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원, CDC의 크루즈 규제에 철퇴…“방역 아닌 권한 남용”

2021년 7월 9일
업데이트: 2021년 7월 9일

방역을 내세운 정부의 권한 행사가 어느 선까지 허용될 수 있을까?

크루즈 운항 재개를 둘러싸고 미국 플로리다주 정부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일단 연방 지방법원은 플로리다주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7일(현지시각)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크루즈 조건부 운항 명령’을 무력화한 주(州) 정부의 예비 가처분 신청 집행을 보류해달라는 CDC의 신청을 기각했다.

사건을 담당한 스티븐 메리데이 판사는 보건당국이 ‘조건부 운항 명령’ 같은 권한을 행사할 정당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메리데이 판사는 결정문에서 “이는 크루즈 탑승에 필요하거나 도움을 주는 예방적 조치가 아니다”라며 “정부 권한의 오남용에 관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CDC는 작년 3월 코로나19(중공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우려해 미국 내 크루즈 운항을 전면 중단시켰으며, 7개월 뒤 지침을 변경해 작년 11월부터 조건부 운항을 명령했다.

그러나 수용 인원 제한은 물론, 승무원과 승객 95% 이상 백신 접종, 실제 운항 전 모의 테스트 시행, 각종 행정처리, 비상 대응방안 마련 및 근거 제시, 매일 CDC의 점검 사항 통과 등 조건이 너무 까다롭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플로리다 주정부도 크루즈 업계 살리기에 나섰다. 주 법무부는 올해 4월 “연방정부가 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과잉 조치를 취했다”며 조건부 운항 명령을 금지해달라는 예비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타당한 주장”이라며 이를 인용했다.

그러자 CDC가 반발했다. 가처분 집행을 보류해달라고 신청한 것이다. 하지만, 이날 법원이 이를 기각하면서 집행은 예정대로 진행되게 됐다. 오는 18일 플로리다를 출발하는 여객선부터 조건부 운항 명령의 제약을 벗어난다.

메리데이 판사는 결정문에서 “CDC는 항상 ‘크루즈 전염’의 위험성을 경고해 논란에 불을 붙이지만, 이는 주 정부와 지방 보건당국의 존재, 업계의 자율적 규제, 큰 비용을 들인 철저한 방역 대책과 숙소 등 ‘전염’을 예방·통제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은연중에 무시한 것이다”라고 썼다.

그는 또한 결정문에서 “CDC 국장 한 사람에 의한, 정당하지 않고 전례가 없으며 유해한 정부 권한 행사를 연장하기 위한 모든 유예 조치는 거부된다”면서 ‘거부(denied)’라는 단어를 굵은 대문자로 표시해 특별히 강조했다.

CDC는 즉각 연방 항소법원에 항소했다. CDC 측 변호인단은 예비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법원의 명령에 대해 “법적 오류이자 명백한 재량권 남용”이라며 “코로나19 확산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아울러 “연방 지방법원은 CDC가 전문 공중보건 기관으로서 크루즈 업계와 상의해 발표한 지침을 위험성 없이 철회시킬 어떠한 근거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법정 공방은 공화당 소속 론 드산티스 주지사가 이끄는 플로리다주 정부가 조 바이든 행정부 보건당국의 조치에 대해 “주 경제를 해친다”는 반발로 촉발됐다.

한편, 조건부 운항 명령으로 일부 크루즈는 운항을 재개했다. 지난달 26일 ‘셀러브리티 에지’호가 플로리다 포트로더데일을 출발했고, 이달 2일에는 크루즈 업체 로열 캐리비안이 선박을 마이애미에서 출항시켰다.

/잭 필립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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