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목소리 봉쇄’…중국, 홍콩선거제 어떻게 손댈까

2021년 2월 27일
업데이트: 2021년 2월 27일

친중파 당선위해 선거구·투표제 조정 관측…’출마자격 박탈’ 길도 열어

홍콩에서 향후 1년 내 세 차례 선거가 예정된 가운데 중국이 홍콩의 선거제 손보기를 시작했다.

이에 대해 빈과일보 등 홍콩 언론과 전문가들은 “범민주진영과 반대파 봉쇄를 위한 목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홍콩의 중국화’를 밀어붙이면서 행정부·사법부에 이어 입법부도 친중 세력이 장악할 수 있도록 출마자의 자격을 심사하고 선거구와 선거인단 등을 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눈은 내달 초 중국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 쏠려있다.

양회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이냐에 따라 홍콩 선거제의 그림이 바뀌게 된다.

지난 2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정부가 아직은 홍콩 선거제와 관련해 여러 제안을 듣고 있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명보는 “중국 중앙정부가 누군가의 출마나 당선을 원하지 않는다면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2019년 11월 24일 홍콩 구의원 선거일. 홍콩 사우스 호라이즌스 커뮤니티센터에 설치된 투표소 인근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위해 줄을 서고 있다. | 연합뉴스

◇ ‘1년 연기’ 입법회 선거 9월 예정…”선거구·투표방식 조정할듯”

홍콩 의회인 입법회는 작년 9월 6일 선거가 예정됐으나 불과 한달 앞둔 7월 31일 전격 연기가 발표됐다.

당시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은 ‘비상대권’을 동원해 1년 뒤인 2021년 9월 5일 선거를 치르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며, 정치적 고려는 없다고 설명했다.

당시 야권은 2019년 11월 구의회 선거 압승의 기세를 몰아 입법회에서도 다수당을 차지하겠다며 바람몰이를 하던 중이었다.

입법회 의석 70석 중 과반수를 차지하는 ’35플러스’ 운동을 전개하며 표 분산을 막기 위해 야권 단일 후보를 결정하는 예비선거도 치렀다.

입법회 의원 70석 중 35석은 지역구별 직선제(分區直接選擧)로, 나머지 35석은 직능별(功能團體選擧)로 선출한다.

명보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입법회 선출직 의원을 뽑는 현 5개의 지역구를 구의원 선거처럼 18개 지역구로 세분화하고 현재의 비례대표 선거방식을 18개 선거구당 2명의 의원을 뽑는 방식으로 대체하는 것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CMP는 “친정부 진영에서는 이 방식대로 하면 야권에서 후보를 배출하는 과정에서 강·온건파 간 분열이 발생할 것이고 단일 후보를 내지 못하면 표가 분산될 것이라고 여긴다”고 전했다.

그런데 유권자가 직접 뽑는 의석이 더 있다. 직능별로 뽑는 35석 중 5석은 구의원 중에서 뽑는데 다른 직능과 달리 320만 유권자가 선출한다.

SCMP는 중국 정부가 이른바 ‘슈퍼 시트'(super seats)라고 불리는 구의원 몫을 없애고, 이 5석을 대신 친정부 쪽 인사들로 채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2019년 11월 구의원 선거 투표 위해 줄 서 있는 홍콩 시민들 | 연합뉴스

◇ 홍콩 행정장관 선거인단 선거…”구의원 몫 117석 없앨 것”

홍콩은 내년 3월 행정장관 선거가 예정돼 있다.

행정장관은 1천200명의 선거인단을 통해 간접 선출된다.

선거인단은 공상(工商)·금융(金融)계 300명, 전업(專業·전문직)계 300명, 노공(勞工·노동)·사회복무(서비스)·종교계 300명, 입법회 의원 등 정계 300명으로 구성된다.

정계 300명은 구의원 117명, 입법회 대표 70명, 중국 전인대 대표 60명 등으로 구성된다.

중국 정부가 이중 구의원 몫 117명을 없애려 한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구의원 선거인단은 승자독식 방식으로 꾸려진다. 2019년 구의회 선거에서 범민주진영이 452석 중 388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둬 이대로 선거를 치르면 177명은 모두 범민주진영이 차지하게 된다.

선거인단 1천200명 대부분이 친중 진영으로 채워질 경우 구의원 몫은 대세에 큰 영향이 없지만, 중국 정부는 반대의 목소리를 원천봉쇄하고 싶어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2020년 9월 6일 홍콩 시민운동가들이 입법회 선거 연기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는 모습. | EPA=연합뉴스

◇ 출마 자격박탈 가능한 조례안 발표…”입후보할 야권 후보 없을 수도”

이런 흐름 속에서 홍콩 정부는 지난 23일 공직자를 대상으로 충성서약 위반시 자격을 박탈할 수 있는 법률 개정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행정장관 등 정부 고위직과 사법부, 홍콩 의회인 입법부 의원이 충성서약을 해왔다.

홍콩 정부는 이번에 구의원에까지 충성서약 대상을 확대했다. 동시에 서약 위반시 즉시 자격을 박탈할 수 있고 5년간 공직 진출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홍콩 정부가 요구하는 충성서약은 홍콩의 미니헌법인 기본법과 홍콩정부에 대한 충성을 맹세한다는 간단한 내용이다.

그러나 이러한 충성 서약의 위반을 규정하는 표현은 모호해 당국이 얼마든지 자의적 해석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권변호사 필 찬은 SCMP에 “홍콩과 중국 정부에 의해 모든 것이 ‘홍콩의 이익을 해칠 경향이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중국 시노백 백신에 대한 우려를 표현하는 것이나 시위를 조직하는 행위 등이다”고 설명했다.

홍콩대 에릭 청 강사는 ‘자결권’이나 ‘국민투표’와 같은 정치적 생각을 옹호하는 것도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개정안은 훨씬 모호한 언어로 이뤄진 중국 본토 법률처럼 당국에 해석의 여지를 남겨줬다”고 분석했다.

홍콩 중문대 정치학자 마응옥은 “중국 정부가 야권 여러 후보의 자격을 박탈할 수 있어 과거처럼 쉽게 출마하기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유권자가 표를 행사하려 해도 뽑을 야권 후보가 없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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