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설 연휴? 주문 끊긴 中 공장들, 직원에 장기휴가 통지

강우찬
2023년 11월 16일 오후 6:31 업데이트: 2023년 11월 16일 오후 6:31

조업 재개 기약 없이 일방 통지…“사실상 폐업”

중국의 경기 침체가 심화되면서 내년 설 연휴 기간을 고려한 장기휴가에 들어가는 제조업체들이 늘고 있다.

재고는 넘치는데 주문이 없어서다. 경기가 바닥까지 가라앉으면서 출구가 보이지 않는 현실에 중국 제조업체들이 긴 겨울을 준비하고 있는 모양새다. 내년 중국 설은 2월 10일이다.

웨이보, 더우인(틱톡) 등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저장성, 후베이성, 광둥성, 허난성 등지의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장기 휴가’를 통보했다는 소식이 확산됐다.

지난 1일 한 봉제업체는 직원들에게 보낸 통지문에서 “재고량이 많아 올해 전 직원의 휴가를 앞당기기로 했다”며 “작업을 종료한 부서는 11월 3일부터, 아직 남은 부서는 작업이 종료되는 대로 휴가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통지문은 “지금으로서는 업무 재개 일자를 2024년 2월 27일로 예정하고 있지만 확정된 것은 아니다. 추후 공지를 기다리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한국의 ‘여름휴가’에 해당하는 집중적인 휴가 기간이 따로 없다. 다만, 6대 명절 중 가장 큰 명절인 설날(춘절), 중국 공산당 정권 수립일(10월 1일)에 7일의 장기 휴가가 주어진다. 기업에 따라 2주 가까이 휴가를 주기도 한다.

중국 소셜미디어에 확산 중인 기업들의 장기휴가 통지문과 관련 소식들. | 더우인 화면 캡처

중국 소셜미디어에 확산 중인 기업들의 장기휴가 통지문과 관련 소식들 | 화면 캡처

정권 수립일은 바로 지난달이었으므로 ‘휴가를 앞당기겠다’는 봉제업체 통지문은 내년 설 휴가를 가리킨 것으로 풀이된다.

허난성의 민간 철강업체 신야강창(新亞鋼廠)은 “11월 1일부터 생산을 전면 중단하고 유지 보수에 들어간다. 업무가 재개 전까지 공장 직원들은 휴식을 취하도록 한다”고 밝혔다.

이 업체는 “업무 환경에 따라 즉시 업무 복귀를 통보할 수도 있다”면서도 “잠정적으로 내년 2월 17일까지 휴업한다”고 밝혔다.

저장성의 한 근로자는 소셜미디어 영상을 통해 “저장성에서는 일자리 구하기가 어렵다. 주문을 받지 못한 많은 공장이 이미 휴가에 들어갔다”고 어려운 처치를 하소연했다.

온라인에 유출된 광둥성 둥관시의 한 공장의 공문에는 “주문이 없어 원래 올해 8월 말까지였던 공장 전체 휴가를 2024년 2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통지문에서는 모두 ‘휴가’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사실상 공장 폐쇄라는 게 근로자들의 반응이다. 일부 기업들은 조업 재개 날짜를 밝히기도 했지만 확정이 아니라 잠정이며, 재개한다 하더라도 경영환경이 나아진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일방적인 휴가 기간에 급여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허베이성 탕산의 한 철강회사 영업 책임자인 왕(王)모씨는 RFA와의 인터뷰에서 “몇몇 업체들은 휴가 기간에 월 1000위안(약 18만원)의 생활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며 그 이상 줄 여력이 안 된다는 의미라고 했다.

왕씨는 “현재 우리 지역 제철소 85%가 적자 운영이고, 15%만이 흑자”라며 “적자가 계속되면 공장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 저장성 이우의 한 도매상가. 평일 대낮에 문을 닫거나 공실인 곳이 다수 목격됐다. | 웨이보 화면 캡처

그나마 휴가 중인 직원들에게 생활 보조금을 지급하는 기업은 직원들의 이탈을 막고 어떻게든 다시 일어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개월간 밀린 임금을 해결해 주지 못하고 하룻밤 사이 직장을 폐쇄하고 경영자가 달아나는 일도 드물지 않아서다.

중국 세관총서가 지난 7일 발표한 중국의 10월 무역 통계에 따르면, 수입은 전년 동월 대비 3% 증가했지만 수출은 3개월 연속 감소해 전년 동월 대비 6.4%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대 도매시장인 저장성 이우는 이러한 중국 침체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 9일 이우를 방문한 한 1인 방송 진행자는 “한때 번성했던 이우가 한산한 도시로 변해버렸다”며 한탄했다. 그가 직접 촬영한 이우 도매상가 영상과 사진에는 인적이 끊긴 황량한 풍경이 담겼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중국 전역과 전 세계에서 온 수십 만 명의 바이어로 연일 북적거렸던 도매상가는 임대료를 낮췄는데도 공실을 채우지 못했다.

이 방송 진행자에 따르면, 점포 임대료가 적게는 3분의 1에서, 많게는 10분의 1로 떨어진 곳까지 있었다.

그의 인터뷰에 응한 한 현지 관계자는 “이곳을 찾는 외국인이 예전의 3분의 1도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