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자료 달달 외워 판결하는 우리나라 최초 시각장애인 판사

김연진
2020년 7월 24일
업데이트: 2020년 7월 24일

“모두 일어서 주십시오”

8년 전인 2012년 5월 11일 오전 10시. 서울북부지법 701호 법정에서는 민사11부 판사들의 입장을 알리는 소리가 울렸다.

그날은 우리나라 사법 사상 첫 시각장애인 판사가 법정에 들어서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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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호 시각장애인 법관은 바로 최영 판사다.

법원 관계자는 “시각장애가 있는 최 판사가 자료를 볼 수 없기 때문에 재판에 필요한 자료를 음성 파일로 만들어 청취한다”고 설명했다.

최 판사는 ‘마음의 눈’으로 사건을 꼼꼼히 살펴보며 민사 사건에 대한 주심 판사를 맡는 등 판결을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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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3학년 당시 최 판사는 시력이 점차 나빠지는 망막색소변성증을 진단받았다.

이듬해 서울대 법대에 진학했으나, 시력은 더욱 나빠져 시각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 현재는 방에 불이 켜졌는지 정도만 파악할 수 있는 시각장애 1급이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최 판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5차례 도전 끝에 2008년 제50회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사법연수원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상위권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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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법관 임명장을 받아 서울북부지법 판사로 부임했다. 이후 2016년 2월부터는 부산지방법원으로 옮겨진 것으로 전해졌다.

부임 초기 법원 관계자는 최 판사를 두고 “(사건 내용이 담긴) 음성 파일을 두 번 정도만 들으면 대부분 외울 정도로 업무에 금세 적응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보듯이, 듣는다”라며 “사건 내용을 거의 외우는 특별한 능력을 키운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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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시각장애인 판사’라는 수식어에 대해서 묻는 질문에 최 판사는 이런 말을 남겼다.

“시각장애인 판사라서 부담스러운 게 아니라, 판사라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최 판사는 시각장애가 있는 이들에게 꿈과 희망이 되고 있다.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그런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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