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시진핑 첫 화상 정상회담, 성과 없이 입장차만 확인

하석원
2021년 11월 16일
업데이트: 2021년 11월 17일

고위 관계자 “대만 문제 논의했지만, 새 가이드라인 설정은 의제 아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미국 현지시각) 첫 정상 회담을 갖고 양국 현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별 성과 없이 입장차만 확인하고 끝났다.

지난 1월 취임 이후 10개월 만에 이뤄진 시 주석과의 첫 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미국의 가치를 수호하겠다고 강조하면서 신장, 티베트, 홍콩에서의 중국 공산당의 인권탄압을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공정한 국제 시스템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새 국제 질서의 폐쇄성을 우회 비판했다.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3시간 20분간 진행된 회담이 종료된 후 “(미중 갈등의) 돌파구를 기대할 수 없었고 아무 성과도 없었다”며 이번 회담이 미중 관계의 시작점이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으로 미중이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입장차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는 잠정적 평가로 풀이된다.

백악관은 정상회담이 끝난 후 발표한 성명서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과 관련해 미국이 대만관계법, 3개 연합공보, 6항 보증에 따라 ‘하나의 중국’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3개 연합공보는 미중 간 체결한 상하이공보(1972년 2월), 미중 수교공보(1978년 12월), 8·17공보(1982년8월)를 가리킨다. 각각 미중 관계재개, 외교관계 수립(수교), 대만관계법 확대 억제 약속 등을 담고 있다.

대만관계법은 대만이 충분한 자위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미국은 군사장비 등을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8·17 공보는 미국이 대만에 판매하는 무기의 성능과 수량을 현재 상태로 유지한다는 내용이다.

6항보증은 1982년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이 대만에 구두로 약속한 지원방안으로 중국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대만의 현 지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는 게 골자다.

즉 대만관계법, 3개 연합공보, 6항 보증은 중국이 내세우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반대하지 않으면서 대만의 안정을 보증하는 정책적 기초를 이루고 있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미국은 대만해협 전반적인 현 상황을 바꾸거나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려는 일방적인 노력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양국 정상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대만에 대해서도 논의했지만, 가이드라인 형태로 새로 정립된 내용은 없었다”며 새로운 가이드라인 설정은 이번 회담의 의제가 아니었다고 확인했다.

중국 관영매체들에 따르면 시 주석은 “대만 독립·분열세력이 도발하고 레드라인을 넘으면 중국은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중국과 대만 사이에서는 군사적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지난달 9일 시 주석은 신해혁명 110주년 기념식에서 “대만 독립·분열은 조국 통일의 최대 장애이자 민족 부흥에 심각한 위험”이라며 “완전한 조국 통일의 임무를 실현해야 하며 틀림없이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만 국방부 장관은 “중국 정권은 오는 2025년까지 자유민주주의 대만에 대한 전면침공을 감행할 수 있다”며 경고했다.

여기에 바이든 대통령이 같은 달 21일 시민들과의 만남에서 자유질의 도중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미국은 방어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자 “그렇다(Yes)”고 답해 그동안 유지하던 ‘전략적 모호성’을 탈피해 명확한 대만 지지를 선언한 것인지 국제사회의 이목을 끈 바 있다.

미국은 대만관계법에 따라 무기 판매 등으로 대만의 자위력 유지를 돕고 있으나 이 법에는 대만 방어 의무조항은 없다.

백악관에 따르면, 이번 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을 향해 “공개적이고 정직하게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는 뜻을 전하고 기후변화 대응, 글로벌 에너지 공급, 북한, 아프가니스탄, 이란 문제 등도 다양한 의제에 대해 솔직한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러나 백악관 성명에는 최근 미중 갈등의 새로운 이슈로 불거진 핵 안정이나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 등에 관해 양국 정상이 논의했는지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미국의 이익을 위해 안정된 아시아 정세를 유지하기 위한 정책을 연구하는 비영리연구기관 ‘프로젝트 2049 연구소’의 이안 이스턴 소장은 “이번 미중 화상 정상회담이 양국 긴장을 완화할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회담 전 위성채널 NTD와 인터뷰에서 “미중 양국 정상은 미래 비전, 특히 대만에 관한 미래 비전이 매우 달라 설전이 오갈 수 있다”며 “중국이 공격적 행동의 수위를 높여갈수록 미국은 대만과 외교관계를 정상화할 수밖에 없다는 게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조지워싱턴대 엘리엇국제문제대학원 로버트 서터 교수는 지적재산권 침해, 불공정 무역관행,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 등 중국 정권의 불성실한 합의사항 이행 전력을 지적하며 “이번 회담이 별 성과를 내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터 교수는 15일 NTD에 “시진핑은 남중국해의 섬을 군사기지화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은 정반대로 진행됐다. 이는 명확한 기록으로 남은 팩트”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고위층 회담을 자신들의 꿍꿍이를 위장하는 기회로 삼아왔다”며 “그들은 회담은 별개라고 여긴다. 말한 것과 실제 하는 행동은 상당히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 이 기사는 프랭크 팡 기자가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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