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의 홍수,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나?

2021년 7월 14일
업데이트: 2021년 7월 16일

또다시 발생한 초대형 금융사기

최근 ‘브이글로벌’이라는 암호화폐 거래소의 운영진이 구속되었다. 브이글로벌은 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하는 것처럼 투자자들을 속였지만, 실제로는 나중에 가입한 회원들의 돈으로 먼저 가입한 회원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불법 다단계 조직이었다.

이들은 계좌를 개설하면 자산을 3배로 불려 주겠다는 감언이설을 통해 투자금을 모집하였고, 지금까지 밝혀진 피해자는 5만 2천명에 피해 금액은 2조 2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피해자들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피해금액을 더하면 4조원의 피해가 발생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년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라임자산운용 사건의 피해액이 약 2조원이니 그와 비슷하거나 더 큰 규모의 대형 사기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 정도 되는 대형 금융사기 사건이 발생하였으면 매일 뉴스 첫머리에 등장하고 전 국민이 알게 되어야 정상일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브이글로벌이라는 이름조차 생소하게 여기는 국민이 많고, 사기꾼의 이름은 여전히 익명으로 처리되고 있다.

더욱 황당한 것은, 구속된 자는 운영진 4명에 그치고 있고, 수많은 모집책들은 여전히 불구속 상태로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역대 대형 사기사건들의 양상을 보면 다른 금융사기사건에서 모집책이나 핵심 간부로 관여했던 자들이 새로운 사기사건의 주범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도 수사 당국은 아직도 핵심 운영진들만 사법처리하는 악습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고수익 보장 투자 권유는 사기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이후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 가격 폭등이 진행되었다. 자산 가격이 폭등하면 상대적으로 근로소득의 가치는 쪼그라들게 된다.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아 집을 사는 등의 서민의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이런 상황이 되면 너도나도 어떤 자산이든 취득하여 자산소득을 올려야겠다는 절박한 감정이 생기게 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가만히 앉아서 거지가 되기 때문이다. 부유층은 전통적인 방식대로 부동산 투자를 많이 한다. 반면, 서민들은 이미 폭등한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는 자금이 없기 때문에 다른 투자처를 찾을 수밖에 없다. 그러한 심리를 교묘히 파고들고 있는 것이 금융 다단계와 암호화폐 사기이다.

그러나 금융 투자를 하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투자처는 대부분 사기일 수밖에 없다. 간단하다. 그렇게 좋은 투자처가 많이 있다면 시중 금리가 지금처럼 낮게 유지될 수 없기 때문이다. 좋은 투자처가 많다면 그만큼 자금 수요가 많아질 것이고, 자금 수요가 많으면 돈의 값, 즉 이자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저금리 상황에서 고수익을 보장하며 투자를 권유한다면, 고민할 필요 없이 거절해야 한다. 그것은 사기의 확률이 너무나 높다.

고수익이 확실한 사업을 하고 있다면 그 업체는 금융기관으로부터 낮은 이자율로 돈을 빌릴 수 있다. 은행에서 연 3%로 돈을 빌릴 수 있는데, 무엇 때문에 일반인들에게 투자금의 2배, 3배의 수익을 약속해 가면서 투자를 유치하겠는가? 그것만 생각해도 고수익 보장 투자처는 사기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금융 지식이 일천하고 수익률에 눈이 먼 나머지 사기꾼들의 감언이설에 속아 넘어가게 된다. 그리고 그다음 단계는 사기꾼들의 감언이설이 아니라 피해자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투자 권유를 하면서 피해가 엄청난 규모로 확산되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사기꾼들의 천국’

최근 우리 사회에는 조 단위의 대형 금융사기가 만연하고 있다. 2015년경 FX마진거래를 미끼로 1조 962억원의 사기를 친 IDS 홀딩스 사건이 있었고, 2019년에는 2조원대 사기 사건 라임자산운용 사건이 터졌으며, 최근 2조원이 넘는 브이글로벌 사건이 터졌다. 해외에 근거를 둔 사기 사건도 발생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 기반을 둔 소셜네트워킹 업체 MBI와 관련된 사기 사건이 국내에 만연하였는데, 피해자 단체는 피해 금액이 5조원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에서 기소된 원코인 관련 피해도 국내에서만 조 단위를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희팔 사건으로 세상이 떠들썩하던 시절이 이미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바뀐 것은 거의 없고, 피눈물을 흘리는 서민들만 늘어나고 있다.

