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당, 그린뉴딜 정책 재점화…공화당 “사회주의 종합선물세트”

하석원
2021년 4월 22일
업데이트: 2021년 4월 22일

진보 성향의 미국 민주당 의원들이 이번에는 결의안 형태로 기후변화 대응 안건을 상원에 다시 제출했다. 공화당은 “사회주의 종합 선물세트”라고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에드 마키 의원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린 뉴딜(Green New Deal) 정책은 단순한 결의안 아니라 혁명”이라고 선언했다.

이번 결의안은 지난 2019년 민주당 하원의원 64명이 제출한 ‘그린 뉴딜 결의안’의 상원 버전이다. 10년 이내에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0)화하고, 경제를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법안 통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린 뉴딜 결의안은 자세한 사항을 규정하지는 않지만, 의회에 그린 뉴딜 법안 제정을 촉구하는 목적이다. 여론 조성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마키 의원은 “이 결의안은 기후변화, 공중보건 위기, 부당한 인종 대우, 경제적 불평등 등 우리 나라가 직면한 여러 위기에 맞서기 위해 필요한 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민주당 내에서도 급진좌파로 분류되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 의원도 마키 의원 옆에 자리를 함께해 결의안에 혁명적 색채를 짙게 만들었다.

코르테즈 의원은 “우리는 100퍼센트 탄소-프리(free) 경제로 전환할 것이다. 이전보다 더 노조적이고, 더 정의롭고, 더 품위있고, 더 많은 의료와 주거를 보장한다”며 결의안을 지지했다.

지난해 경찰 예산 삭감, BLM 시위 정국에서 한껏 목소리를 냈던 그녀는 “바이든 행정부에 더 크고 대담하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를 보낼 작정인가? 대답은 ‘그렇다’이다”라며 더 급진적 행동을 촉구했다.

이 결의안은 의회가 기후변화 대응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최근 조 바이든 행정부가 발표한 2500조대 ‘인프라 투자 계획’에 포함하도록 요구한다.

또한 인종 갈등과 소득 격차 등 사회 현안에 대해 사회정의(social justice) 정책 실현을 우선적 목표로 하는 방안도 포함했다. 사회정의는 흔히 기회의 평등, 공정 사회로 요약되는 진보주의적 개념이다.

공화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상원 에너지·자연자원위원회 존 바라소 위원(공화당)은 “그린 뉴 재앙(disaster)이 돌아왔다”고 일갈했다.

바라소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우리의 공기, 물, 지역사회를 보호하는 최선의 방법은 엄중한 정부 규제나 조세가 아닌 자유시장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2021년 4월 20일(현지시각) 민주당 에드 마키 상원의원이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 중이다. 옆에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 하원의원이 함께하고 있다. | Mandel Ngan/Getty Images

그린 뉴딜 정책은 2년 전 처음 공개된 이후 보수층과 재계, 경제 전문가들로부터 집중적인 비판을 받고 있다.

반대 측의 몇몇 경제 전문가들은 자유시장에 기반한 경제를 사회주의적으로 전환하기 위한 시도라고 지적했다.

한 전문가는 ‘녹색 사기(Green Fraud·부제: 그린 뉴딜이 왜 당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더 나쁜가)’라는 책의 저자 마크 모라노의 말을 인용했다.

“그것은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을 통제하려는 압도적인 목표와 관련이 있다.”

공화당 하원의원들도 그린 뉴딜 ‘실상 알리기’에 나섰다.

하원 감독위원회 소속 제임스 코머 의원은 “그린 뉴딜 정책은 열심히 일하는 납세자들에게 빚을 안기고 수백만 명의 미국인을 직장에서 몰아낼 수 있는 사회주의 슈퍼 패키지다”라고 말했다.

코머 의원은 성명을 통해 “민주당은 자신들이 애지중지하는 진보적인 프로젝트를 미국 국민들에게 강요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화당 랠프 노먼 의원은 “그린 뉴딜은 내 기억으로 최근에 가장 아마추어적인 결의안”이라고 혹평한 뒤 여행하는 법, 먹는 법, 따뜻하게 지내는 법, 어떤 직업을 가질지까지 사사건건 바꿔놓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건 전혀 통치가 아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그린 뉴딜 정책은 환경보호라는 이름으로 사회주의를 위장하려는 시도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는 그린 뉴딜을 강력하게 반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그렇게 하면 수백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다. 그것은 가장 가난한 미국인들의 꿈을 짓밟고 소수인종 지역사회에 해를 끼칠 것이다. 나는 그것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환경을 보호할 것이다”라면서도 “(동시에) 미국의 주권, 미국의 번영도 보호할 것이며 미국의 일자리를 보호할 것이다”라며 그린 뉴딜 정책이 미국을 약화시키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을 빠져나가다가 기자들을 향해 손짓을 해보이고 있다. | Chip Somodevilla/Getty Images

일부 한국 언론은 바이든 행정부의 인프라 건설 계획을 민주당의 그린 뉴딜 정책과 혼동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둘은 차이가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유세 기간, 2019년 민주당이 추진한 ‘그린 뉴딜’을 “급진적(radical) 그린 뉴딜”이라고 부르며 그것과는 다른, 자신만의 ‘바이든 플랜’이 있다는 말로 그린 뉴딜과 거리를 두었다.

한편으로는 환경적 정의(justice)와 청정에너지 혁명으로 요약되는 바이든 플랜이 그 근거로 그린 뉴딜 결의안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양자가 완전히 차별화되지는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직후 파리 기후변화협약 재가입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22일에는 기후정상회의를 개최하며 기후 대응 분야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동시에 그는 민주당이 ‘급진적’ 그린 뉴딜 정책에서 정한 기한보다 훨씬 늦은 2050년까지 미국을 배출가스 ‘제로’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바이든 플랜이 그린 뉴딜 정책과 합쳐질지 독자적인 정책으로 자리 잡을지는 행정부와 민주당 내부 조율이 더 필요해 보인다.

또한 바이든이 당선되면 민주당 내 급진좌파에 끌려다닐 것이라던 일각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지, 바이든 플랜은 그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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