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상하이방의 ‘다키스트 아워’, 맞춰지는 숙청의 퍼즐

박상후
2021년 10월 13일
업데이트: 2021년 10월 13일

전 공안부 부부장, 610호 판공실주임, 사법부장(법무부 장관)을 지내다 낙마한 푸정화(傅政華·58)의 스토리는 아이러니 한 점이 많습니다. 여러 얼굴을 가진 인물이라는 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푸정화는 보통 술과 담배도 안하고 독서가 취미인 일벌레로 알려져 왔습니다. ‘천상인간(天上人間)’이란 장쩌민 뒷배의 호화나이트 클럽을 단속해 유명해진 푸정화는 정부와 사생아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쭤난샹베이(坐南向北)’란 필명의 한 베이징 칼럼니스트에 따르면 푸정화는 정부와 사생아를 외국으로 이주시켰고 이들을 통해 거액의 달러와 귀금속, 그리고 기밀문서들을 빼돌렸습니다. 그의 정부는 베이징 공안국에 근무했던 자오웨린(趙月琳)이란 여성 경찰인데 뉴질랜드 오클랜드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백성들에게 위압적인 푸정화의 낙마를 두고 민간에서도 환영하지만 의외로 공안 계통에서도 아주 좋아라하고 있습니다, 특히 감옥의 교도관들이 시진핑의 푸정화 척결에 환호라고 있습니다.

10월 3일 베이징의 독립언론인 가오위는 트위터를 통해 베이징 공안계의 유명 계정 ‘수웨이무쩐탄쓰(水母眞探社)’의 평론을 공유했습니다.

이 평론을 보면, 베이징 공안들이 왜 66세의 푸정화의 낙마를 환영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계급이 낮은 민경들을 쥐어짜 정치적 업적을 만들어내는 식으로 출세한 자는 모두 말로가 안 좋다. 얼마나 많은 사법행정 종사자들이 ‘눈을 부릅뜨고’ 근무하다 쓰러졌느냐”면서 그를 비판했습니다.

푸정화는 노동개조소(강제노역소)나 마약사범을 수용하고 있는 감옥의 교도관들을 엄청나게 괴롭힌 인물입니다.

베이징 공안계의 유명 논객 ‘수웨이무쩐탄쓰(水母眞探社)’의 게시물(좌)과 중국 교도관 커뮤니티 ‘높은 사방담장의 하늘(高墻四角的天空)’에 게재된 푸정화에 대한 성토 글 | 웨이보

교도관들이 숙직근무를 할 때 잠시 눈을 붙일 수 있는 침대나 의자를 모두 없애고 야간에 부동자세로 눈을 부릅뜨고 수감자들을 감시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를 중국어로 ‘떵옌반(瞪眼班·눈을 부릅뜬 근무)’이라고 표현합니다. 이 때문에 1년에 과로사한 공안들이 백명정도는 된다고 합니다.

공안들은 모두들 푸정화가 언젠가는 낙마할 줄 알았다면서 인과응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노동개조소는 물론이고 사법부 공무원들도 푸정화를 질타했습니다. 그가 야근자들의 침상을 모두 치우라고 지시하는 바람에 야근이 공포스러웠다고 말했습니다.

가오위는 또 ‘높은 사방담장의 하늘(高墻四角的天空)’이란 교도관 커뮤니티의 글들도 소개했습니다. “전국의 감옥과 마약치료소의 경찰들이 그 때문에 평균수명이 얼마나 단축됐는지 모른다”, “푸정화란 사람으로 인해 다들 근무하다가 만성병에 걸렸다. 이제 그가 낙마했으니 북과 꽹과리를 치고 폭죽을 터뜨려야겠다”면서 속시원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최근 1년간 교도관이 과로사하는 것은 일상사가 됐다”면서 “일주일에 6일 동안 눈을 부릅뜨고 주야 연속근무를 한 적도 많았다. 하늘이 미치면 반드시 비를 내리고 사람이 미치면 반드시 화가 생기게 마련”이라면서 그의 낙마를 당연시했습니다.

푸정화가 교도관들에게 눈을 부릅뜬 야근을 강요한 계기는 그가 2018년 사법부장이 된 지 얼마 안 돼 랴오닝성 링위앤에서 발생한 탈옥사건이었습니다. 교도소 한 곳에서 탈옥사건이 발생했다고 해서 전국교도소에 비상령을 내리고 근무강도를 확 높인 거였습니다.

언론인 가오위는 “푸정화가 베이징 공안국장을 할 때만 하더라도 모두가 그를 ‘따서우장(大首長)’이라고 극존칭을 사용했지만 10월 2일 그가 숙청 대상이 되자 경찰과 교도관들이 일제히 필설로 그를 박살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푸정화는 2015년 1월부터 2018년 2월까지 파룬궁(法輪功·정식명칭 파룬따파[法輪大法])을 탄압하는 전문기구인 중앙 610호 판공실의 주임을 지냈습니다. 그 이전 베이징 공안국장과 당위원회 서기를 지내면서도 파룬궁을 무자비하게 탄압했습니다.

중공의 파룬궁 탄압은 전 세계적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습니다. 2015년 세계파룬궁협회는 박해의 원흉인 장쩌민을 기소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수십만 명이 중공 최고법원에 소장을 제출했습니다.

그러자 610호 판공실을 맡은 푸정화는 (중국 현지에서) 장쩌민을 기소한 이들을 색출해 체포했습니다. 2017년에는 소위 ‘가정방문 작전’을 지시해 전국 공안들로 하여금 파룬궁 수련자 명단에 따라 거주지를 찾아가 체포하도록 했습니다. 같은 해 청두에서 파룬궁 진압 경험 교류회까지 열었습니다.

