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 인도, 인구 이어 경제 규모도 중국 넘나?

민주주의와 경제성장 두 마리 토끼 다 잡을 수 있을까
최창근
2022년 09월 13일 오후 4:21 업데이트: 2022년 09월 13일 오후 6:06

14억 인구의 인도는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이다. 194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단 한 차례도 쿠데타로 인한 헌정(憲政) 중단 사태와 군부 독재를 경험하지 않았다. 인구 대국이자 핵(核) 무기를 보유한 군사 대국이기도 한 인도의 사례는 ‘중국 특색사회주의’라는 명분으로 1949년 이후 중국 공산당 1당 독재 체제를 유지해 오고 있는 중국 사례와 대비된다.

이러한 인도가 중국을 제치고 인구 1위 국가로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더하여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주춤하고 있는 중국 대신 경제 강국의 자리도 차지할지 주목된다.

통계청은 9월 5일, ‘2021년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한 세계와 한국의 인구현황 및 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올해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국가는 중국(14억 2600만명), 2위는 인도(14억 1700만명)라고 밝혔다.

인도 뭄바이에 몰린 인파. | 연합뉴스.

미래 전망은 다르다. 2040년 1위는 인도(16억 1200만 명), 2위는 중국(13억 7800만 명)으로 역전하며,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70년 인도가 16억 9000만 명으로 1위, 중국은 10억 8500만 명으로 2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계청은 2040년과 2070년만 전망했지만, 인도가 내년에 중국을 넘어 인구 1위 국가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인구 대국 인도는 막대한 인구와 이에 기반한 내수를 기반으로 경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중국 등 경기 둔화를 겪는 다른 주요국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미국 블룸버그는 국제통화기금(IMF) 통계를 인용하여, 2022년 1분기 인도 국내총생산(GDP)은 명목 기준 8547억 달러(약 1185조원)로 영국의 8160억 달러를 제치고 세계 5위를 기록했다고 9월 3일 보도했다. 2021년 영국 GDP는 3조 1084억 달러로 5위, 인도는 2조 9461억 달러로 6위였으나, 올해 1분기 영국은 0.8% 성장한 반면 인도는 4.1% 성장하며 지난날 식민 모국 영국을 추월했다. 아직까지 1인당 국내총소득(GDP) 면에서 인도가 영국에 크게 뒤처지고 있지만 인도의 경제 규모가 인도를 식민 통치했던 영국을 추월한 것은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깊다. 인도 민간 은행인 코타크마힌드라은행의 우다이 코타크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에 “인도가 제5의 경제 대국이 되며 영국을 이긴 자랑스러운 순간”이라고 밝혔다.

인도-영국 명목 GDP 추이. | 연합뉴스.

2분기 성장세도 주목된다. 인도는 13.5% 성장해 지난해 3분기부터 이어온 하락세를 반전시켰으나, 미국은 같은 분기 -0.6% 역성장했고, 중국은 0.4% 성장하는 데 그쳤다. 인도 국영은행 스테이트뱅크오브인디아(SBI)는 인도의 GDP가 2027년에 독일, 2029년 일본을 제치고 미국과 중국에 이은 3위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인도 경제가 수출보다는 14억 명의 인구가 뒷받침하는 내수에 주로 의존했기에 세계 경기 둔화를 피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인도 GDP의 약 70%는 내수가 주도한다. 더하여 인도 정부가 공공 투자의 확대, 채무 탕감, 중소기업 대상 신용 보증 등의 적절한 정책을 시행해 빠른 경제 성장을 이뤘다.”고 진단했다.

9월 8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NYT), 블룸버그 등 외신은 인도 주식시장과 경제가 코로나19 봉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에너지 등 물가 상승 등 각종 악재 속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인도 경제가 고물가와 통화긴축에 흔들리는 다른 국가와 달리 인구 14억 명이 떠받치는 내수소비를 중심으로 강한 경제성장률을 보이면서 세계 경기 불황 속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상했다는 분석이다. WSJ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사(MSCI)가 발표하는 MSCI 신흥시장 지수와 미국 뉴욕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지난 3개월 동안 6% 하락하는 사이 MSCI 인도 지수는 8% 이상 올랐다. 또 블룸버그 집계 결과 같은 기간 인도 증시의 벤치마크인 센섹스(Sensex)지수는 11%가 올라, 주식 시장 가치가 최소 1조 달러(약 1382조4000억원)인 국가 중에서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인도는 1991년 시장 개방 후 고속 성장을 구가해왔다. 중국보다 경제 개방이 12년 늦었지만 공격적인 제조업 부흥 정책으로 중국에 이어 ‘세계의 공장’으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특히 정보기술(IT) 부문 근로자 수는 지난 10년간 두 배로 증가했다. 소프트웨어 전문인력은 매년 50만 명씩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휴대폰·복제약·항공 시장 성장세도 폭발적이다. 기업 가치가 1조 달러 이상인 유니콘 기업 수도 미국과 중국에 이어 3위다. SCMP는 인도가 올해 GDP 기준 세계 경제 규모 5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나젠드라 모디. 2014년 부터 현재까지 인도 총리이다. | 연합뉴스.

