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협상에서 트럼프의 다음 카드는 ‘인권’?

2019년 6월 2일 업데이트: 2019년 12월 2일

트럼프 행정부는 화웨이에 이어 항저우의 하이크비전(Hikvision)과 저장의 다화(大華) 등 중국 영상감시장비 회사 5개도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화웨이와 하이크비전은 모두 중국 정부의 모니터링 사업과 민중 감시를 돕는 주요 도구다. 향후 미중 무역협상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인권’ 카드를 쓸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화웨이, 미중 무역협상의 한 부분이 될 듯”

5월 15일, 미국 상무부는 화웨이를 ‘실체 리스트’에 올렸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 회사가 미국 정부의 허락 없이는 화웨이에 기술과 부품을 제공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화웨이는 안보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위험하다. … 만약 미국과 중국 정부가 합의한다면, 나는 화웨이가 무역협상의 한 부분이 되거나 미중 무역협정의 한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상상할 수 있다”고 했다.

화웨이가 미중 무역협상의 카드로 떠오르면서 무역전쟁이 점점 더 과학기술전으로 확전되는 것처럼 보인다. 미국도 다른 분야, 즉 중국 정부의 모니터링 기술로 관심을 넓히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은 민중 감시에 참여하는 중국 회사들을 주목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하이크비전을 블랙리스트에 올리면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당국의 신장 위구르인 감시‧구금 활동에 협조한 중국 회사를 응징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미국 상무부가 화웨이와 그 계열사 68개를 수출 규제 실체 리스트(Entity List)에 포함했다고 발표한 직후, 주중 미국 대사가 티베트 방문이라는 파격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5월 19일부터 23일까지, 브란스타드 주중 미국 대사는 칭하이 장족자치구와 티베트 자치구 수도 라싸 등을 차례로 방문했다. 브란스타트는 4년 만에 처음으로 티베트를 방문한 미국 대사다.

화웨이 등 공급이 중단되거나 중단을 앞둔 회사를 겨냥해 인권을 중국의 제조기술과 연계하려는 미국의 노력이 중국 당국 관영언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고 CNBC 방송이 보도했다.

CNBC TV는 미국이 하이크비전에 주목하는 것은 사실상 중국 정권의 민중 감시 방식을 주목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하이크비전은 단지 중국 당국 감시 기술의 방대한 생태계의 일부에 불과하다.

중국 당국은 CCTV 카메라 2억 대로 모든 것을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이 시스템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탑재해 안면인식을 지원하고 있다. 중공의 안면인식 데이터베이스는 14억 인구 하나하나를 식별한다.

2017년 중국 정부는 세계의 인공지능 리더가 될 청사진을 그렸고 이 기술을 발전시켰으며 AI 구동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의 성장을 이끌었다. 이 가운데 많은 회사가 중국 정부의 감시시스템 구축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예를 들면, 시가 40억 달러가 넘는 과학기술 회사인 센스타임(SenseTime)은 인공지능 안면인식 기술을 중국 경찰에 판매했다.

중국 정부의 감시 기술은 이미 2000년 ‘금순공정(황금방패)’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급속도로 발전했다.

‘금순공정’, 즉 중국 당국의  ‘전국 공안공작 정보화공정’은 주로 대내적으로 중국 국민을 겨냥한 네트워크 모니터링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이다. 각지의 공안은 이 시스템을 통해 모든 국민이 사용하는 인터넷, 전화, 컴퓨터, QQ, 위챗과 같은 사교적인 기록 등의 정보를 감시할 수 있다.

장쩌민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 뤄간 전 중앙정법위 서기도 이 사업의 주요 지도자였다. 두 사람 모두 파룬궁을 탄압한 장본인이다.

2008년 미국의 인터넷 설비 공장인 시스코가 중국공산당의 인터넷 모니터링 시스템 설계에 협조했다는 소식이 미 의회 청문회에서 공개됐다. 이 폭로 문서에 ‘금순공정’의 목표가 ‘파룬궁 및 다른 적대분자’라고 명기돼 있다.

美국제종교자유위원회 “종교‧인권 박해 의제를 미중 무역협상에 포함하라” 촉구

5월 초, 중국이 그동안 진행했던 구조개혁 약속을 갑작스럽게 철회함으로써 미중 무역협정이 결렬됐다. 10일, 트럼프 행정부는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추가 관세 25%를 전격 부과했다.

관세가 인상된 지난달 10일, 펜스 부통령과 존 볼튼 국가안보보좌관이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를 찾아 중국의 종교 자유와 박해 문제를 논의했다.

이어 USCIRF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중 무역협상에서 중국의 종교와 인권 문제를 협상 어젠다에 포함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USCIRF 위원 게리 바우어는 이 성명에서 “미중 무역협상에서 종교와 인권 박해가 더 폭넓게 다뤄져야 한다. 이 문제는 모든 남녀가 관련되며 기독교인, 무슬림, 불교도, 파룬궁 수련자를 막론하고 모두가 자신의 생각과 방식대로 예배할 권리가 있다. 수백만 중국 인민의 생명과 자유가 그들의 정부에 의해 공격받는 시점에서 우리도 종교의 자유와 인권을 의제에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펜스 부통령도 USCIRF 위원들을 만난 뒤 트윗을 올렸다. 트윗에서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종교의 자유를 수호한다고 밝히면서 면담 사진을 함께 올렸다.

