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흑인차별 반대 시위대, 노예해방한 링컨 동상 파괴…경찰 “폭동”

하석원
2020년 10월 13일
업데이트: 2020년 10월 13일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시위대가 시어도어 루스벨트와 아브라함 링컨 전 대통령의 동상을 쓰러뜨리고 훼손했다. 시위대에 의해 포틀랜드 주립대 경찰국, 오리건 역사학회 박물관 뿐 아니라 수많은 가게와 건물의 유리창이 부숴졌다.

미국에서는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항의 시위 이후 인종차별 논란이 된 역사적 인물들의 동상 철거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이번에 표적이 된 루스벨트와 링컨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시위대는 인종차별을 주장하고 있다.

포틀랜드 경찰국은 11일(현지 시각) 오후 10시30분께 “수많은 건물 유리창이 깨졌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이번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했다.

시위대는 대부분 무정부주의자, 공산주의자, 안티파(Antifa) 등 극좌적인 이념단체가 선호하는 검은 옷을 입고 복면을 착용하고 있었다.

실제로 안티파 회원 중 일부는 시위에 참가한 정황이 포착됐다. 안티파 조직인 PNW 청년 해방전선은 소셜 미디어에 “이봐 포틀랜드, 이것이 우리가 하는 방법이다. 멋지지 않았나?”라는 글을 올렸다.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에는 시위대가 쇠사슬을 이용해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동상을 땅으로 끌어내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러프 라이더(Rough-Rider)’로 명명한 이 동상은 미국 제 26대 대통령인 루스벨트가 말 위에 올라탄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1922년 완공된 후 헨리 왈도 코 박사로부터 기증받아 포틀랜드에 설치됐다.

루스벨트 동상이 문제가 된 이유는 조각상의 모습 때문이다.

뉴욕 맨해튼 자연사박물관에 설치된 동상은 포틀랜드 지역과는 달리 루스벨트가 원주민 남성 한 명과 아프리카계 흑인 남성 한 명의 부축을 받아 말 위에 올라 탄 모습이다.

철거 지지자들은 루스벨트의 모습이 인종차별과 제국주의를 상징한다며 비판했고, 뉴욕시는 지난 6월 동상을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이번에 시위대의 표적이 된 것도 루스벨트 동상이 한 차례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노예 제도를 폐지하고 노예 해방을 선언한 인물인 링컨 전 대통령의 동상 역시 시위대의 표적이 됐다.

코 박사가 기증해 포틀랜드 사우스웨스트 파크 애비뉴에 설치된 링컨 동상은 링컨이 발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무너진 링컨 전 대통령 동상 | AP=연합뉴스

철거 지지자들은 링컨이 미네소타 원주민들을 집단 사형에 처한 군사 명령에 서명했다고 주장하며 링컨을 인종주의자로 규정했다.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BLM) 단체인 포틀랜드 사운드 블록은 링컨 동상을 쓰러뜨린 데 대해 “링컨이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사형을 명령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폭동은 연방 공휴일인 ‘콜럼버스 데이’ 하루 전에 발생했다. 미국은 매해 10월 둘째 월요일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를 기념하는 날로 정했다.

그러나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노예 제도를 도입하고 원주민을 학살했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일부 주에서는 콜럼버스 대신 원주민을 기념하는 날로 대체하고 있다. 시위 주최 측은 이번 동상 철거 행사를 ‘원주민의 날’로 명명했다.

그러나 시위대가 역사적 인물들의 동상을 파손하고, 지역 가게와 건물을 훼손하는 등 폭력 행위를 이어가면서 주민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오리건 역사학회 케리 타임축 이사는 지역 언론매체와 인터뷰에서 “너무 슬프다. 공원 내 동상들이 철거되고 파손되는 등 피해를 입었다”며 “이것이 오리건주의 전부가 아니다”고 말했다.

지역 카페를 운영하는 존 잭슨씨는 “사업주들과 주민 모두 조금만 참아라. 우리 모두 한 팀이다”며 “이런 종류의 폭력은 말이 안 된다. 나처럼 소규모 장사를 하는 사람에게만 피해를 입힌다”고 개탄했다.

포틀랜드 주립대 측은 에포크타임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대학교 보안실의 유리창과 현관문이 파손됐다”면서 “아무도 다치지 않았고, 파손된 부분은 월요일 원상 복구했다”고 밝혔다.

포틀랜드 시장과 경찰국장은 이번 폭동 사태와 관련한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시위대에 대한 체포가 이뤄졌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현장에서 촬영된 사진과 영상은 일부에 불과했다. 시위대 측이 사진 및 영상 촬영을 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언론인 역시 시위 취재 현장에서 공격을 받거나 위협에 시달리면서 폭도들의 얼굴을 촬영하기를 꺼리는 분위기다.

해방전선은 트위터에 “오늘 밤은 카메라가 없었다”며 “카메라 수가 줄어들면 시위는 안전하다”고 썼다.

이에 대해 보수 성향 언론인 앤디 응오는 “포틀랜드의 자칭 영상 기자들이 사전계획된 폭력 범죄를 촬영하지 말아 달라는 안티파의 지시를 따랐다는 말”이라며 “그들은 진실보다 안티파를 보호하는 것을 우선시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포틀랜드에서 거리 시위를 취재했다가 시위대에 의해 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

이와 관련, 포틀랜드에서는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 발생한 지난 5월 말부터 매일 밤마다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포틀랜드 경찰국에 따르면 시위대 폭동 대응 및 정상적 업무 수행을 위해 경찰 초과근무 수당으로 7백만 달러가 들었다.

경찰국 대변인은 에포크타임스에 보낸 이메일에서 “경찰국은 언론의 자유를 강력히 지지하며, 시민들이 평화적으로 시위를 진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범죄 활동과 폭력에 대응할 책임이 있고, 이 돈이 또 다른 중요한 지역사회 우선순위에 사용되지 못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다”고 전했다.

법무부는 지난달 포틀랜드를 무정부상태와 폭력, 재산 파괴 등을 용인하는 관할 구역으로 규정했다.

포틀랜드의 시정부가 경찰국 예산 1천5백만 달러를 삭감하는 등 폭동 시위가 끊이지 않는 상황과 맞지 않게 내놓은 정책과 대응 방침이 이유였다.

시위대와 관련된 폭동을 낮은 수준의 범죄로 규정한 탓에 오리건주 멀트노마 카운티 지방검사 마이크 슈미트는 최근 시위 도중 체포된 666명을 기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방검사 대변인은 에포크타임스에 “경찰로부터 지난밤과 주말 사이 체포 관련 보고를 받으면 검토해서 기소 결정을 내릴 것”이라면서 체포와 관련해선 현재로서는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6월에는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의 동상이 무너지고 훼손됐다. 그러나 동상 훼손 혐의로 체포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포틀랜드 공무원들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지원 제공을 계속해서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폭동 영상을 공유하며 “포틀랜드의 급진좌파 바보들은 우리가 즉각 제공할 법 집행기관의 도움을 원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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