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기후 변화 대응하겠다고 육식 막는 것은 비현실적”

조영이 인턴기자
2022년 10월 5일 오후 10:36 업데이트: 2022년 10월 5일 오후 10:36

빌 게이츠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 공동 이사장이 기후변화에 대응한다며 육류 소비를 막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후변화 위기를 해결하려면 기술 개발에 집중해야 하며, 소비를 줄이는 것은 해법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육류 섭취 등 인간의 기본적 욕구 버리라는 것은 비현실적”

게이츠는 지난 29일 블룸버그 팟캐스트 ‘제로(Zero)’에 출연해 “기후에 대한 우려 때문에 사람들이 그들의 생활방식을 완전히 바꿀 것이라고 기대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사람들에게 육식을 그만두고 좋은 집 갖기를 포기하라거나 욕망을 버리라고 요구하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라며 “(인간의 욕망을 변화시키는 것이) 부분적으로는 가능해도 그것이 (기후 위기 해결책의) 핵심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게이츠는 사람들이 육식을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환경운동가들의 주장에 반대하면서도 대체육 섭취로 전환하는 것은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 2월 ‘MIT테크놀로지리뷰’와의 인터뷰에서도 모든 선진국이 육류 소비를 100% 대체육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체육이 실제 고기와 맛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기업들의 기술 개발로 차이를 계속 줄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게이츠는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대체육 섭취의 열렬한 옹호자로, 미국의 대표적인 대체육 기업인 비욘드 미트, 임파서블 푸드등에 투자했다.

대체육에 쓰이는 유전공학 기술… GMO 논란의 소지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체육 제조 과정에 사용하는 유전공학 기술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편다. 일례로 임파서블푸드의 대체육 패티에 붉은 색깔을 내는 건 콩의 뿌리에서 추출한 ‘레그헤모글로빈’이란 물질이다.

그런데 임파서블푸드 패티의 레그헤모글로빈은 콩 유전자를 합성한 맥주 효모가 만들어낸다. 일종의 유전자변형생물(GMO)이다.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안전성은 인정받았지만, 농무부는 GMO에서 파생됐다는 이유로 유기농 라벨은 못 붙이게 했다.

또한 대체육 제조에는 유전자 편집 기술도 흔히 사용하는데 유럽에선 유전자 변형뿐만 아니라 유전자 편집(GE)도 GMO로 간주한다.

“기후 변화, 사람들에게 소비 줄이라고 요구해서 해결될 문제 아냐”

게이츠가 기후변화 위기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제시한 것은 소비 축소가 아닌 기술 개발이다.

게이츠는 환경운동가들이 ‘덜 사용하고 덜 소비하기’, 이른바 ‘역성장'(degrowth)을 기후변화 해결책으로 주장하는 데 대해 ‘돈키호테식 아이디어’라고 비판했다.

풍족한 생활 여건을 갖추고 실제로 소비를 줄일 여력이 있는 일부 선진국이나 개인은 할 수 있지만, 그들만으로는 기후변화를 억제할 만큼 충분한 온실가스 감축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게이츠는 선진국의 탄소 배출량은 전 세계 배출량의 3분의 1 미만이며 나머지 국가에서 발생하는 3분의 2는 주거, 교통, 생필품 사용과 같은 아주 기본적인 생활에서 나온다고 짚었다. 선진국의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고 해도 3분의 2는 여전히 배출될 것이므로 일부 국가와 개인의 소비축소만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어 기후 위기 대응에는 온실가스 문제 외에도 다양한 이슈들이 존재한다며 얼마나 많은 사안이 유한한 자원들을 놓고 경쟁하고 있는지 기후변화 분야 활동가들이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게이츠는 기후변화의 해결책으로 기술 개발을 꼽았다. 동일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하되 기존 방식에 비해 비용은 동일하거나 저렴하면서도 기후변화를 고려하는 기술이 개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의미 있는 변화를 이루려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적 기술을 개발·적용하기 위해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 즉 ‘그린 프리미엄’이 경제 전 분야에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후 점차 줄이다가 결국 없애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게이츠는 이를 위해 자신이 2015년 설립한 투자펀드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BEV)가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새 방식을 개발하는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후변화는 인간이 초래한 게 아니라 자연현상이라는 시각도 있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이바르 지아에버 교수를 비롯한 1200명의 과학자와 전문가들은 지난 6월 ‘기후위기는 없다’는 세계기후선언(WCD)’을 발표했다.

선언문은 “현재의 기후 과학은 건전한 자기 비판적 과학이 아닌 정치와 상업에 기초한 논의로 전락했다”며 “글로벌 정책 도구로 사용하기에는 문제가 많다. 2050년까지 달성한다는 비현실적인 탄소 제로 정책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