인도의 가파른 성장은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현 총리를 빼 놓고 설명하기 힘들다. 1950년생인 모디 총리는 카스트(인도의 신분 제도) 중 바이샤와 수드라 사이 하층민인 간치 출신, 즉 하층민 출신이다. 떠돌이 노점상 생활로 시작해 총리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총리 취임 전 모디는 구지라트 주지사를 4연임하며 글로벌 기업을 유치해 일자리와 경제성장률을 갑절로 늘린 ‘검증된’ 지도자로 평가받는다.

인도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까지 8% 이상의 고속성장세를 보였지만 성장 둔화와 경제 불안, 부정부패 등으로 최악의 경기 둔화를 겪었다. 모디 총리는 2014년 5월 취임하며 ‘개혁개방정책을 바탕으로 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성장률을 3년 내에 7~8%대로 회복하겠다.”고 발표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 모디 정부 출범 후 인도는 연평균 경제성장률 7%대를 회복하며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신흥 대국으로 떠올랐다.

이른바 ‘모디노믹스(modinomics·모디 총리의 경제 정책)’에 힘입어 인도는 2015년 성장률(7.8%)로 중국을 추월했고 2017년에는 국내총생산(GDP) 규모(2조6000억달러)로 프랑스를 따라잡으며 세계 6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이어 영국마저 제쳤다.

모디노믹스의 골자는 제조업 육성과 해외 자본 유치, 인프라 건설이다. 모디 정부는 인도의 제조업 비중을 2022년까지 25% 확대해 일자리를 1억 개 창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한 해외 자본 유치에 적극 나서며 외국인 직접투자가 2016년 600억 달러로 급증하는 등 성과를 냈다. 인도는 중국에 비해 도로, 수도, 주택 등 인프라가 훨씬 열악한 편이지만 스마트 시티 100개와 서민주택 2000만 가구를 건설해 4차 산업혁명의 주역이 되겠다는 구상이다.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 8월 15일, 독립 75주년 기념사에서 “앞으로 25년 안에 인도를 선진국 반열에 올려 놓을 것이다.”라고 비전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지난 75년 인도는 모든 악조건 아래서 회복력과 인내를 갖고 투쟁해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2019년 인도 총선에서 투표를 기다리는 유권자들.

약 9억 명의 유권자가 있는 인도는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이다. 정치체제는 명예직인 대통령·부통령을 둔 의원내각제이다. 대통령은 상징적인 존재이고 총리가 국정을 책임진다. 양원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하원 우위 원칙에 따라 하원과, 하원에서 선출한 총리와 내각이 실질적으로 국가를 운영한다.

임기 5년의 하원(House of the People) 의원은 인도 전역에서 소선거구제에 기반한 보통선거를 통해 543명을 선출한다. 총 의석 중 약 1/5은 지정카스트(Scheduled Castes, 불가촉천민)와 지정 부족(Scheduled Tribes, 소수민족)에 할당되어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선거구는 등록 카스트나 등록 부족 이외의 인물이 출마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총선으로 하원이 구성되면 내부 선거를 치러 총리를 선출한다. 총리는 하원의원과 상원의원이라면 모두 자격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하원의원이 총리가 되며, 과반수를 달성한 정당(연합)의 당수가 총리로 선출된다. 다른 의원내각제 국가처럼 총리에는 특별히 정해진 임기가 없지만 하원의 신임을 얻지 못하면 사퇴해야 한다.

인도의 경제성장은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이 양립할 수 있는가에 대한 또 하나의 거대한 실험이다. 아울러 경제성장을 명분으로 독재를 지속하고 있는 중국에도 질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