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쟁점된 선거인 명부…사망자 35만명 그대로 유권자 등록

하석원
2020년 9월 17일
업데이트: 2020년 9월 17일

사망한 유권자를 그대로 등록한 선거인 명부가 11월 미 대선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미국 공익법률재단(PILF) 조사에 따르면, 미국 전체 51개주 가운데 41곳에서 선거인 명부에 실린 유권자 가운데 35만명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보고서PDF)

사망한 유권자가 선거인 명부에 남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2년 여론 조사기관인 퓨 리서치 센터는 당시 선거인 명부에 등록된 유권자 가운데 2백만명이 사망자였다고 밝혔다.

이에 비하면 올해는 선거인 명부의 정확성이 크게 개선된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대선의 상당 부분이 우편투표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선거 부정 의혹을 증폭시키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공익법률재단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6년 대선과 2018년 중간선거 당시 투표한 것으로 집계된 사망자는 1만4천608명이었다.

다만, 사망 전 사전 투표하거나 부재자 투표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앞선 두 번의 선거 중 사망자 투표수가 가장 많았던 곳은 노스캐롤라이나주로 2위와 세 배 이상의 격차를 보였다.

 

워싱턴주 시애틀·킹카운티 선거사무소에 보관된 우편투표용지. 2020년 8월 5일 | AP=연합뉴스

이번 보고서 발표로 우편투표를 둘러싼 미 정치권의 논쟁은 한층 더 격화될 전망이다.

우편투표 지지자들은 신종코로나(중공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우려로 이번 대선에서 우편투표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우편투표가 대규모 부정선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우편투표를 통한 부정선거 가능성을 가장 강력하게 제기하는 인물은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노스캐롤라이나주 유권자에게 우편투표도 하고 현장 투표도 하라며 이중투표를 요청하기도 했다.

공익법률재단은 “문제는 타이밍”이라며 우편투표 지지자들은 모든 유권자에게 알아서 미리 우편투표 용지를 보내려 투쟁해왔다고 했다.

미국의 우편투표는 지역 선관위에 우편투표를 신청한 뒤, 주소지로 배송된 투표용지에 기표하고 전용 봉투에 넣어 발송하는 식이다.

재단 측은 이러한 급진적인 변혁은 먼저 정확한 선거인 명부가 있어야 가능한 일인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워싱턴포스트 집계에 따르면 우편투표가 가능한 유권자는 전체(약 2억330만명)의 약 76%인 1억8천만명에 이른다.

공익법률재단은 유권자의 생존 여부 외에 중복 투표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재단은 주별로 분산된 선거인 명부를 하나의 데이터베이스로 통합하고, 등록된 주소지와 해당 주소지로 투표된 사례를 대조해 중복 투표를 가려냈다.

그 결과 전체 중복투표는 2016년 대선 4만3760표, 2018년 중간선거 3만7889표로 집계됐다. 또한 이러한 중복 투표 상당수가 우편투표였다.

동일한 유권자가 서로 다른 주에서 각각 투표해 중복 투표한 경우는 8360명이었고, 유권자 5500명은 같은 주에서 2개 주소지를 사용해 중복 투표했다.

그러나 이러한 부정선거를 사후에 대처하기는 쉽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018년 중간선거 부정 논란이 일자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선거공정위원회를 구성해 투표 사기, 유권자 허위 등록, 중복 투표 등을 조사했다.

그러나 주지사들이 선거인 명부 제출을 거부하는 등 반발해 결국 선거공정위원회가 해산되면서 조사는 무산됐다.

일리노이 등 3개 주는 정보 공개를 거부하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한 부정선거에 대한 확실한 증거가 있더라도 처리에 오랜 세월이 걸리는 것도 문제다.

올해 인구 15만 소도시 패터슨 시에서 진행된 시의원 선거는 총투표수가 1만7천 표에 그쳤지만, 부정이 확인됐는데도 최종 결정까지 석 달 이상 소요되며 지역사회에 큰 혼란으로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장 투표가 우편투표보다 훨씬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중공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우편투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시위하러 갈 수 있다면, 직접 가서 투표할 수도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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