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 5억 달러 차관 제안에 ‘콜’한 스리랑카…이면 계약은?

류지윤
2021년 4월 21일
업데이트: 2021년 4월 22일

日 닛케이, 공산 중국 ‘일대일로’ 타깃된 스리랑카 분석
빚 내서 인프라 건설…공사대금은 중국 업체가 챙겨

공산 중국이 빚이 허덕이는 스리랑카에 5억 달러(약 5595억원)의 차관을 제공했다. 일본 언론은 스리랑카가 중공의 올가미에 더 깊이 들어가게 됐다며 차관 계약 이면을 파헤쳤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지난 20일 스리랑카의 외환보유액이 지난 3월 40억 5000만 달러로 10여 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스리랑카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유행의 충격으로 관광업이 위축되고 수출·수입과 해외 송금이 급감하면서 국고도 큰 타격을 입었다. 또한 외환보유액 감소가 화폐 가치 폭락으로 이어지면서 1달러에 203루피(Rs)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공 국영개발은행은 최근 5억 달러의 차관을 스리랑카에 제공했는데, 이는 스리랑카가 지난해 전염병 충격으로 베이징에 요청한 10억 달러 차관의 두 번째 자금이다. 이번 두 번째 차관은 중공이 스리랑카와 15억 달러 통화 스와프를 승인한 지 몇 주 만에 이뤄졌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이번 차관 협상에 1년이 걸렸다고 전했다. 아티갈레 스리랑카 재무장관은 “양해각서 체결이 지연됐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양국 정상이 만나 서명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리랑카 재무부 관리들은 이를 ‘긴장된’ 협상 탓으로 돌렸다.

차관 협의 뒤에 숨은 조건

중공의 차관 제공 이면에는 공개되지 않은 조건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닛케이는 10년의 상환 기간과 3년의 유예 기간이 있을 정도로 차관 협의 문서가 단순해 보이지만, 중공은 이미 스리랑카로부터 함반토타 항만(Port of Hambantota) 관련 99년 임차계약 재협상을 포기하겠다는 비공식적인 보증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한 콜롬보 항구도시 사업을 중공이 감독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하는 쟁점 법안도 곧 그 뒤를 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이 사업은 콜롬보 연안의 한 인공섬에 14억 달러 규모의 ‘금융 허브’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스리랑카 정부가 ‘콜롬보 항구도시 경제위원회 법안’을 의회에서 신속하게 통과시키려 하자 각계에서 최소 19건의 탄원서를 대법원에 제출해 해당 법안의 합헌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청원자 중에는 반대파 정당, 스리랑카 변호사협회, 국제 투명 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 기타 민간단체가 포함돼 있다. 이들은 해당 법안이 세우려는 항구도시 위원회가 스리랑카의 영토 보전과 주권을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차관 협의가 늦어진 것도 스리랑카 국채 3대 평가기관의 등급 강등과 해당 차관이 담보로 잡힐 수 있다는 양측의 논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하지만 중국 주재 스리랑카 대사 팔리타 코호나는 회담에서 담보물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W.A. 위제와르다나 스리랑카 전 중앙은행 부은행장은 “이런 양자 지원은 경제적 조건이 아닌 지정학적 조건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했다. 중공의 지원을 구하는 것은 이 나라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다. 하지만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했을 때, 스리랑카는 앞으로 12개월간 외환보유액을 줄이고 80억 달러의 외채를 갚아야 한다.

함반토타 항만의 통제권

중공은 최근 몇 년간 ‘일대일로’를 전 세계에 대대적으로 확대해 서방의 비난을 샀다.

펜스 전 미국 부통령은 중공의 일대일로에 대해 “타국을 속박하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이라며 “중공이 전 세계 영향력을 확대하는 ‘빚의 덫 외교’”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정부는 일대일로가 협력국들이 중공으로부터 차관을 받아 중국 건설업체의 공사비용을 지불하게 하고, 협력국이 감당할 수 없는 인프라 프로젝트를 만들도록 했다고 비판했다.

협력국이 빚을 갚지 못할 때 중공은 그 틈을 타 그들의 전략 자원을 약탈했다.

스리랑카는 일대일로의 중점 공략 대상국가다. 스리랑카는 수십억 달러를 중공에 빌려 인프라 건설에 사용했다. 이로 인해 채무 늪에 빠져 정부 재정의 상당 부분을 차관 상환에 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채무가 자산총액을 초과하는 바람에 스리랑카는 지난 2017년 스리랑카 남부의 전략적 의의가 있는 함반토타 항만 및 주변 땅 1만 5000에이커(ac)를 99년 동안 중국에 임대해야 했다. 이에 스리랑카 내에서는 국가 주권이 침해됐다며 비난과 항의가 쏟아졌다.

고타바야 라자팍사 현 스리랑카 대통령은 지난 2019년 당선된 지 며칠 뒤 한 인도 기자에게 함반토타 항만 임대 기간이 99년이고 이는 스리랑카 전 정부가 체결한 잘못된 거래라며 재협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를 대표하는 팔리타 코호나 주중 스리랑카 대사는 지난주 5억 달러 차관 계약을 체결하면서 함반토타 항만의 거래는 상업적 거래이며 아무리 현명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전 정부가 성사시켰던 것이라고 닛케이에 전하며 “어떤 조정이든 이 점과 기타 정치∙경제적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협력국에 대한 중공의 차관은 통상 고금리였다. 파키스탄의 하실 비젠조 해양부 장관은 2017년 11월 24일 파키스탄의 과다르항과 자유무역지대 그리고 모든 통신 인프라 개발에 필요한 160억 달러의 중공 차관에 대해 파키스탄 측은 보험료 7%를 포함해 13%가 넘는 고금리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워싱턴에 본부를 둔 국제금융협회(IIF)의 세르지 라나우 부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닛케이를 통해 스리랑카가 더욱 합리적인 비용으로 돈을 빌리기 쉽도록 국제통화기금(IMF)과 협력할 것을 권고했다.

추천