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시위로 中 ‘만리방화벽’ 비난대에…“디지털 전체주의”

뤄야
2022년 12월 8일 오전 10:41 업데이트: 2022년 12월 8일 오전 10:41

백지시위로 ‘만리방화벽’ 넘는 법 눈길
14억 중국인의 눈과 귀 막는 프로젝트
장쩌민 장남이 주도한 ‘정보 차단의 벽’

최근 중국 전역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대하는 ‘백지운동’이 일어났다. 시위 현장에서는 “공산당, 물러나라”는 구호까지 터져 나왔고, 이에 당황한 당국은 국민들이 해외 인터넷에 접속하지 못하도록 인터넷 검열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20여 년 전부터 인터넷 검열 시스템인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 of China, GFW)’을 이용해 거의 모든 해외 뉴스 사이트와 소셜미디어를 차단하고, 통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슈를 걸러내고 있다. 이번 백지운동이 중국과 자유 세계 사이의 높은 ‘정보의 벽’을 다시 한번 주목하게 했다.

11월 24일 신장 우루무치에서 발생한 화재 참사는 코로나 봉쇄에 항의하고 화재 희생자를 추모하는 시위로 이어졌다. 1989년 이래 중국 전역에서 이처럼 큰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적은 없었다.

26일 밤, 난징(南京)미디어학원 대학생들은 백지를 들고 당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항의하며 “인민 만세, 고인의 명복을 빈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27일 청두(成都) 시위 현장에서 한 여학생이 연설 도중 “중국 공산당은 조폭인가, 왜 진실을 말하지 못하게 하는가”라고 중국 공산당 당국을 향해 따져 물었다.

27일 밤 상하이에서는 수백 명이 봉쇄 해제와 자유를 호소하며 “공산당, 물러나라” “시진핑,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트위터에 올라온 동영상에 따르면 같은 날 베이징 칭화대 학생 수백 명이 교내 쯔징위안(紫荊園) 캠퍼스에 모여 시위를 벌였다.

난징(南京)미디어학원의 시위 소식은 웨이보(微博)에 1시간 가까이 떠돌다가 차단됐다. 이후 이런 시위 현장의 동영상은 위챗 등 중국 소셜미디어에 불과 몇 분 동안만 존재하다가 곧바로 삭제됐다.

그러나 이후 쏟아지는 시위 관련 소식에 중국공산당 인터넷 검열관들이 미처 대처하지 못해 일부 게시물은 몇 시간 동안 인터넷에 유포되기도 했다. 시위자들은 또 은어를 사용해 인터넷 검열을 피했다. 예를 들면 친구들에게 잘 알고 있는 곳을 지칭하면서 “○○에서 산책하라”고 말하는 것 등이다.

중국 공산당 당국이 인터넷 정보를 검열하므로 중국인은 대부분 당국이 허용하는 내용만 볼 수 있지만, 인터넷 우회 접속 프로그램인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 중국 내에서 발생한 일들을 해외에 퍼뜨리는 사람도 많다. 이번 시위에서 중국 내 시위 동영상이 트위터에 대거 올라왔다.

시위대는 또 텔레그램 소셜미디어 그룹을 만들어 각 도시의 시위 메시지를 공유하기도 했다.

미국의소리(VOA)는 베이징에 사는 젊은이 엘리엇 왕(Elliot Wang)의 말을 인용해 “이번 이례적인 시위가 수백만 명의 중국 네티즌과 정부 검열 메커니즘 간의 ‘고양이와 쥐 게임’을 부각했다”고 전했다.

상하이에서는 경찰이 행인들의 휴대폰에 VPN 도구가 있는지, 중국에서 차단된 텔레그램 등의 앱이 깔려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누가 방화벽을 구축했나

중국 당국은 11월 30일 장쩌민 전 당수가 이날 병사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장쩌민은 인터넷 통제 시스템 운영을 시작한 인물이기도 하다.

중국문제 전문가 헝허(橫河)는 2일 에포크타임스에 인터넷 봉쇄와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만리방화벽(GFW)과 금순공정(전국 공안공작 정보화 공정, Golden Shield Project)은 장쩌민 시절부터 시작됐다. 만리방화벽과 금순공정은 1998년 제안됐고, 이듬해(1999년) 장쩌민에 의해 파룬궁 탄압이 시작됐다. 이 두 프로젝트는 탄압 시작 단계에서 파룬궁 수련생들의 통신을 차단하기 위해 개발한 것이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만리방화벽은 장쩌민의 장남 장몐헝(江綿恆)이 주도하고 팡빈싱(方濱興) 국가공정원 원사가 연구개발을 주관했으며, 양대 통신사(차이나텔레콤, 차이나유니콤)의 국가급 게이트웨이 국제 인터페이스와 핵심(core) 네트워크 성급 게이트웨이 인터페이스에 설치됐다. 주요 기능은 키워드 필터링, IP 봉쇄, 도메인 납치, HTTPS 암호화 전송 필터링이다.

만리방화벽과 금순공정은 모두 인터넷을 봉쇄하는 기능을 갖는다. 양자 간에 비록 명확한 경계는 없지만 그래도 구별은 있다. 만리방화벽의 주요 기능은 감시와 차단으로 국내외 정보 유통을 감시하는데, 주로 중공 인터넷 관리 부문에서 주도한다.

