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일까? 감시일까? 中 ‘안면인식’의 두 얼굴

2019년 3월 4일 업데이트: 2019년 12월 2일

지난달 22일 한글과컴퓨터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한컴 MDS가 중국의 AI 안면인식 기업인 ‘센스타임’과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장명섭 한컴 MDS 대표는 “안면인식은 AI의 핵심 분야”라고 강조하며 “한컴 MDS가 AI 안면인식 기업인 센스타임과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국내 시장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설립돼 홍콩에 본사를 둔 ‘센스타임’은 최근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인공지능 회사 중 하나이며, 영상처리 기술을 포함한 컴퓨터 비전을 기반으로 1초에 수 만 명을 동시에 알아볼 수 있는 핵심적인 안면인식 기술을 개발했다.

쉬리(徐立) 센스타임 CEO는 “현재 공안국을 비롯한 수많은 은행들, 인터넷 어플리케이션, 메이투(중국 셀카 앱 개발회사) 소프트웨어가 모두 우리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센스타임의 고객에는 차이나모바일, 유니온페이, 중앙인터넷·정보판공실, 화웨이, 샤오미, 오포와 웨이보 등 유명기업과 정부기관이 포함돼 있다.

세계 AI 리더를 꿈꾸는 중국 정부

중국 정부는 인공지능 분야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연구를 주도하고 세계 AI 최강국이 되겠다는 목표 아래 2025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AI 기술 혁신을 이루고 2030년에는 세계 AI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야심찬 포부를 품고 있다.

AI 분야의 세계적 리더가 되겠다는 목표 때문이었을까? 지난해 중국의 안면인식 기술이 세계 알고리즘 테스트에서 상위권을 휩쓸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인공지능 기업 ‘이투커지’가 개발한 두 개의 알고리즘이 1~2위를 차지했다. 해당 알고리즘은 천만 분의 일의 오차를 가졌으며, 인식 정확도가 99%를 넘는다고 한다. 3~4위는 중국 ‘센스타임’이 제출한 두 개의 알고리즘이, 5위는 ‘중국과학원 선전’의 알고리즘이 차지했다. 중국 내 안면인식 전문기업 ‘메그비’의 알고리즘 또한 8위를 기록했다. 상위 10위에 등극한 알고리즘 가운데 절반 이상을 중국 업체가 싹쓸이한 것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위에 언급된 중국의 안면인식 전문기업들이 대부분 단기간에 급속도로 성장한 스타트업 기업들이라는 것이다. 이 기업들의 가히 기적과 같은 성과는 중국 당국의 전적인 지원과 협력 때문이다. 센스타임의 초기 투자자인 뉴쿠이광(牛奎光)은 “세계의 다른 기업들과 비교해 센스타임과 그의 경쟁사들이 이렇게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영상 감시가 중국에서 매우 큰 사업이기 때문”이라며 “중국 정부는 사회를 관리하기 위해 예산을 통제하며 이 분야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쉬리 CEO 또한 “중국의 모니터링 규모는 외국 경쟁사에 비해 중국 인공지능회사에게 더 큰 이점을 준다”고 인정했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가 없었다면 스타트업 회사가 이렇게 빠르게 발전할 수 없었음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이 안면인식 기술을 대대적으로 개발하는 진짜 이유는 뭘까.

‘중국몽’의 본색이 드러나다

중국 정부의 지지에 힘입은 이런 성과를 입증하듯이 중국에서는 이미 안면인식 기술이 일상생활 속에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중국에는 현재 미국보다 4배나 많은 2억대에 가까운 감시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한 리서치 회사는 “중국이 민간 분야에 감시 카메라를 2020년까지 5억5000만 대를 추가로 설치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정부가 2015년부터 14억 중국인의 얼굴을 식별하는 안면인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중국 공안부를 비롯한 여러 부서들은 ‘공공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는 명분 아래 전 영역을 망라하고 전체 네트워크를 공유하며, 24시간 사용 가능하고 모든 과정을 제어할 수 있는 전국적인 영상감시 네트워크를 구축했고, ‘안면인식 기술’은 감시 네트워크 보완용 기술 목록에 포함됐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마틴 초젬파 연구원은 이를 두고 인공지능이 편리한 서비스를 넘어 핵심적 사회 제도에도 사용된다는 의미의 `알고리즘 거버넌스‘라고 규정했다.

