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족집게’ 정치학자 “세계경찰 미국은 질서 파괴자 중국과 싸울 수밖에 없어”

정향매
2023년 06월 15일 오후 5:52 업데이트: 2023년 06월 19일 오후 1:46

미·중 패권 경쟁이 날로 격렬해지고 있다. 추이와 전망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이 속에서 ‘역사적 관점’에서 미·중 패권 경쟁의 원인, 추이를 분석하고 전망을 제기한 한 중화권 원로 학자의 분석이 회자된다. 밍쥐정(明居正) 국립대만대 정치학과 명예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밍쥐정 교수는 이른바 ‘족집게’ 예측가로 불린다. 시진핑 ‘반(反)부패’ 운동, 홍콩 정치 위기, 중국에서 시작한 ‘사람이 원인이 된 팬데믹’ 등 중대 사건을 데이터와 이론, 통찰력을 바탕으로 정확하게 예측했기 때문이다. 

밍 교수는 1949년 국공내전 이후 국민당 정부와 함께 본토에서 대만으로 이주한 외성인(外省人) 2세이다. 명문 국립대만대 정치학과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했다. 미국 로체스터대와 노트르담대에서 정치학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국립대만대 정치학과 교수로 양안 관계, 중국정치, 중화민국(대만) 외교사 등을 강의했다. 대만 정부 양안 관계 특별고문, 외교부 고문, 국민당 싱크탱크 국가정치재단 연구원 등으로도 활동했다. 현재는 국립대만대 명예교수로 정치평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양안 관계를 중심으로 중국 정치를 예측해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밍 교수는 이달 초 대만 중화민국자유통신협회 좌담회에서 미·중 패권 경쟁의 이유를 7가지로 정리했다. 그는 “역사를 거울 삼아 오늘날 국제 정세를 해석하고자 한다”며 “중국은 국제 질서를 파괴하고 있고 미국은 국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중국에 맞서고 있다”고 말했다. 

밍 교수는 먼저 “국제 질서는 두 가지 방식으로 형성된다. 강대국들이 협상해 만드는 경우와 한 강대국이 질서를 정하고 해당 질서를 유지하는 ‘세계 경찰’이 되는 방안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세계 경찰’로서 공헌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정부’는 아니기 때문에 경찰 역할을 하면 자국 이익도 몰래 챙긴다. 그러고는 입을 싹 닦고 또 경찰 임무를 수행한다. 미국은 공로가 있지만 한계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중국과 전쟁을 벌이는 이유로 “중국이 국제 질서를 파괴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7가지 이유를 설명했다. 다음은 밍 교수의 분석이다. 

첫째, 중국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시진핑은 미국 두 명의 대통령에게 “남중국해에서 인공섬을 건설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중국은 오늘날 남중국해에서 여덟 번째 인공섬을 만들고 있다. 나아가 인공섬을 군사 기지로 사용하고 섬 주변 해역을 자국 영해로 만들려고 한다. 

중국은 홍콩 문제와 관련해 영국과의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중국은 1984년 중·영공동선언(홍콩 반환 협정)문에 서명하면서 1997년 홍콩 주권을 반환 후 “이후 50년간 홍콩 정치 체제를 바꾸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2021년, 주권 회수 25년 만에 홍콩 ‘국가 안보법’을 강제로 실행했다. 

둘째, 중국 당국은 국제 질서를 지키지 않을 뿐 아니라 자국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질서를 재편하려 든다. 구체적으로 중국은 다수 국제기구에 침투했다. 유엔, 세계은행, 세계보건기구 등 다수 국제기구의 주요 인사에는 모두 중국의 입김이 작용한다. 

셋째,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도 미·중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해당 프로젝트는 다수 참여국에 거액의 채무를 안겼다. 해당 국가들은 중국에 진 빚을 갚기 위해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건설한 도로, 철도 등 인프라의 소유권을 중국에 넘긴다. 문제는 중국이 이렇게 점유한 다수 도로, 철도는 전략적 요충지로 미국과 유럽 각국의 안전을 위협한다. 이런 이유로 구미 국가들은 물론 일본과 인도마저 일대일로 프로젝트 견제에 나섰다. 

넷째, 중국의 디지털 위안(元)화 패권 야욕이다.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를 내세워 달러 패권에 도전하고 있다. 최근 국제 금융시장에는 달러가 부족하다. 그러자 달러 비축이 부족한 국가들은 다른 화폐로 거래하고 나섰다. 중국은 이 기회를 노려 위안화 패권을 추구한다.  하지만 위안화는 태환(兌換)이 달러만큼 자유롭지 않다. 이런 이유로 위안화는 달러를 대체할 수 없다. 또한 미국 정부는 달러를 지탱할 수 있는 경제, 군사, 정치 실력을 갖췄다. 중국 당국은 그렇지 않다.

다섯째, 중국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침투해 각종 사회문제를 일으켰다. 미국의 사례를 들면 중국은 각종 프로파간다를 이용해 민주·공화 양당 간, 좌·우파 간, 각 사회 계층 간, 흑인·백인 간의 갈등을 부추겼다. 

여섯째, 이념과 가치관 충돌이다. 공산주의자들은 원래 공산주의가 민주주의보다 훌륭하다고 믿었다. 하지만 옛 소련 공산당은 수십 년 발전을 거쳐 마르크스-레닌주의는 잘못된 이론이라는 것을 인식했다. 몇 년 뒤, 중국 공산주의 학자들도 이 점을 깨닫게 됐다. 공산주의와 달리 자본주의는 활발하게 발전하고 있다는 것도 발견했다. 그런데도 시진핑은 ‘공산주의 체제에 대한 자신감’을 표방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민주주의 제도는 혼란스럽고 비효율적이며 후진 제도”라고 비판한다. 

일곱째, 미국은 중국이 ‘평화 굴기’를 외치면서 패권을 추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동쪽(중국)은 부상하고 서쪽(미국)은 쇠락하고 있다”는 말로 중화권 사람들을 포함해 전 세계 사람을 속이려 들었다. 결국 스스로 이 거짓말을 믿게 됐다. 몇 달 전에는 “중국은 더 이상 다른 국가를 우러러보지 않는다. 같은 눈높이로 마주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랑(戰狼) 외교는 이 말이 거짓임을 증명한다. 중국은 다른 국가와 눈높이를 맞춰 행동하는 게 아니라 다른 국가를 무시한다. 

밍 교수는 미래 국제 정치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명제는 침략 전쟁과 공산주의 반대라고 전망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대만 침공을 반대하는 한편 전 세계가 공산주의 이념을 주장하는 중국 공산당을 반대하는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과 중국의 대결 속에 ‘끼인’ 처지인 한국과 대만 등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밍쥐정 교수는 안보, 경제, 가치관 등 3가지 기준을 제시하며 “어떤 선택이 국방 안전에 가장 유리할까? 어떤 선택이 경제적 이익에 가장 부합할까? 어떤 선택이 우리의 가치관과 가장 들어맞을까? 이 세 가지 질문에서 답을 찾아보라”고 말했다. 역사에 해박한 그는 역사를 ‘거울’ 삼아 오늘날의 국제 형세를 비교하면서 이 세 가지 지표를 찾아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