신장 공안국은 위구르 무슬림과 파룬궁 수련자 탄압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