중국어로 ‘쉐량(雪亮)’이라고도 불리는 ‘매의 눈’ 프로젝트는 농촌 지역을 타깃으로 한 중국 정부의 새로운 감시 프로그램이다. 현재 중국 내 50여 곳에서 시범 운행 중이며, 점차 전국적으로 확대될 계획에 있다. 중국 정부의 슬로건인 ‘대중의 눈은 눈처럼 밝다(群众的眼睛是雪亮的)’에서 이름을 따온 쉐량 공정은 2020년도까지 모든 지역을 연결해 네트워크를 공유하며 실시간 감시와 통제를 할 계획이다. 중국 사천성의 경우 이미 쉐량공정의 일환으로 1만4000개 마을에 4만 대 이상의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기도 했다. 자유아시아 방송에 따르면 광동성에 위치한 ‘벨 뉴 비전’이라는 기업은 가정집의 텔레비전과 스마트폰 기기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는 매의 눈 플랫폼 시스템을 개발했다. 중국 정부가 가정용품, 휴대폰 등의 기기를 통해 언제든지 개인의 사생활을 감시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감시 플랫폼은 입수되는 정보를 분석하는 데 인공지능과 안면인식 기능을 활용할 예정이다.

공공보안으로 감춘 인권유린

중국 정부는 매의 눈 프로젝트가 공익의 안전, 범죄 예방 및 통제를 위해 고안된 것이며, 주민들이 공산당을 믿는다면 집 안팎에서 감시당하는 것에 대해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안전함을 느낄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중국의 종교와 인권을 다루는 매거진 비터 윈터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대다수의 중국인은 매의 눈 프로젝트를 통한 정부의 밀착 감시에 대해 강한 두려움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들은 “공산당은 이미 집에서 우리를 감시하고 있다. 우리에게 사생활이라고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나. 마치 목에 목줄을 걸고 질질 끌려 다니는 것과 같다. 우린 말 그대로 현미경 아래 살고 있는 것이고, 너무 두렵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 정부가 신장위구르에서 안면인식 기술 등을 이용, 위구르족 약 260만 명에 대한 위치 추적 감시를 일상적으로 하고 있다”는 보도 역시 중국 정부의 인권유린 실태가 여실히 드러난 사건이다.

지난달 17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광둥성 선전에 있는 안면인식 기술 회사인 ‘센스넷츠’는 중국 경찰과 협력해 신장위구르 지역의 위구르족과 다른 소수민족 260만 명에 대한 위치 추적을 해왔다. 이 회사는 24시간 안에 GPS를 이용해 670만 개에 달하는 좌표 데이터를 수집했으며, 이 위치 데이터를 통해 위구르족의 이름과 신분증(ID) 숫자, 주소, 사진 등을 대조해 확인할 수 있다. 센스넷츠의 위구르족 위치 추적을 보도한 파이낸셜타임스(FT)도 “센스넷츠의 데이터베이스는 소수민족의 일거수일투족을 추적하고 있는 정부 관련 기관에서 사용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FT는 “신장위구르 지역에서는 몇 년 전부터 안면인식 기술 등을 활용해 위구르족에 대한 일상 감시를 강화해왔으며, 지역 당국은 위구르족의 혈액 샘플 등 생체 정보도 수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아직도 인권 침해 논란이 뜨겁게 일고 있는 신장 자치구 ‘재교육 센터’에 대해 ‘무료 직업훈련소’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토피아로 위장한 디스토피아

작금의 중국을 보면서 디스토피아 문학의 대표로 손꼽히는 조지오웰의 소설 ‘1984’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지도층에서는 유토피아라고 주장하지만, 정작 대부분의 사람은 불행하게 살아가는 디스토피아 사회의 전형을 보여 준 소설이다. 지배자 계급인 ‘빅브라더’에 의해 24시간 감시당하고, CCTV 역할을 하는 감시 TV를 보며 살아가는 시민들을 묘사했다. 조금이라도 당의 방침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 사람은 경찰에게 잡혀가 잔혹한 처벌과 고문을 당하고, 체제에 의문을 품었던 주인공 ‘윈스턴’마저 잔혹한 고문 끝에 결국 ‘빅브라더’를 숭배하게 된다는 끔찍하고 무서운 이야기이다.

하지만 ‘빅브라더’ 중국의 공산주의 특성으로 인해 중국의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력은 비약적으로 향상되고 있고 안면인식 기술은 세계 수준에 이르렀다. 안타깝게도 중국 정부의 감시와 통제는 세계 수준의 안면인식 기술 ‘유지·개발’을 위해서 더욱 동력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도 머지않아 안면인식 기술이 보다 상용화되어 많은 소비자들이 이 기술이 주는 보안과 편리함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안면인식 기술이 인간에게 편리함을 주고 사회 안전에 기여하더라도, 인권과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도록 규제와 제도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생체정보는 한번 도용될 경우 변경이 어려워 지속적으로 정보가 악용될 수 있기 때문에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도 심각하다. 미국 연방 인사관리처의 데이터베이스가 해킹돼 미국 전·현직 공무원 지문정보 약 560만 건이 유출된 사례도 있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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