만리방화벽의 검열 키워드는 주로 파룬궁 관련 문구였다. 하버드대의 2005년 연구에 따르면 방화벽은 파룬궁에 대한 긍정적인 보도를 100% 차단했고, 천안문 사태 관련 콘텐츠는 48% 차단했다. 웹사이트 차단 프로그램 ‘그린댐 유스 에스코트(Green Dam Youth Escort, 綠壩·花季護航)’가 2009년에 검열한 주요 키워드 파일명이 바로 ‘파룬워드(FalunWord.lib)’였다.

헝허는 금순공정이 가장 먼저 구축한 민간인 감시용 데이터베이가 바로 파룬궁 데이터베이스라고 했다. 지역 인터넷 개념을 처음 제안한 자는 이 두 시스템을 지지한, 장쩌민의 장남 장몐헝이었다.

헝허는 이 두 시스템의 주된 수요자는 파룬궁 박해를 주관하는 정치국·정법위·국안부·610사무실 등 정법 시스템이라고 밝혔다..

1998년 중국 공안부가 기획한 ‘금순공정’은 1999년 1월 건설하기 시작했고, 이는 만리방화벽의 중요한 구성 부분이 됐다.

미국 통신장비 업체 시스코시스템즈(시스코)가 유출한 PPT 자료에 따르면 금순공정의 주요 용도는 파룬궁 탄압이다.

2008년 5월 20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와 관련한 내용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미국 시스코의 2002년 내부 마케팅 설명서에 실렸다. 미국 의회 조사관이 입수한 이 중국어 설명서는 “파룬궁과 기타 적대 세력을 단속하는” 중국 공안부의 업무에 시스코가 일조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 테리 앨버스타인(Terry Alberstein) 시스코 아시아태평양지부 대표는 이 설명서를 리룬썬(李潤森) 중국 공안부 과학기술위 주임으로부터 입수했다고 했다.

세계 최대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시스코는 트래픽을 유도하는 장비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일부 사이트를 차단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장쩌민의 파룬궁 박해가 오늘날의 ‘디지털 전체주의’의 화근

재미 시사평론가 탕징위안(唐靖遠)은 지난 2일 에포크타임스에 장쩌민이 파룬궁과 관련된 진실한 정보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리방화벽 구축을 지시했다고 지적했다. 이 프로젝트는 이후 중국인의 ‘정보의 베를린 장벽’이 돼 중국인의 정보 접근 방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고, 정보 유통 수단인 네트워크를 민중을 세뇌하는 도구로 만들었다.

탕징위안은 “오늘날 만리방화벽은 이미 중국공산당이 추진하는 디지털 전체주의의 가장 중요한 인프라가 됐다”며 “감시와 추적 등을 포함한 다양한 기능을 확장하고 발전시켜 중국공산당 전체주의 체제의 상징이 됐다”고 했다.

헝허는 “만리방화벽이 중국 대륙의 인터넷을 지역 네트워크로 만들어 세계 인터넷과 거의 단절시켰다”면서 “금순공정은 이제 얼굴 인식을 포함한 톈왕(天網) 시스템으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늘날 중국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인터넷 봉쇄와 감시로 고통받고 있는데, 그 근원을 따지면 바로 장쩌민이 파룬궁을 박해한 데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중국에 표현의 자유가 있다면 반년 안에 공산당 멸망할 것”

중국인 커뮤니티 핀충왕(品蔥網)에서 한 네티즌은 “누가 만리방화벽을 설치했는가, 그는 왜 만리방화벽을 건설했는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거짓말 위에 세워진 중국 공산당 정권은 표현의 자유를 통제하는 것이 통치 유지의 가장 큰 목표다. 방화벽을 설치하는 것은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중국에 표현의 자유가 있다면 중국 공산당은 반년 안에 반드시 멸망할 것이다.”

정권이 장쩌민에서 후진타오, 시진핑으로 이어지면서 인터넷 통제가 점점 더 엄격해지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중국 공산당은 통치를 공고히 하기 위해 인터넷 봉쇄뿐만 아니라 댓글 부대를 통한 여론 유도, 실명제, 댓글 삭제 및 통제 등의 수단도 이용한다.

왕야추(王亞秋) 휴먼라이츠워치(HRW) 중국부 연구원은 2020년 9월 발표한 글에서 중국인들은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가 정보를 조작하기가 점점 더 쉬워진다고 했다.

왕야추 연구원은 각국 정부와 기관은 방화벽을 우회하거나 검열을 피할 수 있는 기술·도구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방화벽을 넘지 못하는 중국의 많은 젊은이가 방화벽을 우회해 해외의 독립적인 중국어 미디어에 접속하는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진실한 정보를 접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그는 또 중국의 변화를 이끄는 진정한 동력인 기자·작가·인권활동가도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의 파룬궁 수련자생들은 중국인들이 해외 인터넷을 접속할 수 있도록 프리게이트(freegate), 울트라서프(Ultra Surf) 등 다양한 VPN 프로그램을 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