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CDC “권한 없다” 대법원 판결에도 퇴거 유예 재연장

한동훈
2021년 8월 4일
업데이트: 2021년 8월 5일

작년 9월부터 11개월간 퇴거 유예, 60일 추가 연장
밀린 집세 22조원 육박…바이든 “시간 벌어줬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3일(현지시간) 집세가 밀린 임차인의 퇴거를 금지하는 조치를 60일 추가 연장하기로 했다.

전날 백악관이 “CDC가 퇴거 유예 조치를 갱신할 법적 권한을 찾을 수 없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이를 뒤집는 조치를 발표했다.

CDC는 “최근 전국적으로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며 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높은 지역을 대상으로 유예 조치를 연장한다고 밝혔다. 임차인들이 퇴거당하면 확산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번 조치가 적용되는 지역은 미국 전 카운티(한국의 군(群)에 해당하는 행정단위)의 약 80%, 미국 인구의 약 90%에 이른다. 사실상 미국 전역이다. 그만큼 전국적으로 감염 위험이 커졌다는 의미도 된다.

로셸 월렌스키 CDC 국장은 이날 성명에서 “델타 변이의 출현은 미국에서 지역사회 전파를 빠르게 가속화시키며 더 많은 미국인을 위험에 처하게 만들었다. 특히 백신 미접종자라면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유예 조치는 사람들을 집에 머무르게 하고,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는 곳을 피하도록 하는 올바른 조치다”라고 덧붙였다.

CDC는 작년 9월 집세가 밀린 임차인의 퇴거를 같은 해 12월 말까지 금지하는 유예 조처를 내렸다. 퇴거당한 사람들이 친척이나 친구 집, 노숙자 쉼터로 몰릴 경우 사회적 거리 두기를 약화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이후 1월까지 한 달 더 연장했고,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이를 추가 연장해 3월 말까지로 늦췄고 다시 6월 말까지로 늘렸다.

올해 6월, 퇴거 유예 기간 만료일이 다가오자, CDC는 만료 일자를 7월 말로 한 달 더 늦췄다. 집을 내준 임대인들은 무려 11개월 동안 집세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연방 대법원은 이 같은 조치에 제동을 걸었다. 대법원은 지난달 CDC가 권한을 남용했으며 의회 승인이 없는 퇴거 유예 재연장은 불가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민주당은 의회 승인을 추진했지만, 공화당은 더 이상의 유예는 명분이 없다고 반대했고 의회 통과가 좌절되면서 지난달 31일 퇴거 유예가 종료됐다.

미국 워싱턴의 정책 싱크탱크 아스펜연구소 등에 따르면, 현재 미국 전역에서는 650만가구, 1500만명 이상이 임대료를 연체하고 있다. 이들이 집주인 측에 갚지 않고 있는 금액은 총 200억 달러(약 22조9천억원)에 이른다.

바이든 대통령은 퇴거 유예가 종료되고 다음 날인 1일 축소된 규모의 퇴거 유예 재연장을 요구했지만, CDC는 “권한이 없다”는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이를 거부했다.

의회는 휴회기에 들어가 바이든 대통령의 요구에 대응하지 못했다. 몇몇 민주당 의원들만이 의사당 앞에서 농성하며 퇴거 유예 재연장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 CDC를 통해 이날 재연장을 결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위헌 논란과 소송 위험성을 감수하고 “이번 결정으로 퇴거 위기에 몰린 사람들에게 시간을 벌어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 기간, 의회에 약 450억 달러의 예산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밀린 집세를 지원하게 할 계획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는 반응이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오늘은 특별한 안도의 날”이라며 “대통령의 리더십 덕분에 수많은 가족이 쫓겨나고 거리에 내몰릴 수 있다는 두려움이 해소됐다. 도움이 됐다”고 썼다.

시름이 깊어지는 사람들도 있다. 전미아파트협회 등 집주인과 부동산 임대업체 관련 단체들은 “소규모 임대사업자가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며 퇴거 유예만으로는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아파트협회 측은 “집세 체납 기간이 길어지면서 이들은 대출이자 등 늘어난 금융비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자산을 가압류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뉴욕과 캘리포니아 등 몇몇 주에서는 주정부 차원에서 퇴거 유예를 연장했다.

/한동훈 기자

*에포크타임스는 세계적 재난을 일으킨 코로나19의 병원체를 중공 바이러스로 부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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