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임기 내 종전선언 무산?…北 미사일 도발·올림픽 불참 공식화

이윤정
2022년 1월 8일
업데이트: 2022년 1월 9일

신년사에 종전선언 언급 빠져…현실 반영한 듯
북한, 문 대통령 최전방 방문한 날 미사일 도발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종전선언이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1월 3일, ‘2022년도 신년사’에서 한반도 정세를 ‘미완의 평화’로 규정하며 종전선언이라는 용어 대신 ‘지속 가능한 평화의 제도화’라는 단어를 썼다. 임기 내 마지막 공식 신년사에서 문 대통령이 줄곧 강조해 온 종전선언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현 정부가 임기 말 역점 과제로 추진해 온 6·25전쟁 종전 선언이 사실상 어려워진 현실을 반영했다고도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기회가 된다면 마지막까지 남북관계 정상화와 되돌릴 수 없는 평화의 길을 모색할 것이며, 다음 정부에서도 대화의 노력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올해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 참석을 계기로 남·북·미·중 4자 간 종전선언을 구상했지만, 미국의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선언, 북한의 불참 등 정세를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당초 구상한 종전선언 추진은 어려워진 형편이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6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화했다. 중국의 지속적인 신장 위구르 소수민족 탄압, 반인도 범죄 등을 명분으로 들었다.

또 다른 당사국인 북한도 다음 달 개막하는 베이징 동계 올림픽 불참을 공식 발표했다. 1월 7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북한 올림픽위원회와 내각 체육성이 중국 올림픽위원회, 베이징 동계 올림픽 조직위원회, 중국 체육총국 등 관계 기관에 “세계적인 대유행 전염병 상황으로 경기대회에 참가할 수 없게 됐다”고 서면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2021년 도쿄 하계 올림픽 무단 불참으로 인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징계를 받아 2022년 연말까지 올림픽 참가 자격이 정지된 북한이 불참을 공식화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북한에 내린 징계를 해제하도록 IOC를 비롯한 국제사회를 설득해 북한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게 하려는 한국 정부의 마지막 희망마저 사라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북한은 연초부터 무력 도발을 했다. 1월 5일, 북한은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미상의 발사체 1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의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발사 당일 문재인 대통령은 전방 부대 시찰, 동해선 강릉-제진 구간 착공식 참석차 강원도 고성을 방문했다. 제진역은 남북출입사무소(CIQ)가 위치한 남측 최북단 역으로 2002년 남북 합의를 통해 2007년 북한 감호역과 연결된 남북 교류 협력의 상징성을 지닌 곳이다.

공교롭게도 북한은 문 대통령이 서울에서 출발하기 직전 미사일을 발사했다. 지난해 10월 19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 후 78일 만이다.

북한 미사일 발사 후,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긴급 소집했다. 회의에서는 남북관계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북한과 대화 재개가 중요하다는 논의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을 위시한 정부 관계자들도 ‘도발’ 등 북한을 자극할 만한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 등 북한과 대화를 희망한다는 뜻을 전했으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현 정부와는 더 이상 대화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부 관계자 발언에서도 종전선언 추진에 대한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29일, 기자간담회에서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남북 관계 개선의 계기로 삼기를 희망했지만, 현재로서는 사실상 어려워지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속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종전선언 전망을 더욱더 어둡게 했다.

다만 정부는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모양새다. 1월 4일, 뉴스 전문 채널 YTN에 출연한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종전선언은 2007년 10·4 선언, 2018년 판문점 선언에서 이미 합의가 됐기 때문에 언제든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이고 실현 가능한 일”이라며 “북한이 (미국에) 기대하는 조건만 충족된다면 언제든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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