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좀 깎아주세요”라며 새벽에 호출한 환자에 짜증 낸 간호사가 눈물 흘린 사연

이서현 기자
2019년 11월 9일 업데이트: 2019년 11월 9일

암 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사의 야간 근무 시간. 새벽 다섯 시쯤 호출벨이 울렸다.

무슨 연유인지 물었지만, 대답이 없자 간호사는 놀란 마음에 병실로 달려갔다. 병동에서 가장 오래 머문 환자의 침대에서 불빛이 새어 나왔다.

기사와 관계 없는 자료사진 | MBC ‘병원선’

커튼을 열고 환자에게 “무슨 일 있으세요?”라고 물었더니 환자는 사과를 내밀며 말했다.

“간호사님, 이것 좀 깎아 주세요.”

그의 옆에는 아내가 곤히 잠들어 있었다. 순간 짜증이 난 간호사는 보호자에게 부탁하라며 거절했지만, 환자는 물러서지 않았다. 행여 다른 환자가 깰까 봐 간호사는 사과를 깎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환자는 “먹기 좋게 예쁘게 잘라 달라”고 말했다. 간호사는 환자의 별난 요구가 귀찮았고 못 들은 척 대충 잘라주고 나왔다.

기사와 관계 없는 자료사진 | 영화 ‘내 차례’

며칠 후, 환자는 세상을 떠났고 삼일장을 치른 그의 아내가 수척해진 모습으로 간호사를 찾아왔다. 아내는 그 날 새벽 깨어있었다며 사과를 깎아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그날 아침 남편이 결혼기념일 선물이라면서 깎은 사과를 내밀더라고요. 제가 사과를 참 좋아하는데 남편은 손에 힘이 없어 깎아 줄 수가 없었어요. 저를 놀라게 하려던 마음을 지켜주고 싶어서 모른 체 하고 누워있었어요. 혹시 거절하면 어쩌나 얼마나 가슴 졸였는지…정말 고마워요.”

기사와 관계 없는 자료사진 | MBC ‘병원선’

간호사는 그때 자신이 얼마나 무심하게 굴었는지 떠올리며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한 평 남짓한 공간이 전부인 그들의 고단한 삶을 미처 들여다보지 못한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아내는 눈물을 흘리는 간호사의 손을 잡아주며 “남편이 마지막 선물을 하고 떠나게 해줘서 고마웠다. 그것으로 충분했다”고 다독였다.

이 사연은 실제 한 간호사가 겪은 일로 SNS 회자되며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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