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량 절반 수출, 중공의 ‘인심 좋은’ 백신외교 딜레마

류지윤
2021년 4월 11일
업데이트: 2021년 4월 11일

중국은 미국, 영국 등과는 달리 중공 바이러스(코로나19, 우한폐렴) 백신을 자국 공급보다 수출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

공산주의 체제 국가라는 점 외에도 중공(중국 공산당)은 바이러스 근원지이자 마스크 외교를 펼치다가 불량 물자 수출로 역풍을 맞았다는 점 등 몇 가지 차이점을 지니고 있다.

백신 수출로 벌어들이는 외화도 중공이 백신의 자국 공급보다 해외 수출에 주력하는 이유로 거론된다. 중공 지도부가 국제여행허가증이라는 명칭으로 백신여권 도입을 일찌감치 주장한 것도 이러한 견해와 맞아떨어진다.

이 여권은 현재까지는 중공이 승인한 백신을 접종해야 발급받을 수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지난 5일 중공 공식 홈페이지와 유니세프 공개 정보 등을 토대로 세계 70개국 보건당국에서 시노팜, 시노백 등 중국산 백신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마스크 등 방역 물자 교역, 의료진 파견 등 여러 형태의 지원까지 포함하면 100여 개 국가가 중공 백신 외교의 영향권에 들어 있다.

그중 상당수 국가가 중공의 영향력 확대 사업인 ‘일대일로’ 참여국이다. 나머지 일대일로 비참여국은 대다수 중남미 국가들이다.

영국의 의료조사업체 에어피니티(Airfinity)에 따르면 중공은 지금까지 백신 2억 3천만 병을 생산해 이 중 절반가량인 1억 1400만 병 이상을 수출했다. 인도와 유럽연합(EU) 수출 물량을 합친 것보다 많은 양이다.

인도는 백신 6300만 병, EU는 영국과 일본 등지에 5800만 병을 수출했다.

EU가 오는 6월 중 도입하기로 한 백신여권은 유럽 의학품청(EMA)의 승인을 받은 백신에만 발급된다. EMA는 아직 중국산 백신에 대한 평가를 시작하지 않았다.

중공은 마스크 외교, 백신 외교에 이어 백신여권을 영향력 확대를 위한 수단으로 삼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산 백신 접종을 기반으로 한 백신여권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채택될 경우 백신 수출뿐만 아니라 관광산업과 무역 분야에서도 주도권을 쥘 수 있다.

주요 기업 임직원들은 비즈니스 목적의 국제여행 자유화를 위해 중공이 발급하는 백신여권을 앞다투어 취득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걸림돌은 중국산 백신의 불투명한 효능이다. 시노백과 시노팜 등 중국의 모든 백신 제조사는 임상시험 세부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브라질에서 시노백 백신 임상시험을 담당한 상파울루 주정부 산하 부탄탕연구소는 시노백 백신(코로나백)의 예방효과가 50.4%라고 발표했다.

이는 중공 보건당국이 발표한 78%에서 크게 떨어진다. 백신 유효성에 관한 세계보건기구(WHO) 등의 국제표준인 ‘50% 이상’에 턱걸이한 수준이다. 유효율이 90%인 화이자, 모더나 등 서방 백신과 비교하면 차이가 두드러진다.

중국 연구진의 비윤리적 행태도 중국산 백신에 대한 불신감을 키운 요소다.  중국 과학자들의 데이터 조작은 국제 학술계에서 여러 차례 들통난 바 있다.

작년 7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의학 논문 121편이 같은 세포 사진을 돌려쓰는 등 조작·표절 정황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4년간 중국 저자들이 연구 시기와 주제를 달리해서 진행한 논문들이었다.

중공과 가까운 국가라고 해서 상황이 다 호의적인 것만은 아니다. 해당 국가의 의료진들 사이에서 반발이 나오고 있다.

키르기스스탄에서는 의사들이 시노팜 백신을 거부하고 러시아 백신을 기다리기로 했고, 아랍에미리트(UAE)에서는 2차 접종을 완료하고도 항체 형성이 미약하자 3차 접종을 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영국의 시장조사기관 유거브(YouGov)는 작년 12월 17개국 1만9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중국산 백신에 대한 선호도가 인도산 다음으로 낮다고 발표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필리핀 정부는 시노백 백신 2500만 병을 주문했지만 중국산 백신에 대한 신뢰도 조사에서 긍정 응답이 20% 미만이었다. 필리핀에서는 최근 중국산 백신 접종을 완료한 대통령 경호팀에서 무더기 확진자가 나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칠레 등 중국산 백신을 도입한 국가에서 백신 접종이 상당수 진행됐지만 감염률이 내려가지 않고 있어 회의적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심지어 중공조차 자국 백신에 자신감을 갖지는 못하는 눈치다. 중국은 지난달 말 미얀마와 국경을 맞댄 윈난성 루이리 시에서 최근 확진자가 늘자 지역을 봉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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