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진욱 반도체공학회장 “HBM3, 최고 속도·최대 용량 메모리”

2021년 10월 26일
업데이트: 2021년 10월 27일

“삼성·SK하이닉스, 메모리 분야 선도…세계 시장 70% 이상 점유”
“반도체 경쟁 치열…반도체 생태계 형성 및 인재 양성 필요”

SK하이닉스가 현존 최고 사양 D램(Dynamic Random Access Memory·메모리 장치의 일종)인 ‘HBM3’를 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에포크타임스는 26일 범진욱 반도체공학회장(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을 만나 HBM3개발이 지니는 의미와 한국 반도체 산업의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반도체공학회는 국내 반도체 석학뿐 아니라 설계·공정·패키징 등 반도체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전문가 680여 명이 모인 학회다. 2017년 설립 이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양대 반도체 제조사도 법인으로 참여하면서 규모와 기반이 더욱 탄탄해졌다.

“HBM3, 최고 속도·최대 용량 구현”

범 회장은 HBM3에 대해 “지금까지 나온 것 중 가장 빠른 속도로, 가장 많은 양을 처리할 수 있는 메모리”라며 “HBM은 우리나라 반도체의 자랑”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HBM(High Bandwidth Memory)3는 대용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읽고 쓸 수 있는 메모리로, 4세대 HBM 반도체다. HBM1, HBM2, HBM2E, HBM3로 개발이 진행돼 왔기에 4세대라 칭한다.

데이터의 전달은 택배나 물류의 흐름과 비슷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데, HBM은 대용량으로 한 번에 배달하는 것으로 HBM3는 1초당 819기가바이트(GB)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범 회장은 HBM에 대해 “그래픽 카드의 메모리”라며 “HBM은 GDDR(Graphics Double Data Rate Synchronous Dynamic Random-Access Memory: GDDR SDRAM)보다 대용량을 공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인공지능 반도체의 발전과 더불어 GPU(graphical processing unit·그래픽처리장치)의 사용이 늘고 있어 미래 산업을 선도한다는 면에서 꼭 필요한 기술”이라며 “SK하이닉스가 최고 속도(819 GB/s)와 최대용량(24 GB)을 완성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일반 메모리와 비교해 HBM3는 메모리를 ‘쌓아 올리는(적층)’ 고난도 기술을 적용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범 회장은 “HBM과 일반 메모리 모두 기본적인 기술은 D램 기술로 같지만 이번 기술은 TSV 실리콘관통 비아를 이용해 메모리를 적층하는 기술”이라며 “그 난이도가 높지만 미래에 많이 쓰일 패키지 기술로 발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일반 메모리가 1층 건물이라면 이번에 나온 HBM3는 12층 건물과 같다는 게 범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웨이퍼를 30마이크론(μm·센티미터의 1만분의 1) 두께로 굉장히 얇게 만들어야 하고 잘 정렬해 쌓아 올려야 하는 매우 어려운 기술”이라며 “이번에 HBM 기술 중에서도 가장 좋은 성능을 구현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HBM 기술은 이미 개발됐지만, 그 속도와 용량은 계속 증가추세에 있고 SK 하이닉스는 HBM 분야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유지해 왔다”며 “이런 성능 지표를 뛰어넘는 결과가 계속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근 삼성은 14나노(nm·10억분의 1미터) EUV(Extreme Ultra-Violet·극자외선) DDR5 D램을 양산한다고 발표했다.

범 회장은 “DDR5(Double Data Rate 5 SDRAM) 메모리는 차세대 메모리 규격으로 내년부터 공급이 시작돼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확산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DDR5는 CPU(central processing unit·중앙연산장치)용 메모리이며, GDDR과 HBM은 GPU용 메모리다. 우열이 있다기보다는 필요한 특성을 구현하기 위해 다르게 만들어진다.

그는 “삼성이 14나노 EUV DDR5 D램을 양산하는 것은 대단한 기술”이라며 “우리나라 메모리의 시장 점유율이 70% 이상인 것은 기술적 우위를 확보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만과의 경쟁, 미국 기업의 도전 등 극복해야”

HBM3의 개발 성공이 대만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당연히 국내 기술 발전과 국제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된다”면서 “HBM 기술은 인공지능 반도체에 핵심적으로 사용되고, 개발에도 고난도의 첨단 공정이 요구되므로 이러한 기술은 HBM을 넘어 관련 기술을 확장 발전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범 회장은 “반도체 기술면에서는 우리나라가 대만보다 우수하다”면서 “삼성과 대만 TSMC가 현재 3나노미터 개발 경쟁을 하고 있고, 삼성의 3나노 공정 양산이 곧 가능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대만과 비교해 팹리스(fabless·공장 없이 설계만 담당)와 파운드리(foundry·반도체위탁생산) 간의 유기적 협력관계가 부족한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은 TSMC 등의 공정으로 반도체 제품이 많이 개발됐고 이러한 기술 배경을 이용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며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한 팹리스가 잘 되니 파운드리도 같이 잘되는, 상생의 생태계가 잘 형성돼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대만은 제공하는 공정과 서비스 면에서 우리나라를 앞서고 있다고도 했다.

범 회장은 “D램에서는 우리나라 삼성과 SK하이닉스의 우위가 계속 유지되리라 본다”며 “우리나라는 기술우위를 확보함으로써 파운드리 부분의 단점을 극복 가능하리라 보는데,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TSMC를 비롯한 대만 업체와 마이크론(Micron) 등 반도체 패권을 다시 차지하려는  미국 기업의 도전이 심상치 않다”고 우려했다.

“반도체 분야,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

범 회장은 반도체 분야의 전망은 밝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을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며 앞으로 반도체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대규모 활황으로 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디지털 세상으로 전환되면서 과거보다 전자기기 사용도 늘고 있는 데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나오면 없던 수요가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데이터 센터, 인공지능, 자동차 반도체 분야의 연평균 성장률은 30~40% 정도”라고 역설했다.

범 회장은 “반도체가 미래 산업으로 큰 성장이 예측되고, 우리나라에 이바지하는 바가 크다”며 “최근 국회에서 추진되고 있는 국가핵심전략산업 특별법(반도체 특별법) 등을 통해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 활성화하는 기반이 마련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특히 “반도체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시스템 반도체에서 팹리스를 육성해 파운드리와 명콤비로 함께 동반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취재본부 이윤정 기자 yunjeong.lee@epochtimes.n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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