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점 가던 12세 소녀 “수상하다” 강경진압…홍콩 경찰 ‘폭력’ 논란 확산

류지윤
2020년 9월 8일
업데이트: 2020년 9월 9일

12세 소녀를 ‘의심스럽다’며 강경 진압한 홍콩 경찰에 ‘폭력을 휘두른다’는 거센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6일 홍콩에서 입법회 위원(국회의원 격) 선거 연기 항의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이날 12세 소녀가 경찰에 의해 폭력적으로 체포되는 영상이 홍콩 소셜미디어와 매체에 확산됐다.

해당 영상에서 홍콩 경찰은 번화가인 몽콕 거리에서 행인 4~5명을 막아서며 건물 쪽으로 유도하자 한 소녀가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빠져나오려 도망을 친다. “가만히 서 있어”라는 경찰의 경고에도 소녀가 계속 달아나려 하자, 한 경찰이 멱살을 잡아 소녀를 바닥에 쓰러뜨리자 곧 여러 경찰이 달려들어 제압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소녀의 이름은 ‘파멜라’로 밝혀졌으며 오빠 스티븐(20)과 함께 다른 시민들과 체포돼 ‘불법집회 참가’ 및 ‘사회적 거리두기’ 위반 혐의로 벌금형에 처해졌다.

지난 6일 홍콩 경찰에 쫓기는 12세 소녀 | Mak Wai Kit/HKUST Radio News Reporting Team, Stand News/Screenshot via Reuters=연합뉴스

그러나 파멜라의 어머니 호씨는 애플 데일리와 인터뷰에서 “딸은 시위에 참여한 게 아니라 오빠와 문구점에서 들러 미술용품을 사러 갔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녀는 자신이 식료품을 사러 마트에 가느라 잠시 두 남매와 헤어졌으며 곧 다시 만날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파멜라는 달아난 이유에 대해 “너무 무서워서 침착함을 잃고 달리게 됐다”고 말했다. 그녀는 팔꿈치 등에 찰과상과 타박상을 입어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에 촬영되지 않았으나, 오빠는 동생 파멜라가 제압당하는 모습을 보고 보호하려 나섰다가 경찰에 체포됐으며 이 과정에서 발목을 다쳐 치료를 받고 있다.

현재 이들은 “불법시위에 참가한 것이 아니므로 벌금을 내지 않겠다”는 입장이며, 경찰을 폭행혐의로 고소하기 위해 변호사와 논의 중인 상태다.

홍콩 경찰은 성명을 내고 “소녀가 갑자기 수상한 태도를 보이며 도망쳤다”며 “경찰은 최소한의 물리력으로 추격해 진압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6일(현지 시각) 홍콩 번화가 몽콕에서 경찰의 접근에 겁먹고 달아나던 12세 소녀가 경찰의 태클에 쓰러진 후 제압당하고 있다. | Mak Wai Kit/HKUST Radio News Reporting Team, Stand News/Screenshot via Reuters=연합뉴스

현지 자선단체인 홍콩소년소녀클럽은 “당국에 공정하고 투명한 사건 조사를 촉구한다”며 “청소년이 법원이나 경찰에 출석할 때, 사법당국은 이들의 권리를 최대한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정형외과 의사들은 “소녀가 멍만 든 것이 다행”이라며 “영상을 보면 경찰은 체중을 실어 소녀를 태클했고 소녀는 머리부터 땅에 떨어졌다. 더 심각한 부상을 초래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한 의사는 “갈비뼈가 골절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찰과상과 가벼운 타박상으로 끝난 것은 천만다행”이라고 했다.

홍콩에서는 지난 7월 중국 공산당이 홍콩 국가안전법을 발효하면서 시민사회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국가 분열, 국가권력 전복, 테러 활동, 외국세력과의 결탁 외에 중국이나 홍콩 정부 관계자에 대한 혐오를 조장한 것도 범죄 행위로 간주돼 3년 이상 징역에서 최고 무기징역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사건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캐리 람 행정장관은 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장에 대해 최고책임자가 의견을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람 장관은 “당시의 상황을 봐야 한다”며 “법 집행기관이 취한 조치에 관한 불만사항에 대해서는 충분히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며 원론적인 발언으로 회피했다.

지난해 6월 대규모 민주화 시위 발발 이후 홍콩 경찰은 시위대에 과도한 무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고 있다. 여기에는 여학생 성폭행 의혹, 무차별 최루탄 발사, 시민 폭행, 정체불명의 화학물질 살포 의혹 등이 포함됐다.

한편, 홍콩 정부는 코로나19(중공 바이러스) 확산을 이유로 지난 6일 예정됐던 입법회 위원 선거를 1년간 연기했다. 민주진영 측은 “선거 대패가 예상되자 정부가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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