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의 패착…마스크 수출 제한에, 트럼프 ‘국방물자생산법’ 카드로 반격

한동훈
2020년 3월 3일
업데이트: 2020년 3월 4일

트럼프 대통령이 발동을 검토 중인 ‘국방물자생산법’이 미중 무역전쟁으로 위기에 몰린 중국 정권에 또 다른 타격이 될 수 있으리란 전망이 나왔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미 행정부 관료 2명의 발언을 인용해, 보건복지부와 국토안보부 관계자들이 전날 국방물자생산법에 따른 특별권 사용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국방물자생산법은 냉전시대인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9월에 제정됐다. 국가안보 등을 이유로 주요 물자와 소재의 생산을 늘릴 명령권을 대통령에게 부여한다.

이 법안 발동을 검토하게 된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내에서 보호 마스크와 보호복 생산을 빠르게 늘리기 위해서다.

알렉스 아자르 미 보건장관에 따르면 미국 내 신종 코로나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의료진용 N95 마스크 3억개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미국이 전략적으로 비축한 물량은 3천만 장 정도다.

중국은 지난달부터 중국 내에서 마스크를 생산하는 3M 등 해외기업에 마스크를 수출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美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실장은 지난달 25일 미국 폭스TV와 인터뷰에서 “중국은 미국기업인 3M의 마스크 수출을 금지해 미국이 마스크를 구입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격분한 트럼프 대통령은 3M을 포함한 의료용품 생산 미국기업 4곳을 중국에서 미국으로 강제 철수시키는 법안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

국방물자생산법은 민간기업에 국가안보에 필요한 물자생산을 요구하는 권한 외에 대통령에게 국가안보 강화를 위한 자원배분, 서비스 조달과 시설사용을 위한 법규·명령 제정 혹은 기구설립 권한을 부여한다. 또한 국가안보에 필요한 희소하거나 핵심적인 재료 공급을 위해 민간경제에 대한 통제도 가능하게 한다.

이밖에 재산징발, 임금과 가격통제 시행, 노사분쟁 해결, 소비자금융과 부동산 대출 통제, 계약우선권 부여 국가안보를 위한 원자재 배분 등 막강한 권력이 제공된다.

한국전쟁 당시 트루먼 대통령은 이 법에 따라 국방동원사무실을 만들어 임금과 물가를 통제하고 철강 등 중공업 생산을 통제해 전쟁물자 생산공장을 미국 전역으로 분산하게 명령했다.

미국의 강력한 생산력과 압도적인 물량은 과거 세계 2차대전에서 연합군을 승리하게 한 원동력이었다. 이후에도 미국은 이 법안을 50여회 발동하며 국가적 위기상황을 극복해왔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방물자생산법이 신종 코로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다가 마스크 부족 현상을 겪자 부랴부랴 들고나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미 무역전쟁으로 중국 공산당 정권을 사지에 몰아넣고 있는 트럼프가 ‘마스크 수출 제한’이라는 공산당의 보복에 국방물자생산법으로 발동할 경우, 향후 미국의 대중무역 압박이 한층 더 격상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동시에, 이번 조치는 미국이 신종 코로나 감염증 확산에 대해 본격적으로 대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백악관에서 통해 신종 코로나 감염증에 대한 기자회견을 진행하면서 “미국은 어떤 경우든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펜스 부통령을 전담 태스크포스 팀장으로 임명했다.

미국 의회도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에 발 빠르게 호응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조시 홀리 미 연방상원의원은 미국 내 의료물자 생산업체와 연방정부 간의 의약품 공급에 대한 공동대응을 요구하는 ‘의료물자 공급체인 안전법안‘(The Medical Suply Chain Security Act)을 발의했다.

홀리 의원은 신종 코로나로 인한 중국 제조업체의 생산감소가 미국의 의약·의료장비 생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법안 취지를 설명했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중국에서의 신종 코로나 여파로 미국 내 의약품 150종이 부족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미국 기업의 회생에 힘을 쏟아왔다. 그러나 민주주의 국가 시스템에서 민간기업에 대한 통제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이 마스크 수출제한으로 공격을 시도하면서, 오히려 트럼프에게 국방물자생산법 발동에 대한 명분을 제공함으로써 트럼프의 미국 기업 강화조치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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