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스파이 활동 의심되는 中 ‘천인계획’에 자금 지원

조영이 인턴기자
2022년 07월 25일 오후 9:26 업데이트: 2022년 07월 25일 오후 9:52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설립한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이 해외 인재 유치를 감독하는 중국 정부 기관에 자금을 지원했다.

빌 게이츠 재단이 지난 6월 중국 과학기술부 산하 기관 중 하나인 국외 인재 연구 센터에 10만 달러(한화 1억3천만 원)를 지원했다고 미 매체 내셔널 펄스가 20일 보도했다.

자금을 지원받은 국외 인재 연구센터는 중국의 전략적 목표를 위한 과학 및 공학 분야의 외국인 인재 고용을 감독하는 중국 정부 기관이다.

센터는 지난 2019년부터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해외 인재 유치 프로그램 중 하나인 천인계획(千人計劃) 관련 프로젝트를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다.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에 따르면 지원한 자금은 중국의 실리콘벨리로 불리는 베이징 중관촌(中關村)에서 열리는 팬데믹 대비 및 대응에 관한 포럼을 위한 것이다. 포럼은 국외 인재 연구 센터가 속한 중국 과기부, 베이징시 인민 정부 등 정부 기관이 주최하며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한 고위 관리들이 연사로 참여한다.

주최 측은 이번 포럼에서는 세계 보건 문제, 전염병으로 소외된 인구를 지원하는 문제 등을 다룰 뿐만 아니라 중국의 전략적 목표를 위해 과학·기술 분야 인재를 유치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고 밝혔다.

지난 8일 열린 포럼 조직위원회 2차 전체 회의에서 고위 관계자는 “시진핑 총서기가 2021년 중관촌 포럼 연설에서 중관촌 포럼이 국가 차원의 플랫폼임을 강조했다”며“시진핑 총서기가 한 연설의 정신을 진지하게 연구해 중관촌 포럼이 국가 전략에 봉사하는 개혁을 수행해야한다”고 말했다.

영미 정보기관 수장 “중국이 서방 기술 훔치고 있다” 중국 위협 공동 대응

중국 과학 포럼에 대한 빌 게이츠 재단의 지원은 국제사회에서 중국 정권의 위협에 대한 경고가 증가하는 가운데 나왔다.

지난 6일 미국과 영국의 정보기관 수장들은 이례적으로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중국 공산당이 국제 질서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이라고 경고했다.

성명에서 미국 연방 수사국(FBI) 크리스토퍼 레이 국장은 국제질서에 대한 가장 큰 도전은 미국과 동맹국, 파트너를 약화시키려는 중국 공산당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러시아 위협론이 대두되는 상황에서도, 공산주의 중국이 여전히 가장 큰 안보 위협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영국 국내정보국(MI5) 캔 멕켈럼 국장은 성명에서 사회의 모든 부문을 대상으로 하는 중국 정부의 은밀한 기술 절도, 강제 기술 이전, 연구 개발 및 사이버 공격과 관련한 위협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또한 양국 국장은 “중국의 산업 스파이 활동은 매우 정교하고 고도화돼 있어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며 중국 업체들과의 거래를 조심해야 한다고 민간 기업에 경고했다.

양국 첩보기관 수장이 경고하고 나선 중국의 스파이 활동은 주로 ‘천인계획(千人計劃)’으로 추정된다.

중국 정부의 해외 고급인재 유치 프로젝트 ‘천인계획’

천인계획은 지난 2008년 중국 국무원이 세운 해외 고급 인재 유치 프로젝트다. 국적과 관계없이 해외 우수인재, 기업, 단체 등을 대상으로 연구 비용을 지원해 첨단기술 인재 1000명을 유치한다는 의미에서 이름 붙여진 프로그램이다. 꼭 1000명의 인재만 유치하겠다는 게 아니라 수많은 인재를 영입하겠다는 야심이 담겼다.

천인계획은 표면적으로는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단순 재정 후원 프로그램이지만, 실제로는 서방의 과학자들을 매수해 기술을 빼돌리는 스파이 활동임이 알려지면서 국제적 비난을 받아왔다.

이에 대해 지난 2018년 트럼프 정부는 중국 정부의 스파이 활동과 지적 재산권 탈취에 대응하기 위한 ‘차이나 이니셔티브’ 정책을 시행했다. 이 정책에 따라 수사한 결과, 중국 정부 지원 모집 계획과 자금 지원 관계를 은폐한 혐의로 미국 학자(대부분 중국인 출신) 20여 명이 기소된 바 있다.

일례로 첨단 나노기술 권위자인 미국의 찰스 리버 하버드대 교수가 천인계획에 비밀리에 참여한 뒤, 중국 정부로부터 받은 연구비를 숨기고 허위로 소득신고를 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유죄판결을 받기도 했다.

바이든 정부는 차이나 이니셔티브 정책이 미국 대학 내의 중국인 교수들을 겨냥한다는 비판이 일자 올해 2월 이 정책을 폐기했다.

한편 중국 정부는 천인계획을 통한 기술 절도 및 스파이 활동에 대한 국제 사회의 이목이 집중되자 지난 2019년부터 천인계획이라는 명칭을 없앴다. 관련 프로젝트를 이름만 바꿔 중국 과학기술부 산하 국외 인재 연구 센터로 이관해 운영하고 있다.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과 중국 정부의 우호적 관계

CNN에 따르면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은 2007년 베이징 사무소를 설립한 후 에이즈 퇴치, 기아 문제 등 중국 내 여러 프로젝트에서 중국 정부와 협력했다 .

지난 30년 동안 빌 게이츠는 12차례에 걸쳐 중국을 방문했으며 장쩌민, 후진타오 전 국가 주석 등 중국 정부 최고 지도자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했다.

CNN은 특히 빌 게이츠가 공동 창립한 마이크로소프트(MS)가 다른 서구권 회사들과는 다르게 중국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페이스북과 구글은 중국에서 차단됐지만, MS의 검색서비스 빙(bing)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게이츠와 중국의 협조적인 관계를 나타낸다고 짚었다.

또한 게이츠는 베이징에 본사를 둔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랩 아시아를 통해 바이트댄스 창업자 장이밍, 알리바바(BABA) 기술 디렉터 왕젠, 바이두(BIDU) 전 회장 장야친 등 중국 기술 인재를 양성하는 데도 도움을 줬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지난해 중공바이러스(코로나19) 대응 지원 명목으로 중국 등에 1억 달러(한화 1300억원)를 기부한 게이츠에게 직접 감사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시주석은 서한에서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관대함, 그리고 이처럼 중대한 시기에 중국인들에 대한 연대를 보여준 당신에게 깊이 감사한다”고 밝혔다.

당시 재단은 이와 별도로 세계보건기구(WHO),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중국 국가위생건강위회 및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 등의 기구들에 2000만 달러(한화 260억원)를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