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데이터 전쟁②] 데이터 싹 쓸어간 중공과 오바마의 무력한 반격

박민주
2020년 12월 29일
업데이트: 2020년 12월 30일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가 미중 양국 정보당국이 최근 10년 동안 벌인 글로벌 데이터 전쟁에 대한 장문의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전·현직 미국 정보 및 국가안보 당국자 30여 명에 대한 광범위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된 이 보고서는 세 부분으로 나뉜다.

△1부 중공, 훔친 데이터로 미국 정보요원 식별 △2부 데이터 싹 쓸어간 중공과 오바마의 무력한 반격 △3부 트럼프 시대 맞은 중공, 중국기업과 손잡고 對美 데이터전 개시 등이다.

이 기사에서는 오바마 시대의 미 정보기관들이 권력을 다지려는 시진핑의 데이터 싹쓸이 공격 앞에 어떻게 발버둥쳤는지를 다룬 제 2부를 소개한다.


파괴된 정보망, 중공이 잘 보이지 않는 미국

2013년 초 시진핑 중공 총서기가 국가 주석으로 취임하려 할 때 서방에서는 그가 어떤 지도자인지 아는 사람이 드물었다. 뉴욕타임스의 중국 보도 전문 기자, 닉 크리스토프(Nick Kristof)는 그해 1월 시진핑이 “경제개혁 회복에 앞장설 것이며 정치적으로도 조금 느슨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평가는 완전히 빗나갔다. (중공의) 미국 인사관리처(OPM) 해킹은 베이징이 미국 정보요원의 잠입을 알아차릴 수 있게 했고, CIA가 구축한 중국 특수요원들의 네트워크를 철저히 파괴했다. 이 두 가지 재앙이 중국 안건에 대한 미국의 통찰력에 극심한 영향을 끼치면서 미국 관리들은 갈수록 불투명한 유리창을 통해 중국을 보게 되었고, 이에 따라 고위 정책결정자들에게 제공되는 질 높은 정보 역시 눈에 띄게 줄었다.

한 오바마 시절 고위 관료는 “당시 백악관 관료들은 시진핑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갖고 있었다”며 “그들은 대중(對中) 정책을 제정하면서 시진핑의 성격과 의도를 놓고 논쟁을 벌였다”고 밝혔다. 또 일각에서는 시진핑을 중공의 산물이긴 해도 중국 체제를 개선할 개혁가로 봤지만, 일각에서는 시진핑을 ‘신(新) 모택동파(派)’, 즉 위험한 강경파로 봤다고 전했다. CIA 내에서도 시진핑에 대한 견해는 엇갈렸다.

정보 측면에서의 일부 공백은 미국 관료들이 더욱 신중해진 데 따른 측면도 있다. 한 전직 국가안보 관료는 “(OPM의 해킹으로) 보호막이 이미 뚫린 상태라 우리 요원들의 현장 투입이 꺼려졌다”고 회고하며 “그들(중공)이 우리를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의 기자 데이비드 생어(David Sanger)가 2018년 펴낸 ‘퍼펙트 웨폰’(The Perfect Weapon)에 따르면 CIA는 중국에서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던 직위 수십 개를 없앴다. 한 전직 고위 정보분석가는 CIA가 수년 동안 중국에서 밀고 나가기를 꺼렸다며 그들의 자신감이 크게 흔들렸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중공이 디지털 방어를 강화하고, 2012~2014년 사이에는 국내를 중점으로 디지털 감시망을 조이고, 생체인식 기술과 CCTV를 점점 더 많이 사용하면서 미국의 정보 수집은 더욱 어려워졌다.

미국의 스노든(Edward Snowden) 폭로 사건과 위키리크스가 2010년과 2011년 공개한 25만여 건의 미 국무부 외교 전문(電文)은 중공 관리들이 미국이 비밀을 지키고 있다고 믿지 못하게 함으로써 말을 꺼리게 했다. 또한 중공 관리들은 자신들이 국내 안보 부처의 감시하에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미국 관리들이 중국과 일상적인 의사소통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데도 시진핑이 당과 국가를 전면적으로 재정비하고 재편함에 따라 그의 성격과 의도는 더욱 분명해졌다. 오바마 시절 관리들은 당시를 회상하며 “시진핑은 점점 더 독단적으로 통치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향후 몇 년간 시진핑의 강경정책은 중국인의 생활 속 거의 모든 영역으로 확대돼 백만의 신장 위구르인 구속과 감시, 가혹행위부터 언론의 자유 탄압까지, 또 이른바 반(反)부패∙탐욕 숙청까지 수십만 명의 중공 관리를 소탕했다. 그러나 오바마 시절 관리들은 “미국 정부가 여전히 행동을 꺼리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데이터 싹 쓸어간 중공, 오바마의 무력한 반격

