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첨단기술 대중국 투자 규제…바이든 “국가비상사태 선포”

앤드루 쏜브룩
2023년 08월 10일 오후 7:14 업데이트: 2023년 08월 10일 오후 7:18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첨단 반도체, 양자 컴퓨팅, 인공지능(AI) 3개 분야에서 중국(홍콩·마카오 포함)우려국가로 지정하고, 미국 자본의 대()중국 투자를 규제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지난 9일(현지 시간) 발동된 해당 행정명령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내년께 발효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앞으로 미국 재무장관은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간주되는 중국 기술에 대한 미국의 투자를 규제할 수 있는 결정권을 갖게 된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군사·정보·감시·사이버 능력에 중요한 민감한 기술 및 발전에 있어 우려 국가가 제기하는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의 특정 투자가 국가 안보에 대한 이례적이고 특별한 위협을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바이든 행정부의 한 관계자는 언론 통화에서 “미국의 안전을 위해 차세대 무기에 중요한 특정 기술을 보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하며 바이든 대통령의 설명에 힘을 보탰다.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은 군사 기술에 활용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목표로 하며 이 과정에서 반도체 및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양자 정보 기술, AI 시스템에 대한 미국의 투자를 활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새로운 행정명령 조치는 중국의 군사 기술 개발에 미국의 돈이 흘러들어 가는 상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포석이 될 전망이다.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위 세 분야들 위주로) 좁은 범위에서 정밀하게 조준됐으며, 국가 안보 위협으로부터 보호막을 형성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것은 경제 문제가 아니라 국가 안보 차원의 결정이다.”

재무부, 규칙 제정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재무부는 위 세 가지 분야에 있어 군용 제품 개발과 관련된 대중국 투자를 금지하는 한편 이보다 낮은 수준의 기술 등과 관련된 대중국 투자의 경우 사전 신고를 의무화한다는 방침이다. 재무부는 업계의 의견을 청취한 뒤 세부 시행 규칙을 별도 고지할 계획이다.

통상 규칙 제정에는 의견 수렴을 위해 긴 절차 과정이 소요되나, 행정부 당국자들은 대중국 투자를 규제하려는 미 의회의 초당적 논의가 이를 훨씬 단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관계자는 이번 움직임이 중국에 대한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아니라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이라는 점을 부각하고 일부 수위를 조절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경제 측면에서 ‘투자 개방’ 원칙을 유지할 것이며, 한정적으로 좁은 방식의 표적 설정을 통해 위험을 제거하고 국가 안보를 보호하려는 것뿐이라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또 “이번 조치는 미국의 동맹국 및 파트너국들과의 협력을 거쳐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중국군으로의 유입 방지

이번 조치를 통해 중국이 군사적으로 우위를 선점할 상황을 방지하는 게 행정부의 목표 중 하나다. 이에 따라 구체적으로 금지되는 거래 유형은 사모펀드, 벤처캐피털 등을 통한 지분 인수, 합작 투자, 주식 전환이 가능한 특정 채무 금융 거래 등이다.

그간 미국 벤처캐피털 기업들은 연방정부의 규제를 거의 받지 않고 중국군 관련 기관에 투자를 진행해 왔다.

이에 미국 하원의 ‘미국과 중국공산당 간 전략 경쟁에 관한 특별위원회’는 중국의 AI 개발에 자금을 지원하고 중국 군사 현대화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판단되는 미국 벤처캐피털 기업들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공화당 소속 마이크 갤러거 의원은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서한에서 중국공산당이 미국의 연구와 투자를 통해 군사적 우위를 강화하려 적극 시도 중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인권 유린을 자행하고 군사력을 강화하기 위해 AI, 양자 컴퓨팅과 첨단 반도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니콜라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는 중국 정권이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AI 및 양자 암호화 시스템 등 핵심 기술을 훔치고 있다고 발언해 더욱 이목을 집중시켰다.

앞서 지난 6월 번스 대사는 “이러한 모든 기술은 군사화될 것”이라며 “중국공산당은 미국으로부터의 강제 기술 이전을 가속화하기 위해 지속적인 지적재산권 절도에 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장단기적으로 미국 안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 비군사적 억제력 추구

특히 이번 행정명령은 미국이 비군사적 수단을 통해 중국과의 갈등을 잠재울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가운데 발표돼 더욱 주목된다.

이와 관련 마이크 스튜드먼 전 미 해군 소장은 미국이 전쟁을 막기 위해서는 군사 장비에 투자하는 것 이상으로 모든 국력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달 8일 미 보수성향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에서 스튜드먼은 “우리는 모든 형태의 영향력을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번 행정명령이 발표되기 직전인 지난주에는 중국과 러시아 해군 함대가 태평양 지역 합동 순찰을 수행, 미국 알래스카 인근 해역으로까지 접근해 논란을 빚었다.

지난주 초 중·러 함선 11척이 알래스카 근처에서 합동 순찰을 벌였으며, 이에 미군은 구축함 4대와 해상초계기 등을 파견해 이들 함대의 활동을 감시하고 미국 영해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중·러 합동 순찰은 처음이 아니지만 이번 합동 순찰이 사상 최대 규모로 집계됐다. 이전까지 중국과 러시아는 소규모 순찰을 실시해 왔다.

*황효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