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월 소매판매 호조, 연준 금리인상 감속 기대감

한동훈
2022년 02월 17일 오후 1:17 업데이트: 2022년 02월 17일 오후 1:17

40년 만에 최고 물가와 오미크론 확산이란 악재 속에서도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 지출이 경제를 뒷받침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상무부는 1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3.8%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예상치보다 0.8% 많은 것으로 작년 3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인플레이션 압박 속에서도 소비자들이 지출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상무부 월간 보고서에 따르면 술집·식당 소비는 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0.9% 감소했지만, 온라인을 통한 컴퓨터 구매가 14.5% 증가했고 가구·자동차 구매도 양호했다.

산업생산도 호조를 나타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6일 발표한 1월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1.4% 증가해 예상치를 0.4% 웃돌았다. 이는 작년 12월(전월 대비 0.1% 감소)과 비교하면 하락세에서 반등을 이뤄낸 결과다.

두 보고서 모두 미국의 올해 1분기 경제가 비관적이지 않음을 전망케 하고 있다. 애틀랜타 연준의 예측모델에 따르면 미국의 2022년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기존 0.7%에서 1.6%로 상향 조정됐다.

다만 미국 경제의 상승 모멘텀이 달러 가치 상승 모멘텀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16일 달러지수는 0.17 하락한 95.8포인트로 이틀 연속 꺾이며 올해 누적 기준 0.1%포인트 상승에 그쳤다. 달러지수의 부진은 연준의 긴축 움직임이 예상보다 완화됐음을 의미한다.

연준 회의록, 금리인상 ‘속도 조절론’ 확인

관심을 모았던 금리 인상 속도에 대해서는 시장의 우려가 다소 희석됐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16일 발표된 연준의 1월 회의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금리 인상 쪽으로 기울어졌고 올해 하반기에 긴축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인플레이션이 더 상승할 경우에만 금리 인상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선물 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연준의 ‘3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43.5%로 나타냈다. 전날 60%대, 지난주 물가보고서 발표 때 90%대에서 급락했다.

채권시장 반응 역시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이날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2.02%로 1년 만에 최고치에 근접했지만, 아직 급등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 국채는 1개월부터 30년까지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미국의 경제성장률과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치를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지 않는다는 것은 물가 상승 우려가 크게 높지는 않다는 의미다.

올해 미국 증시는 연준의 통화긴축과 금리인상 단행에 대한 우려로 투자자들의 심리가 위축되면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연준 내 대표적 ‘매파’로 꼽히는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준 총재는 지난주 “7월까지 금리를 1%포인트 올려야 한다”고 말해 미국 증시를 포함해 국제 금융시장에 파장을 일으켰다. 놀란 투자자들은 황급히 지분을 낮춰야 했다.

위축됐던 투자 심리 다소 회복…증시, 보합세

당초 시장은 연준의 올해 금리 인상이 총 3차례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불라드 총재의 발언 이후 전망을 수정해 25bp씩 총 7차례  인상할 것으로 보았다. 이는 매우 이례적 속도다.

따라서 다수 경제 전문가들은 연준의 1월 회의록에 ‘매파’적인 목소리가 강하게 담겨 있을 것으로 추측해왔다. 그런데 실제 공개된 회의록에서는 금리인상을 하기는 하겠지만, 인플레이션을 보면서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것이다.

이날 미국 증시는 장중 1% 가까이 하락하며 보합세를 나타냈다.

다우지수는 세션 한 번에 300포인트 이상 하락했지만, 종가는 54포인트(0.16%) 하락하는 데 그쳤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는 0.93% 하락했지만 0.1% 소폭 상승하며 마감했다. 나스닥도 0.99 하락했다. 저점에서 종가까지 0.11%다.

투자자들이 연준의 통화긴축에 대해 과도한 우려를 수정해 투자 전략을 변경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미국 증시는 지난 15일 러시아의 철군 발표로 반짝 반등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우크라이나 접경지대에서 러시아군이 철수했다는 중요한 신호는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이 부인하긴 했지만, 지정학적 긴장에 민감한 국제유가는 긴장 완화 신호에 이틀째 하락세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