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돼지고기 가격 폭등 비상 ‘백약이 무효’…정권 수립 70주년 앞두고 전전긍긍

Su Jinghao, China News Team
2019년 9월 19일 업데이트: 2019년 9월 19일

중국 전역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확산되면서 중국 당국이 갖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돼지고기 가격이 안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영국의 경제연구소 캐피털 이코노믹스(CE)는 중국 정부가 돼지고기 가격을 안정시키려는 노력은 효과가 없었으며 물가 상승률도 목표치를 상회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 줄리언 에반스 프리차드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가 돼지 열병의 확산으로 인한 영향을 통제하기 위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부수적 효과만 얻었을 뿐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내년 인플레이션이 중국 정부가 세운 목표치를 넘어설 것이며 1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도 지적했다.

돼지고기 공급 감소와 가격 폭등

중국에서는 지난해부터 퍼지기 시작한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돼지 120만 마리가 살처분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바이러스성 출혈성 돼지 전염병으로, 현재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어 감염되면 치사율이 거의 100%에 가까울 정도로 치명적이다.

네덜란드 은행 라보뱅크의 애널리스트는 지난 7월 중국의 돼지 공급량은 지난해 동기대비 약 40% 감소했고, 올해 말 중국 돼지 개체 수는 절반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돼지고기 소비량의 95%를 국내에서 조달하는 중국에서 돼지 열병이 확산하면서 생산량이 줄어들자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했다. 중국 국가통계국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돼지고기 가격은 동기대비 46.7% 상승했다. 현재 중국 돼지고기 가격은 kg당 약 35위안(5875원)으로 폭등했다.

중국정치평론가인 천포쿵(破空)은 9월 13일 ‘미국의 소리(VOA)’에 중국 돼지고기 공급 부족은 당국의 우매한 정책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은 미국에 대한 보복 조치로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을 중단하고 러시아산을 수입했는데, 러시아 돼지고기를 통해 돼지 열병이 전파됐다는 것이다.

그는 대량의 살처분으로 인해 많은 양돈 농가가 업종을 바꾼 것도 돼지고기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꼽았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ING은행의 이코노미스트 아이리스 팡은 “돼지고기 가격 상승은 다른 육류 가격까지 끌어올렸고 곧 채소류의 가격도 상승하게 될 것”이라며 “(중국) 지도층은 돼지고기 가격이 전체 소비자 물가지수(CPI)에 과도하게 반영돼 국민들(특히 저소득 계층)이 급격한 물가 상승을 체감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라고 분석했다.

프리차드는 중국의 돼지고기 가격이 2020년 초까지 2018년 대비 80% 이상 상승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측했다고 CNBC가 보도했다.

그는 중국의 내년 평균 통화 팽창률은 3.5%에 달할 것이며, 최고 4%를 초과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중국 중앙은행이 설정한 연평균 인플레이션 3.0%라는 목표치를 넘어서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2.3% 상승했고 이는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은 식탁에서 매 끼니 돼지고기가 빠지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세계 최대 돼지고기 생산국이자 최대 소비국이다. 2017년 기준 중국의 돼지고기 소비량은 5481만t으로 전 세계 50%를 차지했다.

전 세계 돼지고기의 절반을 중국인이 먹어 치운다는 말이다. 저량안천하(猪糧安天下·돼지고기와 식량이 천하를 평안케 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국인들의 돼지고기 사랑은 유별나다.

프리차드는 중국이 세계 돼지고기의 절반을 소비하기 때문에 해외 수입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돼지고기 공급 확대가 최대의 정치 과제

중국 정부는 돼지고기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조치로 양돈업계에 5백만 위안의 보조금을 지급해 대형 양돈장 건설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이에 대해 프리차드는 “최근 (중국의) 소비자와 농민에 대한 보조금 지급은 너무 부족해서 대국을 변화시키지 못한다. 또 돼지고기의 전략적 비축을 위해 적극적 조처를 한다고 하지만, 이 비축은 그 분량이 겨우 3~4일분이라 금세 소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대책 회의를 열고 돼지고기 공급을 늘리는 등 가격 안정 조치를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상무부는 적시에 돼지고기 중앙 비축분을 방출해 시장 공급량을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물 한잔으로 화재를 막겠다’는 말이라며 일축했다.

중국의 돼지고기는 연간 1000만 톤이 부족하지만, 비축량은 100만~150만 톤에 불과해 비축분을 방출하더라도 돼지고기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후춘화(胡春華) 중국 부총리는 긴급 대책 회의를 열고 “돼지고기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 중대한 정치 임무”라며 “각종 수단을 동원해 돼지고기 공급을 확보해야 하고 정부는 반드시 여론의 지도와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후 부총리는 “상황이 우리가 파악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라고 덧붙였다.

부총리는 또 돼지고기 가격 상승은 올해 10월 1일 거행될 중국 공산당 정권 수립 70주년 행사의 분위기를 망칠 수 있으며, 당과 국가 이미지에 손상을 입힐 수 있고, 경제 안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워싱턴포스트 베이징 지사장 애나 피필드는 현재 중국이 당면한 가장 긴박한 정치 문제는 홍콩의 시위 활동도 아니고 미국과의 장기 무역전도 아니며, 돼지고기 공급 부족이 불러올 민원의 폭발이라고 지적했다.

피필드 지사장은 돼지해인 올해 돼지고기 공급 부족은 심각한 정치 문제가 됐고 중국 통치계층에게 돼지고기 공급과 가격 안정은 중요한 정치 임무라고 꼬집었다.

한편, 아프리카돼지열병 청정 지역이었던 국내에서도 처음으로 발병 사실이 알려져 비상이 걸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경기도 파주시의 한 양돈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다고 17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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