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에너지 정책, 오늘날 기술·경제성 토대로 추진해야”

이윤정
2021년 12월 4일
업데이트: 2021년 12월 4일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 토론회 개최
“태양광·풍력은 수급 안정성 불안, 수소경제 기술 전무”
“국제사회, ‘온실가스 저감·탄소중립 쉽지 않다’” 인식 확산

“중국에 요소 원료가 없어서가 아니라 중국이 겪고 있는 전력난 때문에 요소 생산 공장을 돌리는데 필요한 전기가 부족한 게 문제다. 중국의 에너지 정책 실패로 인한 불똥이 우리나라까지 튀었다.”

한 달 전 전국을 뒤흔든 중국발 요소수 사태에 대해 이덕환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이하 에교협)’ 공동대표(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이와 같이 말했다.

해당 발언은 12월 3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정책 평가와 차기정부의 정책방향’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나왔다.

국민의힘 정책위원회와 에교협, 국민의힘 한무경·양금희·이영 의원이 공동주최한 토론회는 에교협이 준비한 ‘정책제안서’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게 전달하는 행사도 포함됐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직접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후보 사정상 김병준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대리 참석했다. 토론자로는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이준신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가 참석했다.

좌장을 맡은 이덕환 대표는 “태양광·풍력의 변동성·간헐성 문제를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태양광·풍력은 낮과 밤, 기상 여건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진다. 아무리 전기를 만들고 싶어도 햇빛, 바람이 없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지난 겨울 미국 텍사스주에서 풍력 설비가 한파에 꽁꽁 얼어붙으면서 전력 대란이 일어났고 영국·호주·스페인 풍력 설비도 말썽을 부렸다. 정말 심각한 상황은 중국에서 벌어졌다.

이 대표는 “올여름 중국에서는 유난히 바람이 불지 않았고 비도 많이 내렸다. 지난 7월 중국 동북(東北) 지역에 집중적으로 설치해 둔 풍력 발전기가 한 달 동안 멈춰 서는 바람에 출력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쏟아지는 폭우에 태양광도 힘을 잃었다. 중국 발전설비의 12.8%를 차지하는 풍력과 11.5%에 해당하는 태양광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결국, 중국 전체 발전 설비의 25%가 전기 생산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소는 암모니아와 이산화탄소를 결합해서 만든다. 요소가 석탄이나 천연가스에서 추출된다는 것은 잘못 알려진 사실이라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요소의 원료인 암모니아를 만들 때 천연가스를 열분해해서 만든 물질이 필요하기 때문에 요소 생산에 전기가 많이 필요한데 현재 중국은 전력난으로 공장을 가동할 전기를 충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최근 전국 31개 성(省) 급 행정구역 중 20곳 이상에서 전력 부족 현상이 발생해 대규모 정전 사태를 겪었고 공장 수천 곳의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

지난 8월 중순부터 가중된 유례없는 중국 전력난의 원인은 호주와의 무역 분쟁으로 석탄 수입을 중단해 석탄이 부족해진 데다 세계적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석탄 수급 불안으로 파악되고 있다. 여기에 2060년까지 ‘탄소 배출 제로’를 실현하겠다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선언에 따른 지방 정부의 무리한 제한 송전이 전력난 가중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20여 개 성·시에 대정전을 발생시킨 중국의 전력난은 석탄이 아니라 태양광·풍력 등 대체에너지 생산량 감소에서 촉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덕환 대표는 이를 두고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친환경적, 지속적이라고 믿었던 태양광·풍력이 중국을 배반한 결과다. 우리의 태양광·풍력은 과연 건강한지 묻고 싶다. 지난 4년 반 동안의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은 완전히 무너졌다는 게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에교협 공식 평가다. 온 국민이 지난 60년 동안 애써 세계 최고 수준으로 키워놓은 원전기술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원전을 가장 효율적으로 건설·운영하는 역량을 가진 원전 전문가들이 국내에서 일자리를 잃고 해외로 속속 떠나고 있다. 아름다운 금수강산과 바다는 싸구려 중국산 태양광과 풍력 설비로 초토화되고 있다.”

이어 “우리나라 전력 시스템의 근간인 한국전력이 누적된 부실경영 결과 빚더미에 올라앉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화려한 수사로 포장된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내놨지만, 기술혁신 가능성, 국민부담 측면을 고려해보면 국가 경제를 포기해야만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덧붙였다.

이덕환 대표는 설명을 이어갔다. “국제사회의 당위적 과제로 자리 잡은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과 탄소 중립을 위한 노력도 지향점을 잃어버리고 표류하고 있다. 지난 11월 13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막을 내린 제26차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실패로 끝난 게 그 증거다. 인도·러시아·중국·브라질 등 온실가스를 대량 배출하는 국가들이 2030년 감축 목표 강화를 거부했다. 탄소 중립 달성 시점도 2050년에서 ‘금세기 중반’으로 미뤘고 석탄 화력의 ‘단계적 폐지’도 ‘단계적 감축’으로 후퇴했다. 이는 온실가스 저감과 탄소 중립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현실이 반영된 것이다.”

그는 “우리 정부는 이러한 국제사회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했다. ‘국제사회에 당당하게 자랑할 수 있는 목표가 필요하다’는 순진한 생각으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40%나 줄이겠다고 자발적으로 선포했다. 이는 포스코 수준 제조기업 4개를 없애거나 생산량 1위~20위까지의 기업을 모두 포기해야 가능한 일이다. 2050년에는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도 밝혔다. 전체 발전 설비의 70%를 태양광·풍력으로 채우고 나머지는 수소 경제로 채우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강조하는 수소 경제는 현재 수소의 생산·운반·저장·활용 기술이 아무것도 없다. 그저 꿈만 있을 뿐”이라고 부연했다.

마지막으로 차기 정부를 향해 “미래 에너지 정책은 탄탄한 기술과 국민이 부담할 수 있는 범위에서 제시돼야 한다. 우리가 목소리만 높이면 기술을 만들어주는 요술 방망이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니다. 이러한 냉혹한 현실을 인식하는 데서 차기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출발해야 한다”라고 경고했다.

발제자로 나선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에교협 공동대표)는 “저렴한 우라늄을 사용하는 원전을 퇴출시킴으로써 에너지 안보의 취약성이 증가했다”라며 원전 생태계 붕괴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탈원전 정책으로) 두산중공업을 비롯한 4650개 협력업체가 몰락했다. 두산중공업 원전부문의 공장 가동률이 10% 미만으로 떨어지고 1000여 명이 명예퇴직했으며 3조 6천억 원의 공적자금이 수혈됐다. 원전 설비 공급업체 매출은 29% 감소했고 종사자 13%가 실직 혹은 이직했다. 수출을 통한 외화 획득 기회를 상실하고 한국의 존재감이 급속히 약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한국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APR1400 설계 인증과 유럽 사업자 인증을 획득하는 등 높은 기술경쟁력과 해외 수출 경험을 갖고 있음에도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등에 업은 러시아, 중국 등에 밀려 해외수주 기회를 잃고 있다. 원전 핵심 기술의 해외 유출, 원자력공학 전공 기피 현상까지 나타났다.”

/ 취재본부 이윤정 기자 yunjeong.lee@epochtimes.n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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