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칫돈 생긴 기업들, 부동산 시장으로…중공 ‘반도체 독립’ 실상

류지윤
2020년 10월 30일
업데이트: 2020년 10월 30일

공산당 ‘반도체 독립’ 선언…정부·펀드 눈먼 투자
올해 3분기, 하루 평균 200개씩 창업 ‘우후죽순’
부동산 투기 광풍…기술개발은 오히려 뒷전

중국 공산당이 “반도체 자주독립”을 외치며 거액의 정부자금을 쏟아부으면서 기업들이 반도체 분야에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은 하라는 반도체 개발은 뒷전이고 투자 받은 자금으로 부동산 투기에 열을 올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분야에 돈이 쏟아져 들어오자, 하던 연구개발도 접고 기업들이 땅투기에 나서는 바람에 오히려 반도체 사업이 퇴보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29일 중국 현지매체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서는 약 27만개의 반도체 기업이 등록돼 있다. 업종을 ‘집적회로, 반도체, 칩’으로 등록한 기업은 광둥성이 11만7천개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푸젠성, 장쑤성 순이다.

올해 들어 이달 27일까지 새로 생긴 반도체 기업은 5만8천개로 지난해보다 33%가 늘어나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공 폐렴(코로나19)이 완화된 3분기에는 1만9천 곳이 문을 열어, 하루 평균 200개를 기록했다.

이같은 ‘반도체 회사 창업 광풍’은 중국 공산당의 반도체 자립 정책에 따라 각 지역 정부와 펀드에서 거액을 쏟아부은 결과다.

푸젠성, 상하이 등 9개 도시에서 각각 발표한 ‘2020년 집적회로 산업계획’ 등을 종합하면 올해 들어 약 1440억 위안(약 22조2천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반도체 기업에 투자했다. 지난해 중국 전체 반도체 투자금액 650억 위안의 2배 수준이다.

중국 안후이 성에 있는 한 전자회사의 반도체 칩 생산공정. | 로이터=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칩 제조 대약진”이라는 풍자까지 나온다. ‘대약진’은 1950년대말, 산업구조에 무지했던 마오쩌둥이 일으킨 선진국 따라잡기 운동이다. 4천만명 이상이 굶어죽는 대참사로 끝났다.

지금 공산당의 반도체 산업 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업계 관계자들은 돈만 들이붓는다고 되는 산업이 아닌데, 당과 정부가 묻지마 투자로 오히려 반도체 산업을 망친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가 과열되자, 투자금만 노린 기업들이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업종을 변경해 반도체 산업에 뛰어들거나 ‘공장 부지 매입’ 핑계로 부동산 투기에 빠져들면서 기술개발은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중국의 핵심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칭화유니그룹은 최근 몇년간 자회사인 부동산 회사를 통해 베이징, 청두, 난징, 우한 등지에서 총 177억3천만 위안(약 3조원)을 들여 연면적 총 365만㎡의 부동산을 매입했다.

한때 잘나갔던 칭화유니그룹은 지난해 순손실 5천억원대를 기록하며 올해 유동성 위기를 겪는다는 소문에 휩싸였다. 회사 빚만 30조원이 넘는다. 그런데도 자회사를 통해 부동산을 사들이고 있다.

정부 자금을 받으면서 오히려 기술경쟁에서 이탈하는 기업도 나타났다.

허베이성의 앙양마이크로전자는 세계적 수준의 IGBT 제조 기술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허베이성 정부로부터 ‘제13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중점기업으로 지정됐지만, 지난 2017년부터 반도체 분야 투자가 중단됐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회사 자금 상당수가 토지를 매입하고 사옥을 짓는 데 쓰이고 있다. 반도체 생산설비에 전혀 투자하지 않는다.

자체 기술력 없이 정부지원만 믿고 사업을 추진하다 부도를 낸 기업도 있다.

타코마 반도체는 지난 2016년 중국 난징시로부터 초기투자금 650억원을 받고 난징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무려 28억 달러(약 3조4천억원)의 투자금 유치 계획도 밝혔다.

그러나 타코마 반도체는 기술력이 보잘것 없었고 거액의 라이선스비를 내고 외국기업 기술로 공장을 운영하려던 계획이 차질을 빚으면서 올해 7월 난징시 법원으로부터 강제 파산명령을 받았다.

그밖에 여러 기업들이 공장부지만 사들이고 실제 건설은 수년째 중단됐거나 시도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원천기술 없이 지원금만 믿고 투자한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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