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습 감췄던 자오웨이, 절친 감독에 뒤늦은 생일 축하 메시지

김윤호
2021년 9월 16일
업데이트: 2021년 9월 16일

최근 중국 당국에 의해 ‘악덕 여배우’로 찍힌 뒤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졌던 자오웨이(趙薇·조미·45)가 친구에게 뒤늦게 보낸 생일 축하 글이 분분한 해석을 낳고 있다.

중국 여류감독 리멍차오(李孟橋·36)가 자신의 생일을 자축하며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올린 게시물에는 9월 12일 자오웨이의 계정으로 된 축하 댓글이 달렸다.

그런데 이 게시물은 리 감독이 자신의 생일이었던 지난 8월 29일 올린 글이었다. 즉, 자오웨이는 2주 만에 리 감독에게 생일 축하인사를 건넨 것이다.

“생일 축하”라는 짧은 인사였지만 댓글에는 작은 케이크 모양 이모티콘을 달았다. 또한 부족하다고 느꼈는지 댓글에 다시 댓글을 달아 미소 짓는 얼굴과 하트 이모티콘을 붙여 감정 표현을 더 깊게 했다.

이 댓글에 정작 주인공인 리 감독의 답변은 없었지만, 그녀의 등장을 반가워한 팬들이 2000건이 넘는 댓글을 달며 열띤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배우 자오웨이와 리 감독 두 사람이 얼마나 가까웠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베이징 출신인 리 감독은 주로 실험적인 예술영화를 촬영해왔다. 상업영화와 드라마에서 활동해온 자오웨이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러나 두 사람은 지난 2020년, 여성 문제를 다룬 8편의 단편영화로 구성된 드라마 ‘그녀의 말을 들어라(聽見她說)’에서 각각 제작자와 연출자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같은 여성 영화인으로서 급속히 가까워진 것으로 추측된다.

영화 ‘그녀의 말을 들어라’ 출연배우들과 제작진. 가운데 빨간 네모 속 왼쪽이 자오웨이, 오른쪽이 리멍차오 감독 | 웨이보 캡처

한 중화권 평론가는 “자오웨이가 뒤늦게 쓴 거라면, 그녀는 단짝 친구 생일을 놓칠 정도로 바빴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며 “이는 그녀의 신변에 큰일이 있다는 소문과 맞아떨어진다”고 분석했다.

자오웨이는 지난달 29일에도 베이징에서 부모와 함께 머물고 있음을 시사하는 게시물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적이 있다.

이 게시물은 곧 삭제됐지만, 중국에서 차단된 인스타그램에 올렸다는 사실 자체가 모종의 메시지로 풀이됐다. 당국에 맞서고 있으며 삭제당할 것을 예상하고 잠시라도 자신의 근황을 알리려 했다는 것이다.

자오웨이의 이름이 당국에 의해 직접 거론된 적은 없다. 다만, 자오웨이의 출연작이 동영상 플랫폼에서 삭제되고 다음 날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논평을 통해 “연예인이 법과 도덕의 레드라인(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어서면 즉각 연예계 생활의 막다른 길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하자 다들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다.

사실 그녀의 위기설은 지난달 초 시작됐다.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체포된 그룹 엑소 전 멤버 우이판(吳亦凡·31)이 감형을 받기 위해 당국에 넘긴 ‘문제 많은 연예인 47인’에 자오웨이의 이름이 올랐다는 소문이 나돌면서부터였다.

실제로 47인 명단이 존재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자오웨이의 이름이 실명으로 유출된 것은 당국의 ‘설계’로 여겨진다. 나머지 연예인도 최소 수십여명 존재할 것으로 추측되는 가운데 중국 연예계의 숙청 바람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배우 자오웨이(오른쪽)와 남편 황유룽 | 웨이보

자오웨이, 시진핑 정권에 왜 찍혔나?

자오웨이가 알리바바 전 회장 마윈의 인맥이라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녀는 자신의 인지도와 인맥을 이용해 투자자로도 활동하며 야심을 드러내 왔다.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법률위원회 기관지 법치일보는 6일 ‘광란한 자본에 의한 연예계 금융시장 교란 및 투자 사기극 수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2016년 벌어진 스타들의 주가조작 혐의를 언급하며 ‘시짱룽웨이(西藏龍薇)미디어 유한공사’라는 기업을 지목했다.

루웨이미디어는 자오웨이 혼자서 지분 95%를 소유한 회사다. 이 회사는 2016년 영화 제작 및 기획, 금융·스포츠 정보서비스회사인 상장사 완자컬처(萬家文化) 지분 1억8500만주를 30억6000만위안(약 5450억원)에 인수했다.

법치일보는 싱가포르 부호로 알려진 자오웨이의 남편 황유룽(黃有龍)도 저격했다.

신문은 “자오웨이는 부유한 기업가 황유룽과 결혼한 뒤 ‘여성 버핏’이 돼 마윈을 따라 알리픽처스, 루이둥그룹 등에 투자하며 돈방석에 올랐다”며 마윈과 곁에서 자주 모습을 나타내는 자오웨이의 사진도 실었다.

자오웨이의 자금줄 역할을 한 황유룽의 자금력이 중국 최대 부패집단인 장쩌민 계파와 쩡칭훙 가문에서 흘러나왔다는 언론 보도도 나온다.

대만 자유시보는 1990년대 중국 본토의 언론보도를 인용해 황유룽이 장쩌민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정부였던 황리만의 조카라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장쩌민이 1983년대 국무원 전자공업부장(장관)에 임명돼 85년 상하이 시장으로 승진 발탁돼 상하이로 떠나기 전까지, 그의 사무실에는 향수를 짙게 뿌리고 출근하는 유부녀 황리만이 점심시간마다 드나든 것으로 알려졌다.

장쩌민과 황리만의 불륜을 보도한 언론 삽화 | 아폴로망

장쩌민 계파와 그 측근인 쩡칭훙은 시진핑의 당내 최대 라이벌 세력이다. 이들은 내년 3연임과 장기집권을 노리는 시진핑의 가장 큰 걸림돌이기도 하다.

법치일보가 “연예계 금융시장 교란”을 질타한 기사에서 자오웨이와 황유룽을 집어서 비판하고 ‘주가조작’ 혐의를 지적했다.

이는 막대한 자금력을 이용해 주식시장을 흔들어 시진핑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조성하려는 장쩌민 계파의 계략을 사전 차단하고, 그 핵심 체스말 역할을 하는 자오웨이와 황유룽을 쳐내려는 시진핑 진영의 전략을 그대로 보여준다.

1998년 드라마 ‘황제의 딸’로 스타덤에 오른 자오웨이는 중국의 대표적인 친공산당 연예인 중 하나다.

그녀는 2000년 장즈이(章子怡), 저우쉰(周迅) 쉬징레이(徐靜蕾)와 함께 중국의 ‘4대 여배우’로 불리며 전성기에 돌입했으나, 장쩌민의 국가주석 임기 마지막 해인 2003년 1월을 전후해 줄줄이 공산당에 입당하며 당을 바짝 따르는 ‘홍색 스타’로 변모해 많은 해외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기기도 했다.

당시 해외에 서버를 둔 공산당 비판 매체 인민보는 “이들이 충성하는 공산당이 혁명 시절의 가난한 당인지, 부패·음란·잔혹·거짓말로 얼룩진 장쩌민 시대의 부유한 당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어느 쪽이든 너무 열심히 노력하지 않길 바란다”고 논평했다.

20년이 지난 지금, 자오웨이가 추구한 노선은 후자였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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