앞서 2015년 7월 9일에는 전국 23개 성시에서 최소한 300명의 인권변호사들을 체포하는 이른바 ‘709 대체포작전’을 벌였습니다. 파룬궁 탄압은 애초에 장쩌민이 처음 시작한 것인데 시진핑이 610호 판공실 주임이었던 푸정화를 제거한 것이 참 묘합니다.

2015년 7월 9일, 중국 공안부의 이른바 ‘709 대체포’ 당시 끌려가 실종된 인권변호사 왕취안장의 아내 리원쭈가 2년 뒤 베이징 최고인민검찰원 밖에서 남편의 사진을 들고 그의 석방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17.7.7 | 베이징=로이터/연합

물론, 정적을 제거하는 권력투쟁 차원이지만 공안과 정법계통 기층의 지지는 물론이고 가렴주구를 일삼는 관리를 처벌했다는 선전효과가 상당합니다.

한편 푸정화에 앞서 숙청된 쑨리쥔(孫力軍·52) 공안부 부부장에 관한 내막도 서서히 나오고 있습니다. 쑨리쥔은 공공위생관리 태스크포스라는 배경 직책이 있었기 때문에 우한 사태가 발생하자 우한 파견을 자청했습니다.

우한 방역감독조의 일원으로 우한바이러스실험실에 드나들 수 있게 된 쑨리쥔은 우한시 정부와 연구소에 데이터를 달라고 요구했는데 이게 시진핑과 그의 심복인 왕샤오훙 공안부 부부장의 의심을 샀습니다.

쑨리쥔은 또 2021년 2월 5일 갑자기 스파이혐의로 체포된 CCTV의 영어채널 CGTN의 호주계 중국인 앵커 청레이와 밀접하게 교류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청레이가 체포될 당시 중공 당국은 그녀가 20년 동안 CGTN에서 암약해온 스파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우한의 근원을 조사해야 한다는 여론의 불을 지핀 나라도 공교롭게 호주입니다. 여러 중화권 분석가들은 쑨리쥔이 그녀에게 우한연구소의 기밀자료를 넘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쑨리쥔이 당적·공직 박탈 처분(雙開·솽카이) 처분을 받았다고 중앙기율위가 발표한 것은 최근이지만, 그의 체포시점은 훨씬 전인 2020년 4월 우한에서 방역공작을 하고 있을 때입니다.

지난달 30일 중앙기율위가 발표한 쑨리쥔의 죄목 중 “대량의 기밀들을 사적으로 방출한 것”을 보면 대략 퍼즐이 맞춰집니다.

전 공안부 부부장 쑨리쥔의 죄목이 발표되고 1주일 후 사법부장 푸정화가 낙마한 점은 시진핑의 숙청이 아주 정교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모든 게 장쩌민과 쩡칭훙 파벌 제거에 맞춰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칼날은 곧바로 쩡칭훙과 연관된 고급 부동산 전문 개발업체 화양녠(花樣年·판타지아)로 향했습니다.

10월 6일 월스트리트저널(WSJ)등은 화양녠이 10월 4일이 만기인 2억 600달러의 달러화 채무를 갚지 못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화양녠은 또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 홀딩스에 지고 있는 7억 위안의 채무 상환도 이행하지 못했습니다.

중국 고급 부동산 전문 개발업체 ‘화양녠’의 쩡바오바오 최고경영자(CEO)와 지난 8일 그녀가 사원들에게 보낸 이메일. 채무 불이행 위기를 반드시 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 SOH

화양녠의 CEO 쩡바오바오(曾寶寶)는 상하이방의 2인자 쩡칭훙의 조카입니다. 그녀의 부친은 쩡칭홍의 동생 쩡칭화이입니다. 쩡칭화이는 홍콩과 중공본토 연예계를 장악하고 정재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인물입니다.

쩡바오바오는 부친과 쩡칭훙의 권세 하에 1996년 화양녠을 설립하고 돈을 쓸어 담았습니다. 화양녠이 채무 불이행 사태로 내몰렸지만 시진핑의 금융당국은 이를 도와주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파산해 국유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그러자 쩡바오바오는 10월 7일 아주 의미심장한 포스팅을 남겼습니다. “전문적인 일은 전문가에 맡겨야 한다”면서 ‘엉덩이가 대뇌의 사고를 결정한다’(屁股決定腦袋)는 고전소설 ‘홍루몽’의 고사를 인용했습니다.

이 말은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와 비슷한 표현으로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합니다. ‘앉은 자리’ 즉 쩡칭훙이라는 뒷배가 흔들리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시진핑이 전문가도 아니면서 자기 권세에 따른 판단으로 멋대로 중요한 결정을 한다고 에둘러 비난하는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합니다.

그런가 하면 쩡바오바오는 영화 ‘다키스트 아워(Darkest Hour)’의 포스터도 게재했습니다. 이는 지금 화양녠이 사상 최악의 위기에 처했다는 심경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화양녠은 ‘아름다운 시절’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화양녠이 쩡칭훙의 비호하에 앉아서 돈을 쓸어 담은 시절은 완전히 갔습니다. 시진핑이 화양녠을 공중분해해 상하이방의 돈줄 가운데 하나를 끊으려 하고 있습니다.

-박상후의 시사논평 프로그램 ‘문명개화’ 지면 중계

*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 표현은 원저자의 ‘중공’ 대신 중국, 중국 공산당으로 변경했습니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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