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3연임 앞두고…베이징에 “하야하라” 현수막 등장

정향선 인턴기자
2022년 10월 15일 오전 11:08 업데이트: 2022년 10월 15일 오전 11:44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이하 20차 당대회) 개최를 사흘 앞둔 13일, 베이징 시내에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와 ‘제로코로나’ 정책에 항의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중국 당국은 인터넷에서 이 사건 소식을 차단했지만, AP·로이터·BBC 등은 논란이 된 현수막 사진을 입수해 보도하며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중국인들의 속마음을 표현했다”고 지적했다. 

13일 베이징 입체교차로에 ‘제로코로나·시진핑 반대’ 현수막 걸려 

로이터 등에 따르면 현수막은 베이징 하이뎬(海淀) 소재 입체교차로인 ‘쓰퉁챠오(四通橋)’의 난간에 내걸렸다. ‘쓰퉁챠오’는 베이징 도심과 중관춘(중국판 실리콘밸리·中關村), 베이징대·칭화대 등이 있는 대학가를 연결하는 주요 교차로다.  

두 장의 현수막 가운데 한 장에는 “코로나-19 핵산 검사(PCR)·봉쇄·거짓선전·문화대혁명·지도자·노예 말고 음식·자유·존중·개혁·투표·국민을 원한다”라고 적혀 있었고, 다른 한 장에는 시진핑 총서기를 “나라를 훔친 독재자”라며 “하야하라”는 문구가 씌어 있었다. 

중국 네티즌들이 게시한 영상에는 두 현수막 사이에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보인다. 현수막 글을 확성기로 계속 재생하는 소리도 담겼다. 

또한 현장에 출동한 공안들이 현수막을 떼내며 한 남성을 끌고 가는 장면과 소방대원들이 불을 끄는 모습을 담은 영상도 공개됐다. 이 밖에 드론으로 현수막을 내건 ‘쓰퉁챠오’ 일대를 찍은 영상도 공개됐다. 

AP통신 기자는 이 소식을 접한 뒤 급히 현장에 가서 공안에게 관련 사건에 대해 물었지만 “아무 일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전했다.

中서는 사건 소식 완전 차단…해외 SNS서는 현수막 건 사람도 밝혀져

현재 해당 소식은 중국 온라인과 SNS에서 모두 사라졌다. 많은 중국 네티즌이 “위챗·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쓰퉁챠오 현수막’ 소식을 공유한 이후로 계정이 차단됐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중화권 네티즌들은 그러나 트위터 등 해외 소셜플랫폼을 이용해 사건 관련 영상들을 빠른 속도로 퍼뜨리고 있다. 

또한 이날 트위터에는 사건을 주도한 사람이 누구인지도 밝혀졌다. 13일 새벽 4시 펑자이저우(본명 펑리파)라는 중국 네티즌은 ‘차이나 디지털 타임스’의 트위터에 “곧 작전을 시작할 예정이니 많이 공유해달라”는 댓글을 달았다. 그는 “중국에도 자유를 추구하는 사람이 있다는 점을 독재자 시진핑에게 알리겠다”고 썼다. 

‘반 시진핑 현수막 사건’을 직접 계획했다고 주장한 펑씨의 트위터 | 인터넷 캡처

펑씨는 댓글에 ‘시진핑을 무너뜨리기 위한 가이드라인’이라는 문서도 공유했다. 23쪽 분량의 문서에는 항의 현수막 내용, 도로 장애물 설치 방법 등이 담겼다. 실제 ‘쓰퉁챠오’에서 일어난 사건 내용과 모두 들어맞았다. 

펑씨는 다른 공유 문서에서는 “2022년 중국에는 견딜 수 없는 엄격한 사회 통제가 일어났다. 중국 국가주석이 불법 연임을 꿈꾸고 있는데, 이는 나를 포함해 모든 사람의 인내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다. 나는 역사에 영향을 미칠 혁명에 후회 없이 뛰어들겠다”고 적었다. 그는 또 “3년 가까이 이어온 방역정책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고 강제로 집에 갇혀 있었다. 이는 오히려 내가 생각하고 글을 쓰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금 펑씨가 트위터에 올린 시진핑 비판 및 현수막 관련 게시물은 모두 삭제됐다. 

