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심의 나라’ 한국이 이제 하다하다 중동 사막에서 쌀까지 재배했다

윤승화
2020년 5월 14일
업데이트: 2020년 5월 14일

중동국가 중 우리나라와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 ‘사막의 나라’ 아랍에미리트.

지난 2018년 3월, 한국과 아랍에미리트의 정상회담이 열렸다. 이날 아랍에미리트는 한국에 간곡하게 요청한다.

“사막에서 벼농사를 지어달라”

밥심으로 사는 나라, 밥에 진심인 나라, ‘밥은 먹었니?’로 안부를 묻는 나라 한국이지만 사막에서 벼농사를 짓는 일은 한국으로서도 처음 겪는 일이었다.

연합뉴스
청와대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아랍에미리트는 쌀농사를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아랍에미리트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연간 95kg으로, 한국인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의 1.5배다.

아랍에미리트는 이 쌀 전량을 수입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국토의 97%가 사막이다.

‘세계의 화약고’ 중동국가라는 지리적 특성상 주변 국가들의 정세에 영향을 받는데, 최악의 경우 쌀 수입 통로가 끊길 수도 있기 때문에 아랍에미리트 입장에서는 늘 커다란 고민거리였다.

농촌진흥청
농촌진흥청

그리고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벼 육종·재배기술을 보유한 나라였다.

“향후 발생할지 모를 식량난에 대비해 벼 재배 체계를 만들고 싶다. 한국의 기술을 전수해달라” 아랍에미리트의 요청이었다.

의지의 한국은 결국 ‘사막에서 쌀 만들기 프로젝트’를 수락했다. 한국과 아랍에미리트의 정상회담이 끝난 뒤 우리나라 농촌진흥청은 사막 벼 시험 재배를 시작했다.

물론 한국도 사막에서 벼를 재배한 경험은 없었다. 일단 농촌진흥청은 건조지역에서 심을 수 있는 벼 품종인 ‘아세미’를 자체 개발했다.

농촌진흥청
농촌진흥청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아랍에미리트에는 농기계, 농자재 등 기반 설비는 물론 제대로 된 농지조차 없었다. 벼농사를 지어본 사람도 없었다.

한국은 부족한 농자재 대부분을 국내에서 조달했다. 이어 사막으로 파견된 농촌진흥청 연구원들이 직접 현장에서 농지를 조성했다.

벼 재배를 위해서는 물이 빠지지 않는 땅을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연구원들은 사막 모래를 40cm 퍼내고 부직포를 깐 뒤, 다시 모래로 덮었다. 그렇게 만든 논에 아세미를 파종하여 벼 재배에 도전했다.

농촌진흥청
농촌진흥청

잎이 노랗게 되고, 마르기도 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토양 중화제를 투입하고 낮은 농도의 양분을 물에 녹여 지속해서 공급했다.

동시에 현지 생육·기상 등 조건을 한국에서 모니터링하는 한편 물관리를 할 수 있는 실시간 원격관리시스템을 구축했다.

5개월의 재배 기간이 지났다. 지난 5일 농촌진흥청은 10에이커(a)당 쌀 생산량 763kg의 최초 수확량을 거뒀다. 한 마디로 성공이었다.

이로써 한국은 사막에서 우리나라가 자체 개발한 품종인 아세미 벼 재배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농촌진흥청
농촌진흥청

난관을 극복하여 얻은 값진 결과지만, 아랍에미리트 사막에서 수확한 벼 생산액보다 벼농사 때 사용한 물 비용이 더 비싸게 들었다는 점이 극복할 과제다.

농촌진흥청은 아랍에미리트 및 국내 관련 기관들과 1차 재배 결과를 바탕으로 물 사용량을 줄이는 2차 시험 재배를 진행해 경제성 확보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경규 농촌진흥청장은 “사막에서 아세미 품종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파종부터 수확까지 벼 재배 전 과정을 체계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애초 시작할 때 최소한 5년은 해야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며 “이왕 시작한 것인데 한 번에 해서 될 일은 아니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설명했다.

포항시 제공
상주시 제공

물론 현재 한국은 아랍에미리트에 이미 쌀을 수출하고 있다. 포항 쌀, 상주 쌀 등이 수출 품목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쌀은 한반도에서 나왔다. 충북 청주시 유적지에서 출토된 볍씨가 탄소 연대 측정 결과 약 1만 2,000~3,000년 전 구석기 시대 볍씨로 판정됐다.

역사가 입증하는 ‘밥심의 나라’ 한국의 기술로 재배한 벼가 중동 사막 한복판에서 황금빛으로 넘실대는 모습이 더이상 새롭지 않을 날까지,

우리나라 농업 전문가들은 오늘도 그날을 기다리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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