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객석에서 자폐아동과 엄마 관객이 쫓겨나자 배우가 보인 반응

윤승화 기자
2019년 10월 18일 업데이트: 2019년 10월 18일

비싼 값을 치르고 어렵게 예매한 유명 뮤지컬. 그런데 갑자기 객석에서 한 아이가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이때 당신은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최근 미국 주간지 피플(People)지는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 ‘왕과 나(The King and I)’ 공연 도중 있었던 일을 전했다.

지난 2015년, 미국 뉴욕 맨해튼 링컨센터의 비비안 버몬트 극장에서는 ‘왕과 나’ 뮤지컬 공연이 진행되고 있었다.

공연이 막바지에 다다른 2막에서 왕이 달아나려다 붙잡힌 공주에게 채찍을 드는 장면이 나왔다.

강렬한 매질 장면에 객석에 앉아있던 한 아이가 크게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그 아이는 자폐아였다.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사진 / Pixabay

무대에 집중돼 있던 관객들의 시선은 객석으로 쏟아졌다. 관객들은 술렁대며 아이를 데려온 엄마에게 비난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저런 아이를 왜 극장에 데려오는 거야?”

아이 엄마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아이를 데리고 객석을 떠나려 했지만, 아이는 소리를 지르며 말을 듣지 않았다. 이에 한 남성 관객은 “빨리 아이를 치워라”고 역으로 소리치기도 했다.

소란이 벌어지는 동안, 배우들은 무대 위에서 상황을 전부 지켜봤다.

이후 배우 중 왕실의 밀사 역을 맡은 배우 켈빈 문 로(Kelvin Moon Loh)는 공연을 마치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기를 썼다.

켈빈 문 로 / Facebook ‘Kelvin Moon Loh’

“관객분들은 어머니와 아이를 빨리 나가라고 요구했습니다.

그 어머니가 얼마나 필사적으로 아이를 데리고 나가려 했는지 보이지 않으셨던 걸까요. 어머니는 애를 썼지만, 단지 아이가 말을 듣지 않고 소리를 질렀던 겁니다.

저는 공연을 멈추고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여러분, 진정하세요. 어머니가 노력하시는 게 보이지 않습니까’

그렇게 하고 상황이 마무리되면, 처음부터 다시 공연을 좋게 시작할 수 있었을 거예요.

broadwaymusicalhome.com

네, 아이가 지른 소리는 분명 공연을 방해했습니다.

그런데 일주일 전에도, 마찬가지로 똑같은 장면에서 한 아이가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른 적이 있었습니다.

그 아이는 자폐 아동이 아니었어요. 아무도 그 아이에게 뭐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일과 무엇이 다른가요?

언제부터 우리들은 다른 사람에 대한 공감을 잃기 시작한 것일까요?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사진 / Pixabay

공연이 끝나고 제가 다시 확인했을 때는, 아이와 어머니가 앉아 있었던 좌석이 결국 비어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저는 그 어머니가 아이를 극장에 데려오기 위해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했다는 사실을 압니다.

어머니의 계획은 공연을 보러 온 다른 가족들과 똑같았을 것입니다. 극장에서 행복한 오후를 보내는 거요.

그 소박한 꿈을 위해 어머니는 다른 가족들과 마찬가지로 똑같은 제값을 치르고 표를 샀을 것입니다.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우리는 극장이 조금 더 그 어머니와 아이가 편하게 공연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게 제가,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최선이니까요.

마지막으로 이 말씀을 드리고 글을 끝맺겠습니다. 뮤지컬 ‘왕과 나’는 가족 친화적인 이야기를 담은 공연입니다.

모든 가족을 위한 공연이라는 뜻입니다. 장애가 있는 가족들과, 그렇지 않은 가족 모두에게요”

켈빈 문 로 / Facebook ‘Kelvin Moon Loh’

켈빈 문 로가 올린 페이스북 글에는 수십만 명이 넘는 누리꾼들이 좋아요를 눌렀다.

쫓기듯이 극장을 나서야 했던 아이와 엄마는 켈빈의 글을 읽었을까.

그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장애인을 둔 가족들에게서 전 세계적으로 “고맙다”는 메시지가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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