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건국원칙 27] 정부는 빚을 지지 말아야 한다

제임스 팡
2022년 04월 20일 오전 11:18 업데이트: 2022년 04월 20일 오전 11:18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27번째 건국원칙에서 ‘빚을 지지 말라’고 경고했다. 빚을 지는 것은 정복에 의한 굴종만큼이나 인간의 자유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건국의 아버지들은 타당한 사유가 있을 때는 연방정부가 돈을 빌릴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빚을 지는 것을 매우 경계했다. 그들은 한 세대에서 발생한 부채가 다음 세대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빚을 지는 것을 매우 부도덕한 것으로 여겼다. 그들은 전쟁이나 여타 재정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만 연방정부가 돈을 빌릴 수 있다고 여겼다.

그렇다면 오늘날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 건전성은 어떨까? 아쉽게도 건국의 아버지들의 당부와 경고는 우이독경 꼴이 된 듯하다. 지출이 통제 불능 상태이고, 부채가 늘어나는 것을 정상적인 것으로 간주한다.

국가만 그럴까? 개인, 회사, 지방정부 할 것 없이 모두 부채를 안고 있다. 마치 빚을 지고 사는 것이 미국인들의 전형적인 생활방식인 듯하다. 현재 미국 경제를 주도하는 케인스주의 경제학은 부채가 경기를 활성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240여 년 전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왜 ‘빚을 지는 것은 정복에 의한 굴종만큼이나 인간의 자유를 파괴한다’고 했을까?

그들은 “나라를 망친다는 점에서 빚은 정복당하는 것과 같은 효력이 있다”고 했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노예가 되는 경우는 정복당했거나 빚을 졌을 때다. 국가든 개인이든 남에게 정복당함으로써 자유를 잃고 파괴적인 삶을 강요당하는 것보다 더한 굴종이 있겠는가?

따라서 건국의 아버지들은 ‘국가는 빚을 져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들은 검소함이 미덕이며, 부채는 긴급한 상황에서만 제한적으로 쓰는 ‘필요악(necessary evil)’이라고 여겼다.

당시 다른 국가는 대부분 이런 개념이 없었다. 전쟁 때문에 빚을 지는 것은 어쩔 수 없으니 이런 부채는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고 또 그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건국의 아버지들은 설사 전쟁으로 인한 부채라 하더라도 빚을 낸 세대에서 갚고 후대에는 물려주지 말아야 한다고 여겼다. 이처럼 부채에 대한 건국의 아버지들의 개념은 분명했다.

미국 남북전쟁이 발발하기 몇 년 전인 1855년, 미국 정부의 부채는 6000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남북전쟁이 끝난 1865년에는 13억 달러에 달했다. 전쟁을 치르면서 정부 부채가 폭증한 것이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고 10년 후인 1875년, 미국의 부채는 2억 7000만 달러로 다시 줄어들었다.

또한 제1차 세계대전 참전 직전인 1916년, 7억 달러였던 정부 부채가 전쟁이 끝났을 때 180억 달러로 늘어났다. 하지만 1927년에 다시 30억 달러로 줄었다. 또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났을 때 미국의 국가 부채는 930억 달러로 급증한 상태였지만 1948년에는 다시 290억 달러로 줄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더 이상 빚이 줄어들지 않았다. 부채는 계속 늘어나고 있고 늘어나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2006년 미국 부채는 2조 5000억 달러로 불어났으며, 현재(2022년 1월 31일 기준)는 30조 100억 달러나 된다.

특히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대에 국가 부채가 빠르게 늘어났다. 부시 대통령 당시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대테러 전쟁을 치르면서 국가 부채가 두 배로 늘어났다. 오바마 행정부 동안 GDP 대비 연방 부채 비율은 2008년 4분기 43%에서 2016년 4분기 75%로 증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 백악관의 열쇠를 넘겨받았을 때 국가 부채는 거의 20조 달러에 달했다. 그의 임기가 끝날 무렵인 2020년 4분기에는 27조7000억 달러였다. 감세 정책으로 세수가 줄어든 데다 국방비 지출을 늘렸기 때문이다.

2021년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부채는 더욱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4월 초 1조 9000억 달러에 달하는 경기부양책에 이어 2조 3000억 달러 규모의 사회기반시설 투자 계획을 내놓았다. 미 재무부는 지난 2월 10일 총 공공부채가 30조 달러라고 발표했다. 새 정부가 들어선 지 1년 만에 부채가 약 2조 3000억 달러나 늘어난 것이다.

미국에서는 부채 상한선을 법률로 정한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벌써 의회 표결을 거쳐 두 차례나 이 상한선을 상향조정했다. 2021년 9월에 기존의 22조 달러에서 28조 9000억 달러로 올린 데 이어 2021년 12월 14일 31조 4000억 달러로 다시 올렸다.

미국의 연간 GDP가 20조 달러 정도인데 부채가 30조 달러라니, 이게 말이 되는가? 그래서 부채 상한선을 다시 낮추고 정부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공화당 중심으로 강하게 제기되지만, 한번 늘린 지출을 줄이기는 힘들다. 그동안 좌파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해온 퍼주기식 복지 정책에 중독된 계층의 저항이 거센 데다 이들의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부화뇌동하기 때문이다.

건국의 아버지들은 240년 전에 이미 이러한 일들을 예견했다. 그래서 그들은 “빚을 진 사람에게 빚을 줄이라고 하는 것은 마약 중독자에게 마약을 끊으라고 하는 것과 같다. 그는 물론 자신이 마약을 하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정말로 마약을 끊으라고 하면 울며불며 끊임없이 소란을 피울 것이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미국이 직면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폴 스카우슨 교수는 “물론 해결할 수 있다. 강한 의지를 가지고 해결해야 하며, 과감히 줄이고 아껴야 한다”고 했다.

여기에 단순하지만 근원적인 해법이 담겨 있다. 그리고 건국의 아버지들의 요구와 닿아있다. 빚을 줄이려면 먼저 씀씀이를 줄여야 한다. 현재 미국인들은 신용카드로 외상 구매하고 고액의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있으며, 나라는 끊임없이 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이것은 건국의 아버지들이 생각한 미국이 아니다.

미국의 27번째 건국원칙은 ‘미국 정부는 빚을 지지 않아야 하고, 부득이 빚을 졌다면 부채의 짐을 다음 세대로 넘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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