외신들, 당대회 직전 중국 심장부서 ‘시진핑 반대’ 목소리 나오자 주목

외신들은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시진핑 반대’ 의견이 베이징 한복판에 등장했다는 점 때문에 이 사건에 주목했다.

로이터는 “중국에서는 ‘시진핑’ 이름을 말하며 항의하는 사람이 드물다. 검열을 피하기 위해 사람들은 되도록 은밀하고 우회적인 단어와 이미지를 쓴다”면서 “중국의 많은 도시 주민이 당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이 낳은 복잡한 봉쇄와 심각한 경기 침체 때문에 좌절했다”고 설명했다. 

CNN은 “중국에서 최고 지도자를 직접 언급하며 공개적으로 항의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면서 “특히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당국이 (체제) 안정을 위해 베이징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일어나기가 더욱 쉽지 않은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BBC는 “중국 당국은 최근 베이징 주변 지역에 20차 당대회를 선전하는 붉은 현수막을 설치하고, 모바일 앱도 붉은색으로 바꿨다. 방송국은 골든 타임에 시진핑이 지난 10년간 이룬 성과를 찬양하는 드라마를 틀기 시작했고 전국 지자체는 해당 주제로 전시회를 열고 있다”면서 “하지만 당국이 만들어 낸 이 같은 분위기와 달리 실제로는 중국인들이 좌절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아시아 대표 금융전문지인 <파이낸셜 아시아>는 공식 트위터 계정에 이번 사건의 현수막 사진을 공유하면서 “20%의 실업률과 ‘제로코로나’로 중국 경제는 심각하게 침체해 있다”고 평했다. 

속마음 털어놓기 두려운 베이징 시민들…왕단 “그는 지금의 ‘탱크맨’” 

베이징 시민들의 속마음도 외신 평가와 비슷했다. 한 베이징 시민은 에포크타임스와의 통화에서 “쓰퉁챠오는 20차 당대회가 열리는 곳과 가깝다”면서 “헌법에는 국민들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자유가 있다고 써 있다. 그러나 지금은 공개 장소에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면 말썽을 일으키는 것으로 간주된다”고 말했다. 

쓰퉁챠오 근처에 거주하는 다른 베이징 시민은 처음에는 “루머를 믿지 않고 전파하지도 않는다”고 에포크타임스에 말했다. 그러나 본지가 사건 현장 사진과 영상을 확인했다고 얘기하자 그는 “사건이 일어나자마자 바로 집 문을 닫았다. 묻지 말라”며 “우리 동네에 당대회 회의장이 있으니 그(현수막을 내건 사람)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당대회 참석자에게 하면 된다. 근처 호텔에 많은 공산당 당대회 참석자가 머물고 있다. 자세히는 모른다”며 서둘러 말을 마쳤다. 

다른 몇몇 베이징 시민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들었지만, 지금은 민감한 시기이기 때문에 감히 위챗으로 소식을 공유하지는 못한다고 밝혔다. 그들은 당국의 인터넷 검열망을 우회해 트위터, 페이스북 등 해외 소셜미디어를 통해 관련 소식을 접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에 거주하는 톈안먼사건의 학생 지도자 왕단(王丹)은 트위터에 이번 사건을 공유하면서 “현수막을 내건 사람은 현시대의 ‘탱크맨’”이라고 극찬했다. 그는 “수많은 중국인이 시진핑의 3연임 때문에 좌절했다. 사람들은 반항할 것”이라며 “그는 반항하는 첫 사람이 아니며 마지막 사람도 아닐 것이다. 시진핑의 행보는 필연적으로 더 많은 정치 풍파를 일으킬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