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아시아 경제패권 놓고 충돌 조짐

2011년 11월 16일 업데이트: 2020년 1월 7일

일본이 최근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참여를 선언하면서 TPP에서 배제된 중국이 아시아의 경제 패권을 놓고 미국과 충돌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더구나 일본에 이어 멕시코와 캐나다까지 TPP에 참여할 의사를 밝힘에 따라 TPP의 ‘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중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자칫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왕따’가 될 처지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TPP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의 통합을 목적으로 2005년 뉴질랜드, 싱가포르, 칠레, 브루나이 4개국 체제로 출범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이다.

2006년 1월까지 회원국 간 관세의 90%를 철폐하고, 2015년까지 무역장벽을 전면 철폐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 협정은 2008년 2월 미국이 뛰어들면서 차원이 달라졌다.

현재는 미국·호주·싱가포르·뉴질랜드·칠레·말레이시아·베트남·페루·브루나이·일본·캐나다·멕시코 등 12개국이 TPP 협상에 나서고 있어 점차 관심이 모아지는 상황이다.

한편, 아사히신문과 요미우리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의 주요 언론은 13일 일제히 일본의 TPP 협상 참여 선언을 계기로 미국과 중국이 아시아의 경제 패권을 놓고 격렬한 경쟁을 시작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들 언론은 12~13일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는 아시아지역의 경제 통상 주도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충돌이 부각됐다고 전했다.

APEC서 경제 주도권 둘러싼 충돌 부각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APEC 내 주요기업 대표들의 회담인 ‘APEC 최고경영자(CEO) 회의’에서 위안화가 불공정하게 평가절하 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중국에 “규칙을 지켜라”고 촉구했다.

그는 동시에 미국 기업들이 중국시장에서 경쟁우위에 있는 지적재산권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주지시키면서 “규칙 위반에 대해선 조치를 취할 것” 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후진타오 주석과의 양자회담에서도 “미국 국민과 기업들이 중국의 경제정책에 대해 인내심을 잃고 좌절하고 있다”며 불만을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중국은 “일부 국가가 만든 규칙은 지킬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5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의 팡썬(龐森) 국제사(司) 부사장(부국장급)은 13일 APEC 정상회의를 종료하는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국제사회의 합의를 통해 마련된 규칙이라면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언급하며 “그렇지 않고 한 국가 또는 일부 국가가 만든 규칙이라면 중국은 지킬 의무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의 입장도 단호하다. 유럽의 재정위기와 미국의 경제침체로 전 세계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중국이 ‘세계 경제의 금고지기’가 된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로 인정하지만 그것은 공정한 ‘게임의 룰’이 적용된 결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즉, 인위적으로 환율을 조작해 중국의 상품경쟁력을 높였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또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APEC에서 TPP를 겨냥해 “21세기 자유무역협정은 개방과 노동조건을 포함한 기본적인 가치 존중과 연계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다분히 그런 조건을 갖추지 못한 중국을 겨냥한 어투로 보인다.

中은 아시아 ‘지역패권국’ 자리 노려

이러한 미국과 중국의 충돌은 예상된 것이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계속 쇠약해지고 있고, 유럽연합(EU)은 남유럽 재정위기 속에 휘청거리고 있는 틈을 타 중국이 아시아의 ‘지역패권국’ 자리를 탐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중·일 3국과 아세안 10개국이 포함된 ‘동아시아 자유무역지대(EAFTA)’ 추진은 중국의 역내 경제패권 구축의 일환으로 비춰진다.

그런 만큼 미국이 판을 키운 TPP는 중국의 아태지역 내 영향력 확대에 대한 미국의 ‘견제구’로서 두 국가 간 충돌은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TPP가 본격화하면서 중국으로서도 궤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 세계 경제력 1위와 3위인 미국과 일본의 FTA 격인 TPP가 현실화하고 일본의 16개국 FTA 구성이 가시화되면 아태지역에서 ‘중국의 자리’는 급속하게 협소해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따라서 중국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중국이 넘어야 할 난관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중국은 수개월 동안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필리핀·베트남과 해결하려고 했지만 아직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갈등의 수위는 점차 높아지는 양상이다.

베트남이 자국 땅에 인도 해군기지 설치를 허락하고 남중국해에서 인도와 공동 원유 탐사에 나서기로 해 중국을 한층 더 자극하고 있다. 필리핀은 중국의 남중국해 주권을 인정하지 않는 ‘마이웨이’를 고수하면서 중국과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일본과 인도의 외교장관은 지난달 30일 도쿄에서 회담을 갖고 중국 견제 의지를 공식화했다. 인도는 중국의 굴기에 맞서 ‘강한 일본’이 필요하다고 부추겼고 일본은 인도에 국방과 경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자고 화답했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 후 호주에 미군기지 설치를 위한 호주 방문에 나선다.

중국이 이러한 난관을 마주한 데는 이유가 있다. 중국은 동중국해, 남중국해를 비롯 여러 육상국경선에서 국경분쟁을 야기하고 있는데, 모두 자원에 대한 무한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문제는 중국이 그 욕망을 먼저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며, 분쟁은 계속될 것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국을 경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식 패권체제의 미래가 매우 엄혹할 것이라는 점에 있다. 중국은 통제와 억압으로 유지되는 전제국가이며, 티베트와 위구르에 대해 중국이 어떤 수단으로 압박했는지 본다면 중국식 패권체제가 어떠할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데이빗 매리어트(David Marriott)는 자신의 저서 ‘왜 중국은 세계패권을 쥘 수 없는가’를 통해 중국식 패권체제가 의미하는 폭력적 본질과 그 수단으로서의 군사력과 경제력의 결합은 매우 두려울 수 있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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