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투명성·공정성 확보해야…공직선거법 보완 필요” 이호선 교수

이윤정
2021년 1월 17일
업데이트: 2021년 1월 19일

지난해 실시한 4·15총선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해 524명으로 구성된 청구인단이 감사원에 공익감사청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동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지난 12일 안동데일리와 (사)법치와자유민주주의 연대가 공동으로 감사원에 공익감사청구서를 제출했다.

이날 제출한 감사청구서에는 △4·15 총선에 사용한 투표지분류기에 연결된 노트북에 무선랜카드 장착 여부 △해당 노트북의 위법·부당 구매 여부 등을 확인해달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공익감사 청구제도는 국민, 시민단체 등이 공익을 목적으로 특정 사항에 대해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는 제도다. 청구 요건이 성립하려면 9세 이상 300명 이상이 참여해야 한다.

4·15총선 이후 투표지분류기에 무선통신 장치가 부착돼 개표 결과가 외부로 유출됐다는 의혹이 고조된 바 있다.

이호선 국민대 법대 교수는 “국민이 선거 결과에 승복하고 이를 신뢰할 수 있으려면 선거 과정에 대해 누구나 알 수 있어야 한다”며 “투표로 선출된 사람들이 하는 모든 정책과 결정은 국민 모두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선거 사무에 전산 도입…신뢰 주기 위한 입법 필요

우리나라의 공직선거(공직선거법이 적용되는 대선·총선·지방선거)는 종이 투표용지에 기표하는 아날로그 방식이지만 투·개표 사무관리에 전자 투표시스템을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전자개표기(선관위는 ‘투표지분류기’라고 명명함)는 2002년 6월 지방선거에서 처음 사용됐다. 전자개표기로 1차 분류한 투표지는 심사계수기를 이용해 집계한다. 사전투표용지 발급도 전산 조직인 전산통합선거인명부를 근거로 진행된다.

이 교수는 “선거 사무에 ‘전산’이 추가됐으면 그에 맞는 입법 절차가 있어야 한다”며 “전산과 관련한 부분도 검증 및 증거 보전의 대상이라는 것을 입법을 통해 나열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공직선거가 공정하게 이뤄졌다는 신뢰를 주기 위해서는 투·개표 과정을 투명하게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자 투표시스템은 신속성과 편리함 때문에 1990년대 이후 세계 각국에 확산했다.

그러나 미국, 유럽 등에서는 전자 투표시스템의 오류 및 조작 가능성을 우려해 엄격한 검증 제도를 도입하거나 사용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이 교수는 유럽을 대표적 사례로 들어 설명을 이어갔다.

2009년 3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2005년 제16대 독일 연방의회 선거에서 전자투표기를 사용한 것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프로그램상의 오류나 해킹이 있었다는 게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 투명하게 검증할 수 없으면 그것은 선거수단으로 인정될 수 없다는 게 헌재 판결의 요지였다.
전자 투표시스템을 이용한 투·개표의 주요 단계를 컴퓨터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평범한 유권자들도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에서는 2006년 시민단체가 전자 투표의 해킹 가능성을 제기하자 실제 해커들을 동원해 외부 개입이 가능한지를 실험했다. 해커들이 시연을 통해 해킹하고 전자 투표 기록을 조작하는 모습이 TV 방송으로 실시간 중계됐고 법원은 전자 투표 금지 결정을 내렸다.

전자 투표를 둘러싼 논란은 영국에서도 있었다. 2007년 6월 BBC방송은 ‘공개권리단체(ORG)’가 같은 해 5월 지방선거에서 전자투표를 시범 실시하고 평가한 보고서 내용을 보도했다.

이 단체는 “전자투표가 좀 더 믿을 만하고 완전무결하다는 보장이 있을 때까지 전자 투표 실시를 미뤄야 한다”며 “전자 투표가 영국 민주주의를 훼손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전산 장비나 소프트웨어의 작동 오류나 조작 가능성으로 인해 선거제도가 망가질 우려가 있다면 이를 차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월 ‘전자개표기 폐지’를 주장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등장해 21만 명 이상이 동참했다. 청원에는 “사전투표용지 발급기 시스템의 소프트웨어 공인 인증을 받지 않고 어떤 프로그램을 사용하는지 공개하지 않아 공명정대한 선거를 방해하고 있다” 등 전자개표기 사용이 위법한 이유 10가지가 포함됐다.

공직선거법, 현실적 보완 필요

이 교수는 공직선거법 개정의 필요성을 내비쳤다.

그는 “공직선거법에 관행 규정이 많다”며 “민주주의 선거 원칙에 부합하려면 법적·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우리나라에서 선거소송은 대법원 단심제로 진행된다. 또한 당선인 결정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소를 제기해야 하고 소 제기 후 180일 이내에 처리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4·15 총선 이후 130곳 이상의 지역구에서 선거무효 소송이 제기됐지만, 이 중 법정기한인 180일 이내에 선고된 것은 한 건도 없다.

이 교수는 또 중앙선관위의 구성, 역할, 권한 등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앙선관위는 9인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국회 인사청문을 거쳐 3인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3인은 국회에서 선출하고, 3인은 대법원장이 지명한다.

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호선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관례상 대법관 위원이 중앙선관위 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다.

이러한 관례는 1963년 사광욱 대법원 판사가 초대 위원장을 지낸 후 5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재판의 공정성을 담보해야 할 법관이 다른 국가기관의 위원이나 장을 겸직하는 게 마땅한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 교수는 “이 때문에 선거 소송에서 피고(선관위)와 이를 재판하는 재판관이 동일 인물이 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제기돼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는 선거의 투명성과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돼야 한다”며 “입법 절차를 통해 공직선거법이 현실에 맞게 보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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