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귀한 팔자

Wen Binrong
2019년 3월 25일 업데이트: 2019년 10월 24일

천지 만물의 생기는 해마다 봄에 생겨나서 여름에 자라고 가을에 열매 맺고 겨울 휴면기에 이르면 조락하고 낙엽은 마침내 뿌리로 돌아간다. 이 엄숙한 계절은 사람의 생각을 가라앉혀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하게 만든다. 사람은 저마다 일생 중에서 좋은 종착지를 찾는데, 석양이 떨어질 때면 누구나 따뜻한 보금자리가 있어서 비바람을 피하고 몸을 보전할 곳이 있기를 희망하게 된다.

어느 명문가 규수가 28세에 의사에게 시집을 갔다. 당시 친지들이 모두 기뻐하면서 그녀에게 부귀하게 살 팔자라 부자 신랑에게 시집갔다고 부러워했다. 그런데 그녀의 남편은 사업 욕심이 너무 강해 늘 큰물에서 놀고 싶어 했다. 심지어 사업 영역을 의료계 밖에까지 확대해 많은 투자를 했다. 반면 아내는 병원이 바빠 돕다가 매일 어깨너머로 의료기술을 배웠다. 그러고는 독학으로 공부해 중의사 고시에 응시했다. 총명했던 그녀는 의사자격증을 얻었고, 그 후 빠르게 자신의 환자군(群)을 가짐으로써 진료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그러자 부부는 각자의 일을 하느라 바빠졌다.

하지만 세상일이란 수수께끼와 같아서 흔히 사람을 농락하곤 한다. 길(吉)한 것 속에 흉한 게 있고 흉한 것 속에 길한 게 감춰져 있어서다. 어느 날 그녀가 나를 찾아와 개인적으로 진료를 청했다. 불과 1년 사이에 10년은 더 늙어보였다. 나는 깜짝 놀라서 그녀에게 물어봤다. “괜찮으세요? 무슨 일이 있었나요? 어디가 불편한가요?” 그녀는 얼굴 근육이 떨려 실룩거리면서 “우리 부부 사이에 제삼자가 나타났어요. 병원에 근무하는 아주 지독한 간호사랍니다”라고 했다. 그녀는 그들을 상대할 수 없었다. 그래서 결국 그들의 관계를 묵인해줬다.

그런데 남편은 뜻밖에도 이혼을 하자면서 위자료로 4천만 위안을 내라고 했다. 세상에, 어디 이럴 수가 있는가! 나는 이 말을 듣고 그녀에게 말했다. “당신 팔자는 정말 귀하군요. 너무 부귀한 팔자예요! ”

알고 보니 남편은 그녀 모르게 이름을 도용해 많은 수표를 남발했고 이렇게 쌓인 빚이 4천만 위안이 넘었다. 실제 사정이 드러나자 채권자들은 그녀의 병원 앞에 찾아와 온갖 협박을 했고 심한 욕을 해대며 빚을 갚으라고 윽박질렀다. 결국 그녀의 진료 수입은 전부 채권자들이 가져갔고 한 푼도 남지 않았다.

이때 실타래처럼 엉킨 문제들을 단칼에 잘라버리지 않는다면 어떻게 이런 난관을 극복할 수 있겠는가? 마치 겨울이 지났지만 봄은 아직 오지 않고, 해가 지고 밤이 된 지 오래지만 태양은 뜨지 않는 상황이었다. 견디기 힘든 난관일지라도 지나야 했다. 그녀는 법원을 찾아가 이혼을 신청했다. 자신의 굴레를 벗도록 법원에서 정의를 활짝 펴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이혼소송은 시간을 질질 끌기만 했고 끝내 승소하지 못했다. 최종적으로 판사는 그녀에게 사적으로 화해하라고 했다. 이런 곤경에 처하자 그녀는 정신이 거의 붕괴될 지경이 됐다.

사실 그녀는 독실한 기독교인으로서 매일 신에게 기도를 올린다. 그녀는 파도를 넘으려 했지만, 사나운 파도는 갈수록 더 심해졌다. 그때마다 그녀는 신에게 절규하며 도움을 청했다. 그녀는 또 정신과 상담을 받고 심리학 수업도 들어봤지만, 상처받고 피로한 마음은 끝내 안식을 얻지 못했다. 이미 바닥까지 떨어진 그녀였지만, 뜻밖에도 더 놀라운 일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난소암에 걸린 것이다. 나는 비극적인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선 백회와 신정혈에 침을 놓았고 끊임없이 합곡과 신문혈을 문질러 줬다. 또 휴지를 한 장 뽑아서 그녀에게 눈물을 닦게 했다.

사람마다 장단점이 있듯이 의사에게도 치료하기 어려운 병이 있다. 운명의 병은 침구로도 치료하기가 쉽지 않다. 나는 우선 그녀에게 살아갈 용기를 북돋워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정신적인 문제는 정신적인 측면에서 답을 찾아야 하는데, 음악과 예술을 이용하면 영혼을 뛰어넘어 상처를 치료할 수 있다. 이에 나는 그녀에게 션윈예술단 공연을 보도록 권했다. 막이 오르자 수많은 하늘의 신들, 부처, 보살, 나한, 천왕이 구름을 타고 내려오는 한 편의 눈부신 장면이 펼쳐진다. 그녀는 공연을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마치 천국 같았어요! 신불의 세계에 직접 와있는 것 같아 정말 아름답고 감동적이었어요! 에너지도 아주 대단했고요”라고 했다. 나는 그녀의 흐르는 눈물을 보면서 마치 그녀 마음속의 모든 쓰린 일들, 곤경, 두려움이 순식간에 위로로 변한 것 같았다.

그후 그녀는 매년 가장 비싼 표를 사서 션윈예술단 공연을 감상한다. 그녀는 “션윈공연을 볼 수 있는 것이야말로 진짜 부귀한 운명”이라고 말한다. 비록 겨울 찬바람은 여전히 뼛속까지 파고들지만, 그녀는 눈 속에 우뚝 선 매화처럼 의연하게 버티고 있다. 결국 그녀는 남편과 이혼에 성공했고 다년간 병마와 싸우면서도 전력으로 전남편의 빚을 갚고 있다. 험난한 길이지만, 그녀는 용감하고 굳세게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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