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아프간 철수 갈 길 멀어”…잘못될 가능성 첫 시인

한동훈
2021년 8월 23일
업데이트: 2021년 8월 24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달 31일로 못 박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철수가 예정대로 마무리되길 희망하면서도 “아직 갈 길이 멀다, 많은 것이 잘못될 수 있다”며 사태가 악화할 가능성을 처음으로 시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2일(현지 시각)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백악관과 국방부 사이에 철수 작전을 31일 이후까지 잠재적으로 연장하는 방안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한 미국인을 남겨두고 군대를 먼저 철수시켰다는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최우선 순위는 미국인 대피”라면서 “사람들을 구출하기 위해 최대한 열심히 그리고 빠르게 일하고 있다. 그게 우리의 임무이자 목표”라고 강조했다.

지난 주말, 무장 반군 세력인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간에서 몇 안 되는 탈출로인 카불 공항은 수많은 사람이 몰려들면서 혼란과 죽음으로 얼룩졌다. 영국 국방부는 22일 카불 공항에서 적어도 7명이 압사 등으로 사망했음을 확인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미군 철수 후에도 최소한 수개월은 버틸 것으로 여겨졌던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의 본격적인 공세 시작 11일 만에 무너지자, 바이든 대통령은 친정인 민주당을 비롯해 정치권 안팎과 국제 사회의 비난에 직면하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과 기자회견으로 항변하면서 안보 상황에 심각한 의문이 남은 것은 사실이지만, 아프간 철군 결정은 철회할 수 없는 일이라며 옳은 결정임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날 처음으로 일이 잘못될 수 있음을 시인한 것이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고통과 상실 없이 이 많은 사람을 대피시킬 방법은 없을 것”이라며 비난 목소리를 진화하려 애썼다. 이어 탈레반이 승리를 선언하기 하루 전인 지난 14일부터 이날까지, 미군은 2만8천명을 카불에서 탈출시켰다고 강조했다.

Afghanistan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점령 이후, 국외 탈출을 희망하는 아프간인들이 수도 카불 국제공항 인근 도로변에 모여 구출을 기다리고 있다. 2021.8.20 | Wakil Kohsar/AFP via Getty Images/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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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테러리스트들이 아프가니스탄 헤라트시의 한 도로에서 무장한 채 보초를 서고 있다. 2021.8.18 | Aref Karimi/AFP via Getty Images/연합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수천 명의 사람을 카불 밖으로 이동시킬 여력을 증명해왔다”며 “그러나 해야 할 일이 많고, 많은 일이 여전히 잘못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집에 가고 싶은 미국인은 누구나 집에 갈 수 있다”면서도 “아직 갈 길이 멀고, 많은 것이 틀어질 수 있다”고 같은 표현을 반복하며 쉽지 않은 상황임을 내비쳤다.

지난 한 주간 바이든 대통령과 행정부 관리들은 언론과의 인터뷰나 기자회견에서 서로 맞지 않는 발언을 이어가며 혼선을 빚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22일 “카불에 갇힌 미국인들이 탈레반과 ‘힘든 접촉’(tough encounters)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인들이 아프간 내부에서 카불 공항까지 이동하는 과정이 수월하지 않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틀 전 기자들에게 ‘미국 여권을 소지한 미국 시민들이 카불 공항까지 이동하는 과정에 겪는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반대되는 발언을 했다.

이어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인이나 아프간인들이 탈레반 검문소를 통과하는 데 곤란함을 겪고 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현지 상황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지 확인해주지 않았다.

그러나 아프간 주재 미 대사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아프간 내 미국인들에게 위험할 수 있으니 당국의 별도 지침을 받지 않은 경우 카불 공항으로 이동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미 대사관은 아프간의 안보 상황이 급변하고 있으며 테러 단체 이슬람국가(ISIS)가 혼란한 상황을 틈타 무고한 사람들을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 국방부는 자국 민간 항공사에 아프간을 탈출한 사람들을 중동이나 유럽 전역의 다른 미군 기지로 수송할 수 있는 항공편을 제공하라고 명령했다.

/한동훈 기자

* 이 기사는 잭 필립스 기자가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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