5월 10일, 펜스 부통령은 미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 위원들을 만난 뒤 한 줄의 트윗을 발표했다. 트윗에서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종교의 자유를 지킨다고 밝히면서 면담 사진을 함께 올렸다. 이 사진은 같은 날 USCIRF 웹사이트에도 게재됐다. | USCIRF 이미지앞서 USCIRF는 4월 29일 브리핑을 통해 2019년 연례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중국 공산당을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특별관심국’으로 20년 연속 분류했다. 또한 많은 분량을 할애해 중국 당국이 2018년에도 계속해서 파룬궁 수련자, 위구르인 등을 박해하고 있다고 기록했다.

보고서에 의하면, 중국 당국은 2015년 1월 1일부터 수감자(이 중 많은 사람은 파룬궁 수련자)의 장기(臟器) 사용을 중지했다고 주장하지만, 2018년에는 인권 운동가, 의료 전문가와 탐사보도 기자들이 죄수의 장기를 수집하는 행위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를 더 많이 제시했다.

미 의회 중국위원회 위원장 “인권 문제는 미중 무역협상의 핵심”

미국 의회 의원들도 인권을 미중 무역협상의 핵심에 둘 것을 트럼프 행정부에 권고했다.

5월 15일, 중국위원회(CECC) 위원장인 제임스 맥거번 하원의원 주재로 홍콩 당국의 ‘범죄인인도법’ 개정 문제와 관련한 청문회가 열렸다.

그는 인터뷰에서 “무역협상에서 직접 이런 문제(범죄인인도법 등)를 제시하라고 트럼프 행정부에 촉구해야 한다. 인권 문제는 중국과의 무역협상의 핵심이어야 한다. 우리는 재계에도 연락해서 더 많은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CECC 공동의장인 마르코 루비오 의원도 “인권과 홍콩의 미래가 미중 대화의 핵심에서 소외돼서는 안 된다”며 미중 협상에 참여하는 모든 인사가 홍콩과 인권 의제에 대한 미국의 관심을 중국 측에 제기할 것을 촉구했다.

5월 14일, 칼 거쉬만 국제민주주의기금(NED) 회장도 이 문제와 관련해 본보 기자에게 견해를 밝혔다. 그는 홍콩 범죄인인도법 등 인권 문제를 미중 무역협상에 포함하는 데 찬성했다면서 “미국은 매우 강력한 목소리를 내야 하고, 단계별로 정부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홍콩 당국은 최근 범죄인인도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 초안이 통과되면 홍콩에 거주하는 범죄 용의자를 중국 본토로 송환할 수 있다. 이에 국제사회는 홍콩인과 홍콩 거주 외국인, 그리고 홍콩을 경유하는 외국인의 안전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 문제 전문가들, ‘인권’을 미중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데 찬성

미국에 거주하는 전(前) 베이징대 경제학자 샤예량은 본보 기자에게 “미국이 미중 무역협상에서 중국의 인권 문제를 거론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했다.

그는 “어떤 학자는 지나치게 이상적이고 순진하다. 중국 정권에 경제적 혜택을 주고 진보하도록 하면,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민주화되리라 생각했다. ‘인권 문제를 중국 정권이 스스로 해결할 것’이라는 생각이 틀렸음이 사실로 증명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미국이 가장 얻고 싶은 결과는 중국 정부가 구조적 개혁, 법률 규정 제정, 미국의 감독 허용 등의 합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하지만 감시가 안 되면 미국은 반드시 응징과 제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텅뱌오 전 중국 정법대 교수도 인터뷰를 통해 견해를 밝혔다. “중국 민중에 대한 중공의 인권 박해는 21세기 최대 재앙이다. … 미국은 중공이 가장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인 ‘인권(박해)’으로 중공과 무역협상을 벌여야 한다. … 미국도 보편적 가치 차원에서 인권을 중요한 위치에 두어야 한다.”

중국문제 논설위원 궈바오성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미중 무역협상에 인권을 포함시키는 것을 지지한다며 “무역전쟁은 중국 정권의 급소를 찌르는 격이다. 중국 정권은 이후 민주국가의 제재를 받을 것이고, 그 후 중국 정부는 인권과 종교 문제에서 어느 정도 타협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한 “트럼프 정부는 실력으로 평화를 이루는 현실적인 정부다. 경제적으로 압도적인 강제 조치를 취해 중국 정부가 (인권 문제에서) 변화를 가져오도록 한다. 중국 정권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경제가 무너지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서 그는 “미국은 사실상 무역전쟁에서 이미 이겼다. 이렇게 많은 관세가 붙으면 미국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역협상은 끝나지 않았고, 뒤에 있는 협상에서 미국은 더 많은 조건을 제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권 개선, 경제 개선, (파룬궁 수련자 등 양심수에 대한) 강제 장기 적출 중단, 수용소 해체 등의 의제들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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