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고래 떼에 쫓기던 아기 바다표범 지느러미에 태우고 헤엄친 혹등고래

윤승화 기자
2019년 10월 22일 업데이트: 2019년 10월 22일

‘바다의 평화주의자’ 혹등고래가 범고래에 잡아먹힐 뻔한 바다표범 친구를 구해냈다.

지난 2009년 어느 날이었다. 남극 바다, 작은 빙산 조각 위에 바다표범 한 마리가 겁에 질려 떨고 있었다.

주위 바닷물 속에는 범고래 무리가 돌아다녔다. 녀석들은 합심해서 똑같은 방향으로 헤엄쳤다. 파도가 생기면서 바다표범은 빙산 조각에서 떠밀려 바다로 떨어졌다.

이대로라면 바다표범은 범고래 무리에게 사냥당할 것이 자명한 순간. 그때였다. 거대한 무언가가 바다표범 쪽으로 다가왔다. 이윽고 신기한 일이 펼쳐졌다.

Robert L. Pitman
Robert L. Pitman

자신을 발견한 바다표범이 필사적으로 헤엄쳐오자, 혹등고래는 몸을 뒤집어 가슴지느러미 사이에 바다표범을 태웠다.

사냥감을 포기하지 않은 범고래 무리가 가까이 오자 혹등고래는 몸을 굽혀 바다표범이 물 밖에 있도록 했다. 바다표범이 물에 떨어지지 않도록 안고 있는 자세를 고치기도 했다.

혹등고래는 그대로 숨을 참고 20여 분 배영을 해 바다표범이 다른 빙산으로 안전하게 도망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같은 모습은 남극 반도 일대를 조사하던 미국 국립해양어업국 소속 로버트 피트먼(Robert L. Pitman) 박사에 의해 포착, 소개됐다.

 

범고래는 귀여운 외모와 달리 상어까지 잡아먹는 바다 최상위 포식자로 유명하다. 영어 이름이 킬러 고래(Killer Whale)일 정도다.

혹등고래는 이런 범고래가 사냥할 때 내는 소리가 들리면 먹이 찾기, 짝짓기, 휴식 등 자기 일상 활동을 모두 멈추고 헤엄쳐 온다고 알려졌다. 심지어는 2km 밖에 있는 범고래 무리로 향한 사례로 있다.

그렇게 멀리서 달려와서는 길이 5m, 무게만 1t에 달하는 거대한 가슴지느러미로 물 표면을 때려 범고래 앞을 막아선다.

혹등고래의 이같은 선행에 대해 학자들의 의견은 분분한 상태. 어떤 이유에서건, 혹등고래가 바다의 수호자임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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