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당, 캔자스서 선거법 개정안 가결…주지사는 거부권 행사

한동훈
2021년 4월 25일
업데이트: 2021년 4월 25일

지난 2020년 대선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우편투표로 홍역을 치렀던 미국에서 선거법 개정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선거는 이미 지나갔지만, 공화당은 선거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민주주의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 선거에서 돌출됐던 문제점들을 바로잡는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문제없이 치러진 선거를 왜 자꾸 건드리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공화당이 추진하는 선거법 개정안이 유권자들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악법이라며 맞서고 있다.

가장 최근 사례는 미국 캔자스 주지사 로라 켈리(민주당)의 거부권 행사다.

켈리 주지사는 주의회가 통과시킨 2건의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했다. 또한 10대의 정당한 총기 소지를 허가한 법안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발동했다.

켈리 주지사가 거부한 선거법 개정안은 각각 △사전투표 용지에 반드시 서명하도록 한 법안(하원 제2183호) △우편투표 용지에 찍힌 소인을 임의로 변경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하원 제2332호)이다.

두 법안은 상원과 하원을 압도적인 표결로 통과했으나, 켈리 주지사는 “이 법안이 제정되면 투표를 억압할 것”이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사전투표 용지에 서명을 요구하는 법안은 유권자 신분 확인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다.

또한 우편투표 용지에 찍힌 소인을 임의로 변경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은 우체국이나 선관위에서 늦게 도착해 무효처리되어야 할 우편투표를 유효표로 둔갑시키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이다.

공화당 측은 두 법안이 지극히 상식적이며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켈리 주지사는 “유권자들의 선거권을 박탈하는 조치”라고 반박하고 있다.

켈리 주지사는 전자 법안에 대해 “지난 10년간 캔자스에서는 수백만 명이 투표했지만 심각한 부정선거 증거는 남아 있지 않다”며 “발생하지 않은 문제에 대한 법안”이라며 반대했다.

이어 후자 법안에 대해 “캔자스 주민들이 선거 절차에 참여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법안”이라며 “유권자 사기를 막기 위한 법안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켈리 주지사는 최근 조지아주가 우편투표 신분 확인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거법을 개정하자 코카콜라, 델타항공 등의 기업 임원들이 반발한 일을 언급했다.

그녀는 “미 전역의 수백 개 주요 기업이 이런 법안이 잘못됐다는 걸 엄청나게 분명히했다. 캔자스가 유치하려는 기업들로부터 반감을 사는 것은 경제 성장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켈리 주지사는 또한 적법한 절차에 따라 허가를 받으면 10대 청소년들에게 총기 소지를 허가해주도록 한 총기법 개정안을 거부했다.

이 법안은 최근 교내 총기사건이 늘어나는 것과 관련해 학생들의 적법한 절차에 따른 자기방어 권리를 확대·보장하기 위한 취지다.

그녀는 “(총기 소유권을 보장한) 수정헌법 제2조를 지지하지만 이 법안은 학교에 더 많은 총기가 돌아다니도록 할 것”이라고 반대했다.

앞서 켈리 주지사는 남성이 여성 스포츠 경기에 참여하는 현상을 막기 위해 마련된 법안도 거부한 바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생물학적 남성이 자신의 성 정체성을 여성이라고 주장하며 여성 스포츠 경기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두는 일이 빚어지고 있다.

공화당은 켈리 주지사의 거부권 행사를 ‘좌파 달래기’라며 강력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타이 매스터슨 캔자스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켈리 주지사가) 캔자스 각계각층 대부분이 지지하는 정책을 지원하는 대신 좌파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거부권을 행사했다”며 질타했다.

매스터슨 원내대표는 “선거법 개정안은 부정선거와 투표용지 사기를 예방하고, 총기법 개정안은 총기 소지를 더욱 안전하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식적인 조치들은 모두 압도적 표결로 통과됐다”며 다음 달 의회의 정기회기가 시작되면 켈리 주지사의 거부권에 대한 무효화 투표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지사의 거부권에 대한 무효화 투표는 주의회 상하 양원에서 각각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현재 캔자스 공화당은 주의회 하원 총 125석 중 84석, 상원 총 40석 중 29석을 차지하고 있어 자력으로 주지사의 거부권을 무력화할 수 있다.

한편, 미국에서는 47개 주에서 우편투표의 무분별한 확대를 제한하고 사진이 든 신분증 확인을 필수화하는 등 보안을 강화한 선거법 개정안이 추진됐거나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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