이와 함께 중공은 해킹 공격에 더 정진해 미국인의 데이터를 올림픽 수준으로 털어갔다. OPM 해킹 사건 외에도 중공의 해커는 2014년 일류 호텔 체인인 메리어트 호텔을 해킹해 여권과 신용카드 데이터를 포함, 3억 8,300만 명이 넘는 개인정보를 빼냈다. 같은 해 미국 최대의 의료보험 업체인 앤섬(Anthem)을 해킹해 7,800만 명이 넘는 미국인의 개인정보도 빼냈다. 이들은 미국 항공사에도 침입했는데, 유나이티드 항공사와 최상위 여행 예약업체 세이버(Sabre)의 시스템까지도 중국 여행 정보 프로젝트의 주요 목표물이었다. 미 해군부 소속 컴퓨터 시스템을 해킹해 10만 명의 해군 인력과 관련된 민감한 자료를 빼내기도 했다.

한 전직 국가안보국 고위 관리는 “중국인(중공)이 빨아들인 데이터는 산더미처럼 쌓여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많다”고 회상했다.

중공의 행동에 대해 오바마 정부의 반격에는 한계가 있었다. 2014년 오바마 정부는 중공군 해커 5명이 미국 회사를 상대로 대규모 스파이 활동을 벌인 것을 기소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국가 해커를 공개적으로 기소해 베이징을 압박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 밑에 고위 관료들은 여전히 (좁더라도) 베이징과 협력할 수 있는 핵심 분야 중 하나가 비자 완화라고 봤다.

2014년 오바마 대통령은 베이징 방문 때 비즈니스와 관광용 비자를 1년에서 10년으로, 학생 비자를 5년으로 늘리는 상호 호혜적 협의가 이루어졌다고 발표했다. 비자 연장은 중공의 국가안보부가 주도해 추진한 것으로, 그들은 미국 정부가 모르는 사이에 수시로 미국을 들락거리길 원했던 것이기 때문에 고위급 정보 관리들은 매우 놀랐다. 당시 모든 정보기관이 “그들(중공)의 비전통적 수집 활동이 더욱 도를 넘어서게 될 것”이라며 들끓었다. 하지만 당시 오바마는 어떠한 협의든 끌어내려 애썼고, 정부 당국자들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두 번째로 시도한 협력 분야는 사이버 공간이었다. 2015년 9월, 시진핑의 첫 워싱턴 국빈 방문 때 오바마와 시진핑은 해킹으로 비즈니스 기밀을 훔치는 것을 금지하는 새로운 주요 양자 협의를 발표했다. 오바마 정부의 고위 관리들은 개인 데이터 해킹으로까지 협의를 확대하자고 했지만, 협의를 지키지 않은 데 대한 처벌이 규정에 나와 있지 않아 정보 당국의 반대에 부딪혔다. 게다가 정보 당국자들은 애초에 중국(중공)이 협의를 준수할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 또한 미국의 스파이들도 개인 데이터를 해킹하는 데 폭넓게 관여하고 있어 자신들도 지킬 수 없는 협의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

미국과 러시아보다 규모가 큰 베이징 스파이

그러나 오바마 정부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관리들은 러시아가 아닌 중공이 미국에 가장 크고 장기적인 위협이라는 데 대체로 공감했다. 관리들은 정보기관이 각종 수집 작업에서 더 많은 자원을 대(對)중공 스파이 활동에 투입하도록 지시했다. 전 국가안보위원회(NSCAI) 고위 관리는 오바마 정부가 끝날 무렵엔 기술 수집 방면이나 매우 적극적으로 미국 특수요원을 모집하는 방면에서는 러시아보다 (이미) 앞섰던 게 분명해 보인다고 회고했다.

기본적으로 베이징의 스파이 규모는 모스크바나 워싱턴보다 훨씬 크다. 국가안보국의 위협 작전 센터 부국장으로 재직했던 스티브 라이언(Steve Ryan)은 “이 분야에서 베이징의 가장 큰 장점은 거의 끝이 없는 인적 자본을 가지고 있어 가능한 많은 (데이터를) 쥘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인(중공)이 다년간 축적해 온 이 데이터를 무기로 쓰지 않겠느냐”고 우려를 표하며 “만약 그들이 그렇게 한다면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들이 러시아보다 훨씬 많은 데이터를 갖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인의 방법보다 더 파괴적일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전직 국가안보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 국가안보 고위 관리들은 2016년까지 중국의 민영기업과 중공 국가안보부 간의 공유 관계에 대해 정보기관이 주목하도록 지시했다. 2017년 초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중공의 안보 기관과 민간 테크놀로지 회사들의 협력적 공생 관계는 극에 달했고, 과학기술계의 거물들은 스파이 활동에서 중공을 위해 중요한 이점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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