이제 수천억 원대의 사기 사건은 언론의 주목도 받지 못한다. 예를 들어 5천억 원대의 피해가 발생한 성광월드 사기 사건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필자는 주변 사람들 여러 명에게 성광월드 사기 사건을 알고 있느냐고 물어보았는데,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사모펀드 사기 사건도 언론에서 유명해진 라임자산운용 사건이나 옵티머스 자산운용 사건은 알아도 역시 수천억 원대의 환매중단이 발생한 디스커버리 자산운용이나 알펜루트 자산운용 사건은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금융사기를 예방하고 단속해야 할 금융당국은 임무를 게을리하는 것을 넘어 오히려 사기꾼들을 도와주고 있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은 2021년 6월 10일 가상자산 거래소 2차 간담회에 사기 업체인 브이글로벌까지 초대하였는데, 이런 일이 생기면 당연히 사기 업체는 자신들의 영업이 적법하다는 근거로 그러한 회의 참석을 선전하기 마련이다.

사기꾼들은 자신들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정부나 금융기관과 협업한 것을 내세우고, 일부러 작은 선행을 하기도 한다. 광주, 전남 일대에서 사기 행각을 벌여 재판을 받고 있는 엄일석 필립에셋 회장은 다문화가족 지원을 했다는 이유로 공로패를 받기도 하였고,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이유로 ‘대한민국 경제리더 대상’을 받기도 하였다. 그러므로 누가 선행을 했다든지 큰 상을 받았다든지 하는 것은 그가 사기꾼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손 놓고 있는 정부, 지금이라도 조치해야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다면 정부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각종 투자 사기를 예방하기 위해 적절한 인허가 제도를 운영하고, 대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그 투자의 실체가 있는지 감시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실행하여야 한다. 그리고 사후적으로 금융사기에 대처하는 수사기관을 강화하여 사기꾼들을 일망타진함으로써 유사 사건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 그런데 그 어느 하나도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 것이 없다.

먼저 일반 대중을 상대로 투자금을 유치하는 행위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 지금도 금융기관이 아닌 자가 유사 수신행위를 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고, 위반하면 처벌하고 있지만,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는 투자금 명목으로 투자를 유치하는 행위는 금지되지 않고 있다. 이 틈을 노려 사기가 만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금융사기의 양상을 자세히 연구하여 수신행위가 아니라 투자금을 유치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강력한 규제를 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정부의 인가, 허가를 받지 않고 일정액 이상의 투자금을 유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위반하면 처벌해야 한다. 투자금 규모가 커진 다음 사기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이미 때가 늦고 피해 회복은 어려워진다. 그러므로 사기를 예방할 수 있는 사전 장치가 매우 중요한 것이다.

다음으로 암호화폐를 만들거나 유통시키는 행위를 규제해야 한다. 최근의 사기 사건의 상당수는 암호화폐를 만들었다거나 거래한다거나 암호화폐에 투자를 한다는 명목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대형 사기 사건인 브이글로벌 사건, 원코인 사건이 여기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그 외에도 무슨 코인이나 토큰을 빙자한 사기 사건이 횡행하고 있다. 아무것도 없는 프로그램에 불과한 가상의 존재가 무슨 가치가 있다는 주장 자체가 사기인데, 그것이 아무렇지도 않게 사회에서 거래되도록 방치한 것은 실로 무책임한 일이다. 이미 암호화폐 또는 가상자산에 많은 돈을 투자한 사람이 많은 상태에서 기존의 암호화폐를 불법화하는 것이 어렵다면, 적어도 신규로 이러한 것을 만들거나 유통하는 것을 금지해야만 한다. 그래야 더 큰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

혹자는 블록체인 기술이 획기적이라면서 사람들을 현혹한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의 가치는 아무 관계가 없다. 블록체인 기술은 암호화폐의 소유자가 누구인지 분명하게 하고 해킹을 방지하는 기술일 뿐이지 암호화폐 자체의 가치를 부여할 수는 없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부동산 등기부를 만들면 내 집의 가치가 두 배로 오를 수 있는가?

