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당 “中 산업 스파이·지식재산 절도 위협적”…강력 대책 제안

남창희
2020년 6월 21일
업데이트: 2020년 6월 21일

미국 의회가 중국의 전방위적 지식재산·기술 절도를 겨냥한 강경 대응책을 제시했다. 지식재산 갈등은 미·중 무역전쟁의 핵심을 이루는 부분이다.

대응책은 ‘공화당 연구위원회’가 지난 10일 발표한 국가안보전략 보고서(PDF) ‘미국 강화 및 글로벌 위협 대응’(Strengthening America & Countering Global Threats)에 실렸다.

120쪽에 이르는 이 보고서는 중국, 러시아, 중동(이란·테러단체 포함), 국제질서 등 글로벌 위협을 지정학적으로 구분 짓고, 각각에 따른 대응을 서술했다. 특히 중국을 “미국의 최대 위협”으로 규정하며 결론 부분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분량인 26페이지를 대중 전략에 할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무역을 통해 중국을 민주적으로 이끈다는 낡은 사고는 효력을 상실한 반면, 중국은 더욱 독선적이고 위협적으로 변했다.”

그러므로 “반드시 새로운 전략을 마련해, 중국이 미국의 이익을 파괴하는 것을 막고 세계 질서를 재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중국의 위협이 전방위적이므로 “새로운 전략”은 최소 5개 분야에서 중국을 밀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5개 측면은 ▲중국의 산업스파이, 지식재산권 절도 및 악의적 경제행위에 대한 반격 ▲중국의 악의적인 정치적 영향 및 유언비어 유포 차단 ▲중국의 인권 침해 저지 ▲중국의 전 세계적 군사행동에 대한 반격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동맹 강화 등이다.

각 측면에 따른 구체적인 전략도 제시했다. 그 가운데 첫 번째 측면인 ‘중국의 산업스파이, 지식재산권 절도’에 대해서는 산업스파이와 지식재산권 절도로 나눠 총 9페이지를 걸쳐 상세한 대응책을 전개했다.

◎ 영업비밀보호법(DTSA)을 개정해 해외 관할권 확보 2016년 미 의회는 ‘영업비밀보호법’(Defend Trade Secrets Act·DTSA)을 발효해, 상업 비밀을 도난당했을 때 소송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하지만 민사소송이 미국 외에서도 적용되는지는 불분명했다.

보고서는 국회가 영업비밀보호법을 개정해 해당 법이 미국 외에서도 적용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연방 법원은 최근 경제 스파이 방지법의 역외관할권이 영업비밀 보호법의 민사소송에도 적용된다고 판결해, 미국 법원이 영업비밀 절도에 연루된 해외 회사에 대해 관할권을 부여받도록 허용했다.

◎ 중국 기업, 미국 내 미국인 대표 지정 의무화 그간 미국에 있는 중국 기업들은 “우리는 중국인이기 때문에 미국 내 법원과 감독기관 관할이 아니다”는 반응을 보여왔다.

미국 내 중국 회사의 대표가 미국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미국 기업의 고발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헤이그 송달협약’(민사 또는 상사의 재판상 및 재판 외 문서의 해외송달에 관한 협약) 등이 있지만 실제 소송에는 높은 비용이 든다.

보고서는 의회가 미국 법을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 미국 시장 진출을 조건으로 중국과 다른 나라에서 온 회사에 미국에 있는 에이전시를 지정하고 법률 문서를 접수할 것을 요구한다. 이렇게 되면 미국 내 중국 회사에 대해 관할권을 확립할 수 있는 방도가 열린다.

◎ 중국 기업의 ‘주권면제’ 남용 해결 보고서는 중국의 국영기업과 국영으로 위장한 중국 민영 기업들이 ‘주권면제’를 교묘하게 이용해, 미국 기업과 시민들에게 잠재적 리스크를 안겨준다고 했다.

주권면제는 주권을 누리는 자가 법적인 면책을 받는 상태를 가리킨다. 국제법에서는 주권국가(외국)가 다른 나라 법정의 피고가 될 수 없다는 원칙을 두고 있다. 미국은 1976년 세계 최초로 외국주권면제법을 제정했으며 이에 따라 일반적인 상황에서 미국 정부 또는 피해 기업들이 자국 내에서 중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반면, 중국 내 미국 회사에는 미국과 같은 수준의 법률 서비스를 받을 수 없도록 각종 장애물이 설치돼 있다. 중국 정부가 법을 이용해 미국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는 방식이다. 보고서는 미국 내 사업을 하는 중국 기업들은 ‘주권면제’를 추구할 권리가 없다고 했다.

