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폭스콘 노동자들은 대탈출을 강행했나?

폭스콘의 열악한 근로 환경 비판 지속 제기
최창근
2022년 11월 1일 오후 4:30 업데이트: 2022년 11월 1일 오후 10:25

중국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에서 벌어진 노동자 대탈주극은 ‘예견된 미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폭스콘(Foxconn)의 열악한 근무 환경이 빚은 참극이기 때문이다.

사건이 발생한 허난성 정저우 공장은 애플(Apple)의 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위탁 생산하는 대만 홍하이(鸿海)정밀 계열 폭스콘의 세계 최대 아이폰 위탁생산공장이다. 공장에서 근무하는 임직원만 30만 명에 달한다.

폭스콘은 ‘세계에서 최대 전자제품 제조기업’이다. 대만 출신 사업가 궈타이밍(郭台銘)이 설립했다.

1950년 대만 신베이시 태생인 궈타이밍은 외성인(外省人·중국 본토에서 국민당 정부와 함께 대만으로 건너온 한인) 2세이다. 중국해사전과학교(中國海事專科學校·오늘날 타이베이해양과기대학) 항운관리과 졸업 후 해운회사에서 일하던 궈타이밍은 1974년 ‘훙하이(鴻海)’를 설립했다.

훙하이라는 이름은 사마광(司馬光)의 ‘통감절요’(‘자치통감’의 요약해석서)에 나오는 구절 ‘홍비천리 해납백천(鴻飛千里 海納百川·기러기는 천 리를 날고 바다는 수많은 강물을 받아들인다)’에서 인용했다. 언젠가 바다를 건너 웅비하겠다는 야망을 담은 이름이다.

1988년 궈타이밍은 중국 현지 진출을 선언했다. 중국 광둥(廣東)성 선전에 현지 공장을 설립한 것이다. 대만해협을 둘러싼 양안 긴장이 가시지 않던 시절, 중국 본토 투자는 위험한 도박이었다. 기업 관련 법제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양안 관계도 불안했다. 승부수였다. 생산관리와 원가절감이 ‘업(業)의 본질’인 제조업의 특성상, 사업을 지속하고 확장하기 위해서는 값싼 노동력을 찾아야 했다. 1988년 문을 연 폭스콘 전자공장은 이후 40만 명 노동자가 일하는 단일 규모 세계 최대 공장으로 성장했고, 선전은 폭스콘이 성공한 후 전자·IT기업들이 몰려들어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성장했다.

1996년 폭스콘은 당시 세계 PC시장 점유율 1위 업체 미국 컴팩(Compaq·2012년 HP에 인수)과 PC·노트북 케이스 위탁 생산 계약을 체결한 뒤 IBM과 HP 등 경쟁 기업들과도 잇달아 계약을 성사시켰다.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과 계약을 계기로 궈타이밍은 생산 품질 제고에 만전을 기했고, 이는 까다롭기로 소문난 애플 CEO 스티브 잡스의 눈에 띄면서 연간 1억 대에 달하는 아이폰 생산량 대부분을 위탁 생산하게 된다. 폭스콘 생산방식은 ‘설계·디자인=IT기업, 위탁생산=폭스콘’이라는 오늘날 IT제품 제조 시스템의 전형이 되기도 했다.

애플과의 합작에 힘입어 폭스콘 생산제품은 전 세계 유통 가전의 40%를 점했고, 120여만 명을 고용했다.

훙하이를 4반세기 만에 세계 최대 제조 기업으로 성장시킨 궈타이밍은 하루 16시간씩 일하는 ‘워커홀릭’이다. 식사도 외부 일정이 없는 한 집무실에서 도시락으로 해결하는 게 원칙이다. 이런 궈타이밍은 직원들에게도 냉혹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중국 선전 공장에서 일하던 폭스콘 노동자 18명이 자살을 기도해 그중 14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배경에는 열악한 노동조건이 자리했다. 휴일은 월 1~2일, 매일 12시간 주 6일 이상을 근무했다. 반면 시간 외 수당을 더한 월급은 1400위안(26만 원) 수준에 불과했다. 대부분 시골에서 올라온 청년 노동자, 이른바 농민공들이 견디기 어려운 작업환경과 임금 수준이었다.

언론은 폭스콘의 ‘가혹한’ 노동 환경을 폭로하기 시작했다. 여파는 폭스콘에 생산을 의뢰한 애플, HP 등 유명 IT기업에 대한 소비자 비판과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다. 해당 기업들은 노동 환경 개선을 주문했다.

궈타이밍의 언행도 자주 구설에 올랐다. 자살 노동자가 대부분 창문에서 투신한 것에 착안, ‘투신 방지’를 명분으로 중국 광저우성 선전공장 내 시설의 모든 창문을 여닫는 데 30초 이상 걸리게 만들었다. 계단 난간에는 투신 방지용 그물을 설치했다. 전 직원에게는 회사의 면책조항이 포함된 ‘자살 금지 서약서’에 서명하게도 했다.

잇따른 자살 사건 발생 후 애플은 공급 업체에 행동 강령을 만들어 표준 노동시간을 준수하라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노동조건을 감찰하지 않았다. 중국 정부도 폭력적인 작업장 환경을 외면했다. 오히려 쓰촨성 청두에서는 정부가 폭스콘 채용을 공식 업무로 정하기도 했다.

노동자 집단 탈출 사건이 발생한 허난성 정저우 공장 내부 사정도 다르지 않다. 폭스콘 직원들은 10월 13일부터 공장에서 숙식하며 애플 아이폰을 조립해왔는데 봉쇄 말고는 이렇다 할 관리가 없는 허술한 운영과 열악한 환경, 엄격한 작업 규정 때문에 불만이 폭발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 ‘제일재경(第一財經)’은 11월 1일, 폭스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을 통해 지난 열흘 동안 공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격리 장소는 열악하고 하루 세 끼 식사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 폭스콘 측의 공식 부인에도 불구하고 공장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2만 명이라는 소문은 가시지 않았고 그런 와중에 핵산 검사 결과도 제때 나오지 않아 감염에 대한 두려움이 확산되는 등 혼선이 빚어졌다.

코로나 19 확산 속에서 폭스콘은 전 직원에게 숙소와 공장 외 이동 금지 조치를 내렸다. 공장에 들어가기 전 24시간 내 받은 코로나19 핵산 검사 음성 확인서를 제시해야 하고 근무 시 N95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마스크는 야외에서도 반드시 착용해야 하고 숙소에서만 벗을 수 있도록 했다. 작업 후에는 알코올이 75% 이상 함유된 소독용 물티슈로 칸막이, 컨베이어 벨트, 테이블 등을 닦아야만 했다.

중국 방역 당국의 지시에 따라 10월 19일부터는 공장 내 식당도 전부 문을 닫았다. 직원들이 모이지 않도록 하루 세 끼 도시락이 지급됐는데 식사 때마다 공장에서 숙소로 돌아와야 하는 데 대한 불편함이 컸다고 한다.

폭스콘은 직원들의 원성이 빗발치는 상황에서도 “전염병은 통제 가능한 상황이다.”라는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다 집단 탈출 영상 등이 중국 SNS에 퍼지며 비판이 일자 내부 공지를 통해 정신적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온라인 문진을 실시하고 온라인몰에서 의약품 등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당국과 협의해 귀가를 희망하는 직원들에게 차량 등을 지원하고 정상 출근하는 직원들에겐 별도 수당을 지급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