사모펀드 운용사 설립 요건도 대폭 강화하고 은행과 증권사가 사모펀드를 판매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공모펀드는 반드시 분산투자를 하도록 만드는 여러 규제 장치가 있다. 반면, 사모펀드는 그러한 규제가 없다. 규제 없이 운용을 하도록 허용한다면, 그러한 운용사의 설립은 강력하게 감독하는 것이 옳다. 그런데 금융 당국은 사모펀드 운용사의 설립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변경하여 문을 활짝 열어 놓았다. 그 결과 얼마나 많은 사기꾼들이 사모펀드 운용사를 차려 놓았는지 파악할 수도 없게 되었다. 이제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은행과 증권사는 자신들이 판매하는 사모펀드가 사기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능력이나 의지가 없다. 이는 라임 사건이나 옵티머스 사건에서 이미 증명되었다. 그렇다면 그러한 상품을 판매할 자격도 없다고 해야 한다.

 

엉터리 그만두고 진정한 검찰개혁 할 때

만연한 사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사기꾼들을 수사하는 수사기관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이른바 검찰개혁을 한다면서 검찰의 수사권을 빼앗는 데 몰두하였다. 그동안 검찰이 부패했거나 무능하여 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면, 그것을 시정하여 앞으로는 제대로 수사할 수 있도록 개혁하는 것이 검찰개혁이어야 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검찰이 부실하나마 역할을 하고 있던 것조차 없애 버렸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설치되어 있던 금융범죄합동수사단을 해체한 것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조치였다. 금융범죄는 매우 전문적인 분야이다. 사법시험에 합격했거나 로스쿨을 졸업한 검사라도 금융 분야는 문외한일 수 있다. 그러므로 금융전문가와 함께 사건을 수사할 수 있는 전문 부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이 정부는 오히려 그러한 전문 부서를 해체해 버렸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조직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것이 과연 서민을 위한다는 정부가 할 조치인가? 그야말로 엉터리 검찰개혁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권을 경찰에 이양하고 있으므로, 검찰의 인력은 여유가 생긴 상황이다. 지금까지의 방향과 반대로 검찰의 유능한 인재들을 더 많이 금융범죄 수사에 투입하여야 하고, 그들이 외압에 시달리지 않고 수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검찰개혁이다.

 

건실한 사회 회복 위해 ‘사기와의 전쟁’ 필요

최근 유엔 무역개발회의(UNCTAD)가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격상했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많은 국민들이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는 안에서부터 썩어들어가고 있다. 지금까지의 성공을 이끌었던 건실함은 사라지고 한탕주의가 만연하고 있다. 열심히 일하면 잘 살 수 있다는 신념은 열심히 일만 하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라는 생각으로 바뀌고 있다.

영악한 사기꾼들은 이런 상황을 독버섯처럼 파고들고 있다. 평생 열심히 일해서 마련한 목돈을 사기당한 서민들은 삶의 희망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지금 이 상황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전국적으로 부동산 투기, 코인 투기, 금융 다단계에 몰두하고 있는 나라의 미래가 밝을 수 있는가? 수조원, 수천억원의 사기를 치고도 처벌받지 않거나 불과 몇 년간의 교도소 생활을 마치면 풀려나는 사회에서 정의가 구현될 수 있는가?

최근 보도된 가짜 수산업자 사건에서도 정치인과 검찰, 경찰이 등장하였다. 불과 100억 원대 사기꾼이 그러하다면, 수조원, 수천억 원대의 사기 사건에서 검은돈이 정치권으로 흘러 들어가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정부는 이념이나 프로파간다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사기와의 전쟁부터 선포해야 한다.

 

/김봉수·성신여대 법학과 교수, 미래대안행동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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