◎ 인터넷 상업 기밀절도 사건처리 강화 1930년 제정된 미 관세법 337조는 불공정 경쟁 및 수입 행위 등에 대한 무역 규제 관련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 내 산업을 파괴하거나 피해를 준 경우, 무역 또는 통상을 독점하거나 억제하려는 경우 등을 제재한다.

하지만 인터넷상의 상업 비밀 절취 행위에 대해서는 해당 법이 무력하고 특히 증거 수집에 취약했다. 보고서는 국회가 사이버 공격에서 실질적인 책임 입증과 기소 타당성 여부를 검토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따르면, 피해를 본 미국 회사가 국가 차원에 의한 사이버 침입이라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면 국회는 증거제시 책임을 외국 수입업자에게 이전한다. 외국 수입업자가 제출한 증거는 피해를 본 회사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출해 사건을 처리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 재무부 연례보고서 제출, 지식재산 절도 기업 제재 관세는 관련된 모두를 다치게 할 수 있기에 좋은 수단은 아니다. 보고서는 관세 대신 새로운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 재무부에 권한을 부여해 지식재산권을 침해하고 사이버 스파이 활동을 하거나 그로 인해 직접적 혜택을 받는 개인, 기관, 조직 그리고 회사를 제재하는 내용이다.

또한 보고서는 재무부에 미국 기업의 지식재산을 대량 빼돌리고 직업 이익을 보는 외국 기업에 관한 연례 보고서를 제출하고, 해당 기업이 6개월 내 중단하지 않을 시 경고해야 한다고 했다.

이후에도 지식재산권을 계속 침해하면 상무부의 ‘금지고객리스트’(DPL) 명단에 올리고, 미국 금융시스템 진입을 금지한다.

◎ 상무부의 금지고객리스트 권한 확대 미 상무부는 수출관리규정(EAR)에 따라 미국산 부품·기술이 들어간 제품을 제3국으로 재수출할 경우 미국 정부의 사건 허가를 요구하는 등 자국기술을 보호하고 있다.

이를 위반한 외국기업에는 벌금을 부과하고 미국과 거래를 금지하며 위반자와 처벌내용을 금지고객리스트에 올려 관보 및 웹사이트에 게재한다. 상무부의 금지고객리스트에 오른 외국기업은 세계 각국 기업으로부터 거래를 기피당하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보고서는 의회가 금지고객리스트를 법제화하고 리스트에 오른 기업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금지고객리스트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 미국 기술 사용을 금지하는 거래제한 명단보다 강하지만, 수출만 막을 뿐 수입을 차단하진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그 외 미국 재무부에서 ‘특별지정 제재 대상국’(SDN) 제도를 운용하지만, 이는 너무 엄격해 형사처벌에 가깝다.

보고서는 상무부의 권한을 확대해 금지고객리스트보다 포괄적이고, 특별지정 제재 대(SDN)보다 징계 수위가 낮은 리스트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수출만 아니라 수입까지 추적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보고서는 중국의 미국 대학·연구소 침투에 대한 내용도 다뤘다.

그 한 사례가 미 의회가 발의한 ‘안전한 캠퍼스법’이다. 미국 대학의 이공계 분야에서 공부하는 중국 학생들의 비자 발급을 제한하는 이 법안은 중국 정부의 해외 인재유치 프로그램인 ‘천인계획(千人計劃)’을 겨냥했다.

또 미국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는 미국의 대학·연구소·연구기관들에 중국의 천인계획 참여자를 채용하지 않았음을 입증하도록 의무화했다.

중국과 무역전쟁을 시작한 뒤 미국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기 위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들의 연합체인 ‘경제번영 네트워크’(Economic Prosperity Network)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에 있는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돌아오게 하거나 인도·베트남 등 미국이 믿을 수 있는 국가로 이전을 유도해 중국에 의존하는 글로벌 공급망을 다시 짠다는 계획이다.

공화당 연구위원회의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는 한국에도 강한 시사점을 던진다. 미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경제질서와 중국 중심으로 짜인 기존 경제질서 가운데 한국 경제가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미 국무부가 “한국은 어느 편에 설지 이미 수십 년 전에 결정했다”라는 입장을 내놨다고 지난 6일 보도했다.

이수혁 주미 한국 대사의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는 나라”라는 취지 발언에 대한 논평이었다. 미 국무부의 즉각적인 반응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됐다.

한편, 공화당 연구위원회는 미 민주·공화 양당 내 여러 이념분파 중에서도 보수주의 분파로 분류된다. 공화당 하원의원 150여 명으로 구성됐다. 양당은 당내에 각각 4~7개의 이념분파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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