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융당국 압박에 중국 기업들, 홍콩증시 2차 상장 추진

한동훈
2020년 05월 9일 오전 11:31 업데이트: 2021년 05월 16일 오후 12:58

미국 정부가 중국기업에 대한 정밀조사를 강화하는 가운데, 미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이 홍콩행을 선언하고 있다.

검색엔진 바이두, 온라인 여행 트립닷컴, 전자상거래업체 징둥(JD닷컴), 인터넷기업 넷이즈(왕이) 등이 홍콩 증시에 2차 상장을 추진 중이라고 6일 상하이증권보가 전했다.

이 가운데 넷이즈와 징둥이 지난주 홍콩 거래소에 상장 신청서를 제출했다.

현재 시가총액 425억 달러(51조8925억원)인 넷이즈는 홍콩 증시에 2차 상장할 경우 20억 달러(2조442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징둥은 빠르면 6월 중으로 상장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일정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로이터통신은 징둥이 30억 달러(3조6630억원)를 모금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미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기업들의 줄이은 홍콩행은 알리바바가 첫 물고를 텄다.

알리바바 그룹은 지난해 11월, 7년 만에 홍콩 증시에 재입성해 130억 달러(15조8730억원)을 조달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국기업들이 홍콩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계기다.

미중 무역갈등 긴장 고조로 중국기업에 대한 미국의 압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등은 중국기업에 회계장부 제출을 요구하고, 중국 회계법인에는 회계감사 보고서 공개를 요청했다.

그러나 중국 정권은 ‘국가기밀’이 담겨 있다며 자국 기업의 회계장부 등의 제출을 막아왔다.

이러한 투명성 부족은 금융사기로 이어졌다. 지난 4월 초 중국 최대 커피 체인 ‘루이싱(瑞幸·luckin) 커피’는 3억 달러 규모의 분식 회계를 시인했다. 그 여파로 루이싱 커피 주가는 82% 폭락해 시장에서 6조원 이상이 증발했다.

중국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아이치이(爱奇艺·iQIYI)는 2019년 매출을 최대 44% 부풀렸다는 회계부정 의혹을 받고 있다.

한편, 지난해 6월 마르코 루비오 상원 의원은 미국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중국과 다른 외국 기업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미국 당국의 준수사항을 3년 동안 이행하지 않는 기업은 상장 폐지시킨다는 게 법안 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