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NSC 인도태평양 조정관 “미·중관계, 이제부터 경쟁의 시대”

2021년 6월 2일
업데이트: 2021년 6월 2일

미중이 대화와 외교로 갈등을 해결하던 시대는 끝났고 경쟁에 돌입했다고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이 말했다.

커트 캠밸 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은 지난달 스탠퍼드대 쇼렌스타인 아시아태평양 연구소가 주최한 회의에 참석해 “미중 사이 반세기 가까이 ‘관여(engagement·외교와 대화)’의 시대는 끝났으며 ‘경쟁(competition)’의 시대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캠밸 조정관은 이런 변화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외교정책과 관련이 있다”며 “미국은 다른 동맹국과 협력해야 중국의 위협을 더욱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베테랑 외교관 출신인 캠밸 조정관은 오바마 행정부 때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로 북핵 등 한반도 문제를 비롯해 미국의 아시아 정책 전반을 이끌었다. 일각에서는 대중 강경파로 분류하기도 한다.

캠벨 조정관은 이날 “넓은 의미에서의 관여 시대는 끝났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새로운 전략적 변수하에 작동될 것이며, 주요 방식은 경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 주석의 대외정책이 미국 정책 결정에 거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밝히면서 중국-인도 국경 분쟁, 호주에 대한 경제 제재, 중국 전랑외교(外交戰狼)를 언급한 뒤 “이런 행위는 중국이 하드파워를 동원해 국제질서를 주도하려고 함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미중 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양국은 기후변화 대응 분야에서 여전히 협력 체계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신장·위구르 인권탄압, 대만·홍콩 문제 등의 현안에서 관계가 매우 냉각됐으며 심지어 갈등을 빚고 있다.

결정타로는 지난달 2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코로나19(중공 바이러스 감염증) 기원에 대한 조사 지시’가 꼽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 정보당국에 코로나19 기원에 대해 90일간의 추가 조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동물 발원설과 연구소 유출설을 모두 거론하며 어느 쪽도 증거는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미 당국자들이 코로나19가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기원했다는 가설을 자주 언급하는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조사 지시는 연구소 유출설에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중국의 강력한 반발도 오히려 연구소 유출 의혹을 짙게 했다. 중국 외교부는 바이든 대통령의 코로나19 기원 재조사 지시와 관련해 “정치 공세”라며 격분한 반응을 보였다.

한편 캠밸 조정관은 시 주석의 국정 운영에 대해서도 평가했다.

그는 “시 주석은 관념적인 성향이며 업무를 감정적으로 처리하지 않으며, 경제에도 그다지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면서 “2012년 정권을 잡은 뒤 40년 가까이 이어진 (중국 공산당의) 집단지도체계를 거의 무너뜨렸다”고 분석했다.

올해 3월 미중 알래스카 회담에도 참석했던 캠밸 조정관은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외교부장에 대해서도 “권력 핵심인 시 주석으로부터 ‘100마일’ 밖의 먼 거리에 떨어져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밖에 미국이 향후 몇 년간 동맹국과 함께 중국에 대응할 것이며 그 핵심 축으로 미국 ·인도·일본·호주 등 4대국 안보협의체 쿼드(Quad)를 지목했다.

다수 외신에서 트럼프 행정부 이후 미중 관계를 ‘경쟁’ ‘갈등’으로 묘사해온 데 반해, 지금까지의 미중 관계는 대화와 외교 중심이었으며 바이든 행정부 이후 경쟁의 시대가 열렸다는 캠밸 조정관의 발언은 새로운 시사점을 주고 있다.

/하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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